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년간 임금 큰 폭으로 깎인 日 중장년 직장인들 [김동욱의 일본경제 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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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말 아베 신조( 安倍晋三)일본 총리의 2차 집권 이후 일본 경제는 과거에 비해 크게 개선됐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입니다. 특히 실업의 고리를 끊고 장기간 사실상 완전 고용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점을 일본 정부는 ‘업적’으로 크게 강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처럼 ‘양적’으로 고용상황은 개선됐지만 ‘고용의 질’이 좋아졌는지에 대해선 논란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고용의 질을 결정하는 여러 요인 중 하나가 임금 수준입니다. 전체적으로 일본 근로자의 실질소득 증가가 크지 않았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이와 관련, 일본 중장년층 고용자들의 임금이 뒷걸음질 쳤다는 지적이 제기돼 눈길을 끕니다. 일본 특유의 연공서열제 영향으로 임금 수준이 높은 40~50대 직원들이 기업의 총인건비 억제의 주요 대상이 되면서 이들의 소득이 줄었다는 분석입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후생노동성의 임금구조 기본통계조사에서 대졸 신규 졸업자로 한 기업에 계속 근무하고 있는 남성 직원의 2000년과 2018년 임금을 비교한 결과,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났습니다.
55세 직원의 급여 중앙치를 살펴보면 2000년에는 62만2500엔(약 693만원)이었지만 2018년에는 53만6400엔(약 597만원)으로 14%나 하락했습니다. 급여 기준 상위 10%번째에 해당하는 임금은 2000년 84만7300엔(약 944만원)에서 2018년 82만3000엔(약 916만원)으로 3%가량 줄었습니다. 임금이 하위 10%째인 근로자 임금은 2000년 45만2600엔(약 504만원)에서 2018년 35만600엔(약 390만원)으로 23%나 급락했습니다. 50대 직원의 경우, 지난 20년간 실질적인 임금하락이 강하게 진행됐다는 지적입니다. 특히 하위 소득자의 하락폭이 큰 점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상위 10%째와 하위 10%째 근로자의 임금 차는 2000년 39만4700엔(약 439만원)에서 2018년(약 526만원)으로 확대됐습니다. 임금 중앙값에 대한 비율은 200년 63%에서 2018년 88%로 불균형 수준이 1.4배나 커졌습니다.
중장년층 임금이 ‘폭격’을 받은 반면 사회에 첫 진출하는 청년층 임금은 상승했습니다. 25세의 급여를 보면 중앙값은 2000년 22만8600엔(약 254만원)에서 2018년 23만5100엔(약 261만원)으로 3%가량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상위 10%째는 임금이 5% 증가했고, 하위 10%째는 1% 늘었습니다.
30세 근로자의 경우는 임금 중앙값이 2000년부터 2018년간 1%가량 감소했지만 40~50대에 비해선 감소폭이 미미했다는 설명입니다.
‘거품경제’ 붕괴 이후 일본 기업들은 실적 악화로 채용을 줄였습니다. 여기에 저출산·고령화 영향까지 겹치면서 결과적으로 기업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들의 평균연령은 빠르게 높아졌습니다. 일본 기업의 고령화가 20여 년간 빠르게 진행된 것입니다. 일본 기업의 대졸 근로자 중 40대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은 2000년 39%에서 2018년 49%로 10%포인트나 높아졌습니다.
이처럼 일본 기업 근로자의 평균 연령은 높아졌지만 연공서열제가 뿌리 깊은 일본에서의 인건비 증가는 예상보다 크지 않았습니다. 일본 재무성의 법인기업 통계조사에 따르면 일본 기업들은 2000년부터 2018년까지 매출이 7%증가했지만 인건비 증가율은 3%에 그쳤습니다. ‘잃어버린 20년’기간 등에 인건비를 억제하며 기업이 생존을 모색했고, 상대적으로 임금이 높은 중장년층을 주요 타깃으로 삼아왔다는 설명입니다.
일본 기업에서 나이가 많은 직원이 늘면서 ‘관리직’ ‘보직’을 맡을 수 없는 중장년층도 증가했습니다. 2000년에는 대졸 50대 남성의 55%가 과장 이상으로 승진했지만 2018년에는 그 비율이 44%에 그쳤습니다. 인적 구조조정이 많지 않은 일본 기업에서도 오래 버틴다고 승진이 보장되는 시기는 이미 예전에 사라진 것입니다. 최근 들어 일본에선 연공서열제를 혁파하고, 우수한 젊은 인재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는 만큼 40~50대의 직장 내 입지는 더욱 좁아들 전망입니다. 이에 상당수 일본 기업에선 중장년층 재교육이 주요 화두로 떠오르고 있기도 합니다. NTT데이터는 ‘고참’직원들을 대상으로 지난해부터 디지털 인재를 육성하는 2년제 연수제도를 시작했습니다. 클라우드와 보안 등의 기술을 배우고 실제 프로젝트 현장에서 이를 실천하는 내용이 교육 프로그램에 담겼습니다.
‘임금 억제’의 타깃이 돼 왔던 40~50대 직장인들은 계속 위축될 수밖에 없을까요. 아니면 새로운 활로를 찾아나갈 수 있을까요. ‘완전 고용’상태라는 일본에서도 밖에서 보이는 것과 같은 ‘고용 천국’과는 거리가 먼 모습입니다. 내부에선 각종 도전과 시련, 마찰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패배자, 피해자도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일본에선 그런 결과가 지금까진 ‘나이’를 기준으로 진행됐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모습이 지속될까요. 결과가 주목됩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
고용의 질을 결정하는 여러 요인 중 하나가 임금 수준입니다. 전체적으로 일본 근로자의 실질소득 증가가 크지 않았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이와 관련, 일본 중장년층 고용자들의 임금이 뒷걸음질 쳤다는 지적이 제기돼 눈길을 끕니다. 일본 특유의 연공서열제 영향으로 임금 수준이 높은 40~50대 직원들이 기업의 총인건비 억제의 주요 대상이 되면서 이들의 소득이 줄었다는 분석입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후생노동성의 임금구조 기본통계조사에서 대졸 신규 졸업자로 한 기업에 계속 근무하고 있는 남성 직원의 2000년과 2018년 임금을 비교한 결과,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났습니다.
55세 직원의 급여 중앙치를 살펴보면 2000년에는 62만2500엔(약 693만원)이었지만 2018년에는 53만6400엔(약 597만원)으로 14%나 하락했습니다. 급여 기준 상위 10%번째에 해당하는 임금은 2000년 84만7300엔(약 944만원)에서 2018년 82만3000엔(약 916만원)으로 3%가량 줄었습니다. 임금이 하위 10%째인 근로자 임금은 2000년 45만2600엔(약 504만원)에서 2018년 35만600엔(약 390만원)으로 23%나 급락했습니다. 50대 직원의 경우, 지난 20년간 실질적인 임금하락이 강하게 진행됐다는 지적입니다. 특히 하위 소득자의 하락폭이 큰 점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상위 10%째와 하위 10%째 근로자의 임금 차는 2000년 39만4700엔(약 439만원)에서 2018년(약 526만원)으로 확대됐습니다. 임금 중앙값에 대한 비율은 200년 63%에서 2018년 88%로 불균형 수준이 1.4배나 커졌습니다.
중장년층 임금이 ‘폭격’을 받은 반면 사회에 첫 진출하는 청년층 임금은 상승했습니다. 25세의 급여를 보면 중앙값은 2000년 22만8600엔(약 254만원)에서 2018년 23만5100엔(약 261만원)으로 3%가량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상위 10%째는 임금이 5% 증가했고, 하위 10%째는 1% 늘었습니다.
30세 근로자의 경우는 임금 중앙값이 2000년부터 2018년간 1%가량 감소했지만 40~50대에 비해선 감소폭이 미미했다는 설명입니다.
‘거품경제’ 붕괴 이후 일본 기업들은 실적 악화로 채용을 줄였습니다. 여기에 저출산·고령화 영향까지 겹치면서 결과적으로 기업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들의 평균연령은 빠르게 높아졌습니다. 일본 기업의 고령화가 20여 년간 빠르게 진행된 것입니다. 일본 기업의 대졸 근로자 중 40대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은 2000년 39%에서 2018년 49%로 10%포인트나 높아졌습니다.
이처럼 일본 기업 근로자의 평균 연령은 높아졌지만 연공서열제가 뿌리 깊은 일본에서의 인건비 증가는 예상보다 크지 않았습니다. 일본 재무성의 법인기업 통계조사에 따르면 일본 기업들은 2000년부터 2018년까지 매출이 7%증가했지만 인건비 증가율은 3%에 그쳤습니다. ‘잃어버린 20년’기간 등에 인건비를 억제하며 기업이 생존을 모색했고, 상대적으로 임금이 높은 중장년층을 주요 타깃으로 삼아왔다는 설명입니다.
일본 기업에서 나이가 많은 직원이 늘면서 ‘관리직’ ‘보직’을 맡을 수 없는 중장년층도 증가했습니다. 2000년에는 대졸 50대 남성의 55%가 과장 이상으로 승진했지만 2018년에는 그 비율이 44%에 그쳤습니다. 인적 구조조정이 많지 않은 일본 기업에서도 오래 버틴다고 승진이 보장되는 시기는 이미 예전에 사라진 것입니다. 최근 들어 일본에선 연공서열제를 혁파하고, 우수한 젊은 인재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는 만큼 40~50대의 직장 내 입지는 더욱 좁아들 전망입니다. 이에 상당수 일본 기업에선 중장년층 재교육이 주요 화두로 떠오르고 있기도 합니다. NTT데이터는 ‘고참’직원들을 대상으로 지난해부터 디지털 인재를 육성하는 2년제 연수제도를 시작했습니다. 클라우드와 보안 등의 기술을 배우고 실제 프로젝트 현장에서 이를 실천하는 내용이 교육 프로그램에 담겼습니다.
‘임금 억제’의 타깃이 돼 왔던 40~50대 직장인들은 계속 위축될 수밖에 없을까요. 아니면 새로운 활로를 찾아나갈 수 있을까요. ‘완전 고용’상태라는 일본에서도 밖에서 보이는 것과 같은 ‘고용 천국’과는 거리가 먼 모습입니다. 내부에선 각종 도전과 시련, 마찰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패배자, 피해자도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일본에선 그런 결과가 지금까진 ‘나이’를 기준으로 진행됐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모습이 지속될까요. 결과가 주목됩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