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WG CEO, 흔한 茶를 '향기로운 명품'으로…19세기 고급 살롱 느낌 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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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하 북딥 TWG티 공동창업자 겸 CEO
큼지막하게 쓰여진 1837
2008년 창업한 '젊은 기업'이지만
싱가포르가 차무역중심지로 뜬 해를
브랜드에 넣어 전통·고급 이미지 굳혀
茶를 예술품으로 마케팅
큼지막하게 쓰여진 1837
2008년 창업한 '젊은 기업'이지만
싱가포르가 차무역중심지로 뜬 해를
브랜드에 넣어 전통·고급 이미지 굳혀
茶를 예술품으로 마케팅
“아시아에서는 어디서든 차(茶)를 거의 공짜로 마실 수 있다. 아시아 국가에서 차 카페를 창업하는 건 그냥 돈을 버리자는 얘기다.”
타하 북딥 TWG티(TWG)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2008년 창업을 앞두고 이 같은 말을 자주 들었다. 싱가포르에서 차 카페를 내겠다는 계획에 대부분 고개를 가로저었다. 동양 문화권에선 차가 워낙 일상화돼 있다 보니 차를 팔아선 충분한 이익을 낼 수 없다는 지적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사람들의 예상과 달랐다. 북딥 CEO는 창업 10여 년 만에 TWG를 고급 차 브랜드로 키웠다. TWG는 작년 기준 40여 개국에 차를 유통하고 있다. 한국 중국 일본 영국 프랑스 등 19개국에는 개별 매장을 두고 있다. 흔한 차 대신 ‘합리적 명품’을 내놓은 덕분이라는 게 북딥 CEO의 설명이다.
○차 문화에 매료돼 창업 결정
북딥 CEO는 모로코계 프랑스인이다. 어린 시절부터 다양한 차를 맛보며 자랐다. 북딥 CEO는 “모로코에서 차는 보편적인 음료이자 사회생활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라며 “집을 찾은 손님과 자주 차를 마시곤 했다”고 말했다. 프랑스에서 자라는 동안 여러 고급 차 브랜드를 접했다. 그러다 친구 소개로 차 기업 마리아주프레르에 입사했다. 17세기부터 이어온 프랑스 차 기업이다. 그는 “일을 할수록 차 문화에 빠져들었고, 차 기업을 창업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처음 그가 창업하려고 했던 곳은 미국 뉴욕이었다. 2004년 자신이 일하던 차 카페에 손님으로 온 인도계 기업가 마노즈 무르자니를 만나면서 생각을 바꿨다. 무르자니는 인도 의류업계 재벌 무르자니그룹을 이끄는 모한 무르자니 회장의 아들이다. 북딥 CEO가 차사업 계획 이야기를 꺼내자 무르자니는 본인이 살고 있는 싱가포르에 가보라고 추천했다. 동서양 차 무역의 중심지라는 이유에서였다. 3년 뒤 북딥 CEO는 그의 부인 마란다 반스, 무르자니 등과 함께 TWG를 공동 창업했다.
○‘합리적 명품’ 마케팅 주력
북딥 CEO는 싱가포르엔 고급 차 수요가 충분하다고 봤다. 금융 중심지로 1인당 소비력이 높은 편이고, 그에 비해 명품 차 매장은 찾기 힘들다는 판단이었다. TWG는 2008년 싱가포르에서 처음으로 차 카페 겸 매장을 열었다. 고급 살롱을 연상시키도록 대리석 바닥에 원목가구를 들이고 곳곳을 도자기로 장식했다.
TWG가 창업한 직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다. 하지만 우려와 달리 카페엔 연일 손님이 북적였다. TWG는 2008년에만 차 650t을 팔았다. 북딥 CEO는 “넥타이를 맨 비즈 니스맨들이 TWG 카페에 모여 차를 마시며 금융위기 대책을 논의하곤 했다”며 “경제위기 속에서도 장사가 잘되는 것을 보고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이 커졌다”고 말했다.
그는 TWG를 ‘합리적 명품’으로 마케팅한 것이 주효했다고 봤다. 불경기에 명품 시계를 사거나 고급 식당에 가는 일은 사치로 여겨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지만, 차는 그렇지 않았다는 얘기다. 오히려 10달러 안팎을 써서 분위기 좋은 매장에서 기분을 내기 위해 매장을 찾는 이들이 많았다.
북딥 CEO는 TWG를 명품 브랜드로 마케팅하기 위해 각종 전략을 썼다. 신생업체지만 상표에 ‘1837’이라는 숫자를 넣었다. 싱가포르가 상공회의소를 설립해 차 무역 중심지로 발돋움한 해다. 차 통도 19세기 차 무역 당시 사용했던 모양을 그대로 재현해 제작했다. 그 덕분에 많은 사람이 TWG를 역사가 깊은 브랜드로 여겼다.
고급 이미지를 빨리 쌓기 위해 명품 매장 인근에 집중적으로 입점하는 전략도 썼다. 새로운 국가에 진출할 때도 명품 매장이 밀집한 거리에 카페를 낸다. 향초 등 차 향을 살린 각종 생활용품도 만들어 화려한 포장을 입혔다. 홍보 마케팅을 책임지는 북딥 CEO의 부인 반스 이사의 경험을 살렸다. 반스 이사는 창업 전 명품업계에서 향수 마케팅을 담당했다.
북딥 CEO는 “TWG는 차를 예술품으로 마케팅한다”며 “이게 글로벌 성공의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품질 관리·신제품 개발 노력도 꾸준
북딥 CEO는 차 품질 관리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상품의 질이 좋아야만 명품 마케팅도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북딥 CEO는 매년 직접 세계 곳곳의 다원(茶園)을 수십 군데 찾아 좋은 차를 선별해 구입한다. 최상급 차를 독점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다원과의 관계 유지에도 힘쓴다. 차 잎과 함께 천연 재료를 넣어 향을 더한 블렌딩 티를 만들 때도 마찬가지다. 블렌딩 티 재료로 들어가는 말린 과일이나 꽃, 향신료 등도 공급자를 선별해 쓰고 있다. 차를 우리는 티백은 100% 면사를 쓰고, TWG 차 카페에선 온도 변화가 상대적으로 적은 주석 주전자에 차를 내준다.
차 품질과 카페 서비스 관리를 위해 TWG 차 연구소도 세웠다. 차 배합법부터 차를 따르는 예의범절까지 차 문화에 관련된 각종 기술을 교육·개발한다. 북딥 CEO는 “아시아 각국에서 차 문화가 흔하고, 각 지역에서 차를 쉽게 구입할 수 있는데도 굳이 TWG 차를 즐겨 찾는 소비자가 많다”며 “이는 소비자들이 TWG 차의 품질을 높게 평가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신제품 개발도 꾸준히 한다. TWG는 지금껏 1000종 넘는 차를 내놨다. 녹차 홍차 백차 황차 청차 블렌딩티 등 종류가 다양하다. 북딥 CEO는 매년 50종 안팎의 신제품을 테스트한다. 다른 고급 차 브랜드에선 잘 내놓지 않는 10~20대를 겨냥한 차도 있다. 그는 “TWG는 모든 이가 차를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제품을 갖추는 게 목표”라며 “다양한 나라의 문화를 반영해 새롭고 특별한 차를 계속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타하 북딥 TWG티(TWG)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2008년 창업을 앞두고 이 같은 말을 자주 들었다. 싱가포르에서 차 카페를 내겠다는 계획에 대부분 고개를 가로저었다. 동양 문화권에선 차가 워낙 일상화돼 있다 보니 차를 팔아선 충분한 이익을 낼 수 없다는 지적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사람들의 예상과 달랐다. 북딥 CEO는 창업 10여 년 만에 TWG를 고급 차 브랜드로 키웠다. TWG는 작년 기준 40여 개국에 차를 유통하고 있다. 한국 중국 일본 영국 프랑스 등 19개국에는 개별 매장을 두고 있다. 흔한 차 대신 ‘합리적 명품’을 내놓은 덕분이라는 게 북딥 CEO의 설명이다.
○차 문화에 매료돼 창업 결정
북딥 CEO는 모로코계 프랑스인이다. 어린 시절부터 다양한 차를 맛보며 자랐다. 북딥 CEO는 “모로코에서 차는 보편적인 음료이자 사회생활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라며 “집을 찾은 손님과 자주 차를 마시곤 했다”고 말했다. 프랑스에서 자라는 동안 여러 고급 차 브랜드를 접했다. 그러다 친구 소개로 차 기업 마리아주프레르에 입사했다. 17세기부터 이어온 프랑스 차 기업이다. 그는 “일을 할수록 차 문화에 빠져들었고, 차 기업을 창업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처음 그가 창업하려고 했던 곳은 미국 뉴욕이었다. 2004년 자신이 일하던 차 카페에 손님으로 온 인도계 기업가 마노즈 무르자니를 만나면서 생각을 바꿨다. 무르자니는 인도 의류업계 재벌 무르자니그룹을 이끄는 모한 무르자니 회장의 아들이다. 북딥 CEO가 차사업 계획 이야기를 꺼내자 무르자니는 본인이 살고 있는 싱가포르에 가보라고 추천했다. 동서양 차 무역의 중심지라는 이유에서였다. 3년 뒤 북딥 CEO는 그의 부인 마란다 반스, 무르자니 등과 함께 TWG를 공동 창업했다.
○‘합리적 명품’ 마케팅 주력
북딥 CEO는 싱가포르엔 고급 차 수요가 충분하다고 봤다. 금융 중심지로 1인당 소비력이 높은 편이고, 그에 비해 명품 차 매장은 찾기 힘들다는 판단이었다. TWG는 2008년 싱가포르에서 처음으로 차 카페 겸 매장을 열었다. 고급 살롱을 연상시키도록 대리석 바닥에 원목가구를 들이고 곳곳을 도자기로 장식했다.
TWG가 창업한 직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다. 하지만 우려와 달리 카페엔 연일 손님이 북적였다. TWG는 2008년에만 차 650t을 팔았다. 북딥 CEO는 “넥타이를 맨 비즈 니스맨들이 TWG 카페에 모여 차를 마시며 금융위기 대책을 논의하곤 했다”며 “경제위기 속에서도 장사가 잘되는 것을 보고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이 커졌다”고 말했다.
그는 TWG를 ‘합리적 명품’으로 마케팅한 것이 주효했다고 봤다. 불경기에 명품 시계를 사거나 고급 식당에 가는 일은 사치로 여겨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지만, 차는 그렇지 않았다는 얘기다. 오히려 10달러 안팎을 써서 분위기 좋은 매장에서 기분을 내기 위해 매장을 찾는 이들이 많았다.
북딥 CEO는 TWG를 명품 브랜드로 마케팅하기 위해 각종 전략을 썼다. 신생업체지만 상표에 ‘1837’이라는 숫자를 넣었다. 싱가포르가 상공회의소를 설립해 차 무역 중심지로 발돋움한 해다. 차 통도 19세기 차 무역 당시 사용했던 모양을 그대로 재현해 제작했다. 그 덕분에 많은 사람이 TWG를 역사가 깊은 브랜드로 여겼다.
고급 이미지를 빨리 쌓기 위해 명품 매장 인근에 집중적으로 입점하는 전략도 썼다. 새로운 국가에 진출할 때도 명품 매장이 밀집한 거리에 카페를 낸다. 향초 등 차 향을 살린 각종 생활용품도 만들어 화려한 포장을 입혔다. 홍보 마케팅을 책임지는 북딥 CEO의 부인 반스 이사의 경험을 살렸다. 반스 이사는 창업 전 명품업계에서 향수 마케팅을 담당했다.
북딥 CEO는 “TWG는 차를 예술품으로 마케팅한다”며 “이게 글로벌 성공의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품질 관리·신제품 개발 노력도 꾸준
북딥 CEO는 차 품질 관리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상품의 질이 좋아야만 명품 마케팅도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북딥 CEO는 매년 직접 세계 곳곳의 다원(茶園)을 수십 군데 찾아 좋은 차를 선별해 구입한다. 최상급 차를 독점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다원과의 관계 유지에도 힘쓴다. 차 잎과 함께 천연 재료를 넣어 향을 더한 블렌딩 티를 만들 때도 마찬가지다. 블렌딩 티 재료로 들어가는 말린 과일이나 꽃, 향신료 등도 공급자를 선별해 쓰고 있다. 차를 우리는 티백은 100% 면사를 쓰고, TWG 차 카페에선 온도 변화가 상대적으로 적은 주석 주전자에 차를 내준다.
차 품질과 카페 서비스 관리를 위해 TWG 차 연구소도 세웠다. 차 배합법부터 차를 따르는 예의범절까지 차 문화에 관련된 각종 기술을 교육·개발한다. 북딥 CEO는 “아시아 각국에서 차 문화가 흔하고, 각 지역에서 차를 쉽게 구입할 수 있는데도 굳이 TWG 차를 즐겨 찾는 소비자가 많다”며 “이는 소비자들이 TWG 차의 품질을 높게 평가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신제품 개발도 꾸준히 한다. TWG는 지금껏 1000종 넘는 차를 내놨다. 녹차 홍차 백차 황차 청차 블렌딩티 등 종류가 다양하다. 북딥 CEO는 매년 50종 안팎의 신제품을 테스트한다. 다른 고급 차 브랜드에선 잘 내놓지 않는 10~20대를 겨냥한 차도 있다. 그는 “TWG는 모든 이가 차를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제품을 갖추는 게 목표”라며 “다양한 나라의 문화를 반영해 새롭고 특별한 차를 계속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