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오는 3월부터 일본 주요 지역에 무인 수소연료전지차(FCV) 충전소 설치를 허용키로 했다. 수소차 보급을 확대하기 위해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나선 것이다. 빠르게 수소차 인프라를 확충하고 있는 한국과의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도 나온다.

16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경제산업성은 고압가스보안법 등 관계 법령을 개정해 무인으로 수소차 충전소 영업을 할 수 있도록 허용키로 했다.

이 같은 조치로 연평균 3400만엔(약 3억5909만원)에 달하는 수소차 충전소 운영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됐다. 충전소가 충분히 확보돼야 수소차 보급이 탄력을 받을 것이란 게 일본 정부의 판단이다.

경제산업성은 무인으로 수소차 충전소를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조건으로 원격감시 시스템을 마련하고, 수소누출 방지 등 안전장치를 갖추는 것을 내걸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말 현재 112개인 수소차 충전소를 2025년까지 320개소로 늘린다는 목표다. 일본 정부는 2018년 이후 수소차 충전소 시설 및 관리감독 요건 등 20개 항목의 규제를 완화해왔다.

일본 정부는 올해 열리는 도쿄올림픽과 2025년 오사카 엑스포를 환경을 중시하는 일본의 정책을 홍보하는 계기로 삼을 계획이다. 이를 위해 수소차 보급을 늘린다는 방침이다.

한국과의 치열한 수소차 시장 선점 경쟁도 일본 정부가 신경 쓰는 대목이다. 지난해 1~10월 현대자동차는 글로벌 시장에서 3666대의 수소차를 판매해 1위를 차지했다. 일본 도요타자동차(2174대)와 혼다(286대)는 수소차 판매가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한국의 수소차 충전소 개수는 34개로 일본과 독일(81개), 미국(70개)에는 못 미치지만, 지난해 한 해에만 20개를 설치했다.

한국과 일본은 전기차에 비해 경쟁력을 갖춘 수소차가 차세대 자동차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를 바라고 있다. 내연기관 관련 부품업체 대부분이 도태될 수밖에 없는 전기차에 비해 수소차는 상당수 부품산업을 보존할 수 있다는 점도 한국과 일본이 수소차를 중시하는 이유로 꼽힌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