미국과 유럽의 집단안보 체제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중국의 군사대국 부상 움직임에 회원국 차원의 공동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러시아에 이어 중국을 사실상 가상적국으로 간주하겠다는 뜻이다. NATO 출범 7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공산주의 붕괴로 과거 냉전은 끝났지만 앞으로 중국과 NATO 간 신(新)냉전시대가 도래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나토, 출범 70년 만에 중국을 敵國으로 간주…"군사대국에 대응"
옌스 스톨텐베르그 NATO 사무총장은 3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기자들과 만나 “중국이 군사 강대국으로 부상하는 것이 NATO 안보에 주는 영향에 대처해야 한다”고 밝혔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중국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국방예산이 많은 국가”라며 “최근에는 미국과 유럽까지 도달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을 선보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영향력이 NATO 소관인 북미와 유럽까지 미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중국의 군사대국 부상이 모든 NATO 회원국의 안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의 설명이다. 그는 “중국이 북극과 아프리카에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며 “유럽에 있는 사회기반시설과 사이버 공간에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NATO는 정상회의가 끝나고 공개되는 공동선언문에 중국의 군사대국 부상에 대한 언급을 포함했다. NATO 공동선언문에 중국 관련 내용이 포함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공동선언문엔 ‘중국의 커지는 영향력은 NATO 회원국이 함께 대처할 필요가 있는 기회이자 도전’이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미국과 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1949년 출범한 NATO는 냉전 시절 소련과 동맹국이 형성한 바르샤바조약기구에 맞서 서방 안보를 지켜낸 동맹이다. 냉전시대 ‘대서양 동맹’으로 불리는 NATO의 가상적국은 소련이었다.

하지만 냉전시대에 이름조차 내밀지 못했던 중국이 미국과 더불어 주요 2개국(G2)으로 부상하며 국제 질서가 재편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군사 제휴를 맺고 세계 최대 규모의 합동군사훈련을 매년 보하이(발해)만과 블라디보스토크 등에서 벌이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NATO와 러시아의 대결에서 NATO 대 중·러 간 갈등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분쟁을 촉발하며 중국에 대한 견제에 나서고 있지만 중국의 대응도 만만치 않다. 이 때문에 유럽의 최대 동맹국인 NATO가 미국을 의식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에 나섰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NATO 회원국을 대상으로 중국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와의 협력 중단도 요구하고 있다. 화웨이의 통신장비가 중국의 스파이 활동에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다.

런던=강경민 특파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