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수도 마닐라에서 남쪽으로 65㎞가량 떨어진 곳에 있는 탈(Taal) 화산이 폭발해 마닐라국제공항의 항공기 운항이 13일 오전까지 전면 중단됐다. 이날 오후부터는 일부 항공편 운항이 재개되기도 했다. 탈 화산은 세계에서 가장 작은 활화산으로 1977년 이후 43년 만에 분화했다.

필리핀 항공당국은 12일 오후 6시(현지시간) 마닐라공항의 활주로 등지에 화산재가 떨어져 항공기 운항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공항이 폐쇄되면서 13일까지 항공기 500여 편이 결항됐다. 항공당국은 마닐라 북쪽에 있는 클라크공항에도 화산재가 떨어져 공항 운영을 일시 중단했다.

탈 화산은 12일 오전 11시께부터 우르릉거리는 소리와 진동이 관측되며 증기 활동이 활발해졌다. 이후 화산재가 뿜어져 나와 오후 7시30분께 높이 10~15㎞에 달하는 화산재 기둥이 형성됐고, 수도권인 케손시 북쪽까지 화산재가 떨어지자 필리핀지진화산연구소가 경보 4단계를 발령했다. 이는 수시간 또는 며칠 안에 위험한 수준의 폭발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호수로 둘러싸인 화산섬 인근 지역에서 규모 2.9, 3.9 등의 지진이 최소 75차례 관측됐으며 화산 폭발에 따른 지진해일(쓰나미) 우려도 제기됐다. 13일 오전에는 용암이 분출됐고, 더 큰 폭발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탈 화산 폭발로 1911년과 1965년에 각각 1300여 명과 200여 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필리핀 당국은 탈 화산섬을 영구 위험 지역으로 선포해 일반인의 접근을 차단했고, 반경 14㎞ 이내 주민에게 대피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4만5000여 명의 주민과 관광객이 대피했다.

필리핀 대통령궁은 이날 수도권과 인근 지역의 모든 관공서 및 학교에 각각 휴무령과 휴교령을 내렸고, 민간기업에도 휴업을 권고했다. 현지 소셜미디어(SNS)에는 화산재로 덮인 승용차와 방진 마스크를 사려는 시민이 길게 줄을 선 모습을 담은 사진이 잇따라 올라왔다.

필리핀 주재 한국대사관은 24시간 비상대책반을 가동하면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교민과 관광객에게 안전에 유의할 것을 당부하면서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필수 영사업무 담당자를 배치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