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세계 6위 부자 암바니, 투자 실패로 이젠 '빈털터리'
한때 세계 부자 6위에 올랐던 인도 재벌 아닐 암바니 릴라이언스그룹 회장(사진)이 투자 실패로 빈털터리가 됐다.

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아닐 회장은 전날 중국공상은행(ICBC) 등 중국 은행 세 곳이 제기한 채무 이행 소송에서 “내 순자산은 제로(0)”라고 주장했다. ICBC 등 중국 은행들은 아닐 회장이 이끄는 통신업체 릴라이언스커뮤니케이션에 2012년 9억2500만달러(약 1조1000억원)를 빌려줬다.

중국 은행들은 릴라이언스커뮤니케이션이 지난해 파산하자 아닐 회장이 개인적으로 채무를 보증했다며 영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아닐 회장 측은 “어떤 보증도 없었다”고 부인했다. 이어 “2012년 70억달러를 웃돌았던 투자 자산이 현재 1억달러로 줄었다”며 “부채까지 고려하면 순자산은 제로”라고 했다.

아시아 최고 갑부인 무케시 암바니 릴라이언스인더스트리 회장의 동생인 그는 한때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뽑은 세계 6위 부자였다. 2008년 기준 재산 규모가 420억달러(약 50조원)에 달했다. 그는 2002년 릴라이언스그룹 창업주인 아버지가 사망한 뒤 경영권 분쟁을 벌이면서 형과 사이가 틀어졌다. 이후 릴라이언스그룹은 무케시 회장이 석유·가스·석유화학 등을, 아닐 회장이 전력·통신·금융 등을 맡았다.

FT는 “형인 무케시 회장이 자산 560억달러를 보유한 부자로 입지를 다진 것과 달리 아닐 회장은 작년 릴라이언스커뮤니케이션 파산 이후 급속도로 무너졌다”고 전했다. 아닐 회장은 금융, 엔터테인먼트, 부동산 등 여러 분야에 투자했지만 대부분의 투자금을 날린 것으로 알려졌다.

ICBC 변호인은 “아닐 회장은 여전히 고급 승용차, 자가용 비행기, 호화 주택 등의 부를 누리면서 지내고 있다”며 채무 변제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인도 재계에선 아닐 회장이 엄청난 자산을 모두 날렸고, 지금은 스스로 힘으로 재기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아닐 회장은 지난해엔 형 무케시 회장의 7700만달러(약 920억원) 지원으로 채무 불이행과 관련해 수감될 위기를 벗어나기도 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