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야심차게 추진한 비전펀드 2호가 1호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자금만 유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워크, 우버 등에 대한 투자 실패로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 7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소프트뱅크 비전펀드 2호가 위워크 투자 실패 충격 등의 영향으로 당초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의 자금만 모은 것으로 나타났다.

비전펀드 관계자에 따르면 비전펀드 2호가 모금한 자금은 당초 목표치(1080억달러·약 128조원)의 절반도 안 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나마 모은 자금의 대부분도 소프트뱅크가 출자한 것이란 설명이다. 비전펀드 1호의 ‘큰손’ 출자자였던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국부펀드 등이 2호 펀드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소프트뱅크는 지난해 1080억달러 규모의 비전펀드 2호를 출범시키겠다고 발표했다. 1000억달러(약 119조원)짜리 1호보다 규모를 키워 글로벌 벤처 투자를 선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해 위워크를 비롯해 잇따른 정보기술(IT) 투자 실패로 비전펀드가 거액의 손실을 보자 분위기가 바뀌었다. 소프트뱅크는 지난해 위워크 투자금 44억달러(약 5조2514억원) 중 35억달러(약 4조1772억원)를 상각 처리했다. 작년 11월에는 소프트뱅크 38년 역사상 최대 규모의 분기 적자를 냈다.

잇따른 대형 투자 실패로 곤욕을 치르면서 손 회장의 비전펀드가 기술혁신 기업에 대한 투자를 지속할 수 있을지 시장의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