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자국의 최근 핵 활동 재개와 관련해 유럽 국가들이 이를 계속 문제삼을 경우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란이 NPT를 탈퇴하면 인근 중동 국가들 사이에서 연쇄 탈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이날 이란 의회지인 ICANA를 통해 “유럽 국가들이 부적절한 행위를 계속하거나 이란의 핵 활동 재개 문제 논의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끌어들이면 이란은 NPT를 떠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의 이번 경고는 지난 14일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서명국인 영국과 프랑스, 독일이 합의 조항을 근거로 ‘분쟁 해결’ 절차를 발동한다고 선언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이 절차는 상대방에 대해 합의 불이행 의심을 제기하는 것으로 발동 시 양측은 2주간 장관급 대화를 하게 된다. 만약 여기서 분쟁이 해소되지 않으면 절차를 발동시킨 당사국은 최종적으로 유엔 안보리에 제재를 요청할 수 있다.

NPT는 1968년 제정된 다자조약으로 비핵국가에 핵 개발 금지를, 핵보유국에는 핵군축을 요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까지 NPT에 들어갔다 탈퇴한 나라는 북한이 유일하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만약 이란이 NPT를 탈퇴할 경우 인근 중동 국가를 중심으로 연쇄 탈퇴 움직임이 나타날 위험이 있다”고 분석했다. 사우디 최고 실세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는 2018년 “이란이 NPT를 탈퇴하면 사우디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지난해 시정연설에서 “터키에 핵무기가 없다는 건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