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정부 한계' 슬로베니아 총리 전격 사임…조기 총선 요구
동유럽 국가 슬로베니아의 총리가 27일(현지시간) 전격적으로 사임을 발표했다.

AFP 통신 등에 따르면 마르얀 세렉 총리는 이날 지지 기반이 약한 소수 정부의 한계를 언급하며 의회에 자진 사임의 뜻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세렉 총리는 취재진에 "현재의 의회 구성과 연립정부로는 국민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없다"고 사임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정직한 일은 조기 총선을 열어 국민이 나를 신임하는지, 내가 계속 총리로서 일하길 원하는지를 묻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총리 사임에 앞서 재무장관도 이날 오전 자진 사퇴를 발표했다.

세렉 총리는 부패하고 무능한 기성 정치에 반기를 들고 창당된 반체제 정당 '리스트'(LMCS) 소속으로, 코미디언 출신이라는 이색적인 경력 때문에 정계의 주목을 받았다.

2018년 6월 총선에서 전체 90석 가운데 13석을 얻어 제2당으로 올라선 '리스트'(LMS)와 중도좌파 성향의 사회민주당(SD), 현대중앙당(SMC), 알렌카 바라투세크의 당, 연금생활자당(DeSUS) 사이에 연정이 구성된 뒤 총리로 지명됐다.

하지만 다섯 정당의 의석 수를 모두 합해도 전체 90석의 과반에 못 미치는 43석에 불과해 국정운영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총선에서 25석을 확보해 제1당이 됐지만 부패 스캔들 등으로 연정에서 배제된 우파 정당 슬로베니아민주당(SDS)이 정책 추진에 발목을 잡는 데다 최근에는 연정의 내분까지 더해져 더는 연정을 끌고 가기가 어렵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그가 탄탄한 지지 기반을 갖춘 단독 집권을 위해 총리 사임과 조기 총선 개최라는 정치적 승부수를 던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세렉 총리의 사임에 따라 보루트 파호르 슬로베니아 대통령은 조만간 의회 의석을 가진 정당들과 새 연정 구성 협의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새로운 연정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면 조기 총선 실시를 결단할 수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