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 14개국과 러시아를 비롯한 주요 산유국 10개국 등 이른바 OPEC+24개국이 내년 1분기까지 하루 170만 배럴씩 감산하기로 지난 6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합의했다. OPEC+는 세계 석유의 절반 이상을 생산한다. 이들 국가는 지난 7월에 산유량을 하루 120만 배럴씩 줄이기로 했다. 이번 결정에 따라 기존보다 하루 50만 배럴을 추가 감산한다.


이번 감산 논의는 OPEC 좌장 격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우디는 아람코의 기업공개(IPO) 성공을 위해 유가를 올리고, OPEC+의 주도권이 사우디에 있다는 것을 러시아에 보여주기 위해 추가 감산을 놓고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며 “산유량을 더 줄이자고 해 그간 감산 기준을 지키지 않은 국가에 일종의 경고 메시지도 보냈다”고 했다. 사우디는 하루 1030만 배럴을 생산할 수 있지만 이전 감산 합의에 따라 최근 하루 980만 배럴 정도를 생산한다.

아람코 IPO는 사우디 개혁 프로젝트인 ‘비전 2030’의 핵심이다. 사우디 정부는 각종 개혁 사업 재원을 아람코 IPO를 통해 조달할 계획이다. 아람코의 IPO를 통해 더 많은 자본을 조달하고 주가를 유지하려면 감산이 필요하다. 시가총액 1조7000억달러인 아람코는 오는 11일 사우디 타다울증시에서 첫 거래에 들어간다. 사우디 정부는 사우디 증시에서 아람코 주가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면 뉴욕이나 런던 등 글로벌 금융허브에서 추가 IPO에 나설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얼마를 조달할 수 있느냐가 ‘비전 2030’의 관건이다.

최근 유가가 배럴당 60달러 선에 머물면서 해외 투자기관이 별 관심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엘런 월드 트랜스버설컨설팅 대표는 “수요가 사우디 정부 기대만큼 높지 않았다”며 “투자액 대부분이 사우디 내에서 왔고 외국 자금은 유입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대규모 개혁 사업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 사우디가 주요 산유국 감산 압박에 나선 배경이다.

하지만 이번 추가 감산 결정도 아람코 주가를 대폭 밀어올리긴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선물거래기업 엑시트레이더의 스티븐 이네스 시장전략연구선임은 로이터통신에 “원유 시장은 미국의 셰일오일 증산에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이번 감산 조치는 골절상에 반창고를 붙인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에너지분야 컨설팅업체 에너지애스팩츠의 암리타 센 석유부문 수석애널리스트는 “아람코 IPO를 눈앞에 두고 유가 추가 하락을 막는 정도의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