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효과 없다? 코로나에도 유럽서 마스크 안 쓰는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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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현지시간) 오후 영국 최대 공항인 런던 히드로공항. 한국 등 아시아 국가에서 출발한 항공기에서 내린 승객들의 대부분은 마스크를 쓴 채 입국장을 빠져나왔다. 특히 동양인으로 보이는 승객들 열 명 중 아홉 명 정도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다음날인 28일 런던 남쪽에 있는 개트윅공항. 유럽 대륙을 오가는 항공편이 집중된 영국 제2의 공항이다. 공항 풍경은 전날 히드로공항과는 사뭇 달랐다. 마스크를 쓴 승객들은 손에 꼽을 정도로 찾기 힘들었다. 그나마 마스크를 쓴 승객들의 대부분은 동양인들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불안감으로 국내에선 ‘마스크 대란’이 연일 벌어지고 있다. 약국·우체국·농협 등 공적 판매처에선 마스크를 구입하기 위한 시민들이 긴 줄을 서는 등 마스크가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반면 영국 등 유럽에선 아직까지 마스크 품귀 현상을 찾아보기 어렵다.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쓰는 현지인들의 모습도 찾기 어렵다.
런던 한복판에 있는 유럽 최대 규모의 차이나타운에서도 마스크 착용은 일상화된 광경이 아니다. 런던 번화가인 피카딜리서커스와 소호 인근에 있는 차이나타운은 현지인들도 자주 들르는 곳이다. 하지만 마스크를 착용한 현지인들의 모습은 거의 찾기 어렵다. 인근 음식점이나 상점 등 공공장소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런 모습은 영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프랑스 파리와 스페인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세비야 등 아시아 관광객들이 자주 찾는 도시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유가 뭘까. 우선 중국과 한국 등 아시아 국가에 비해 아직까지 유럽의 확진자 수가 적다는 점이다. 이탈리아를 제외하고 아직까지 확진자가 100명을 넘은 유럽 국가는 없다. 더욱이 아직까지 지역사회 감염은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고 있다. 유럽의 확진자 대부분은 이탈리아 북부와 아시아 국가를 다녀온 데서 비롯됐다. 유럽에서도 최근 들어 코로나19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국내와 비교하면 아직까지 강도는 덜한 편이다. 지역사회 감염이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부 아시아 국가에서 온 사람들만 조심한다면 감염 염려가 없다는 인식도 강하다.
영국과 유럽연합(EU)은 중국 본토와 한국 대구·청도 및 이탈리아 북부 등 확진자가 급증한 지역에서 온 입국자들에 국한해 자가격리 및 신고를 의무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국내 다른 지역에서 입국한 한국인들은 기침, 발열, 호흡곤란 증상이 없으면 영국에 입국하는 데 지장은 없다.
영국 및 EU 보건당국이 코로나19 예방에 마스크 효과가 별로 없다고 발표한 것도 유럽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현지인들을 찾기 어려운 또 다른 이유로 분석된다. 영국 보건당국(NHS)은 홈페이지의 공식 질의응답을 통해 “마스크는 병원에선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일반 대중들에게 알려진 혜택에 대한 증거는 거의 없다”고 발표했다. 의료진들이나 코로나19 환자와 같은 공간에 있는 경우에만 마스크 착용이 필수적이라는 것이 영국 보건당국의 설명이다.
유럽 보건당국인 유럽질병예방통제센터(ECDC)도 공식 질의응답을 통해 “마스크는 주변 사람들에게 아픈 사람들의 감염이 더 이상 확산되는 것을 막는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다만 감염되지 않은 사람들을 보호하는 데는 마스크가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다는 것이 유럽 보건당국의 지적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건강하다는 점을 전제로 코로나19 환자를 돌보는 경우에만 마스크를 착용하면 된다”며 “기침이나 재채기가 나온다면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영국과 유럽 보건당국은 코로나19를 막기 위해 손 씻기를 가장 강조하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눈, 코, 입을 통해 몸에 들어오기 때문에 씻지 않은 손으로 만지면 안 된다는 것이 보건당국의 설명이다. 더욱이 마스크를 착용했다고 할지라도 손으로 얼굴과 코, 눈 부위를 더 자주 만지게 되면 오히려 바이러스가 침입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렇다보니 유럽에선 마스크를 착용할 경우 오히려 혐오차별의 타깃이 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한 교민은 “아직까지 마스크를 쓰는 행위가 낯선 유럽에선 마스크를 쓰면 코로나19 보균자로 인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현지인들을 의식해 일부러 외출시 마스크를 쓰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유럽에 살고 있는 한인 등 아시아 국가 출신 교민들은 이런 분위기를 의식해 대부분 마스크를 쓰지 않는다. 유럽에서 마스크를 착용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아시아에서 온 관광객들이다.
다만 유럽에서도 조만간 마스크 수요가 급증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이탈리아 내 확진자가 1000명을 넘어선 데 이어 유럽 전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 내 지역사회 감염이 확산돼 확진자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면 현지인들도 마스크를 쓸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내 의료진도 좁고 밀폐된 공간에서 혹시나 있을지 모를 감염자로부터의 보호를 위해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고 있다.
런던=강경민 특파원 kkm1026@hankyung.com
다음날인 28일 런던 남쪽에 있는 개트윅공항. 유럽 대륙을 오가는 항공편이 집중된 영국 제2의 공항이다. 공항 풍경은 전날 히드로공항과는 사뭇 달랐다. 마스크를 쓴 승객들은 손에 꼽을 정도로 찾기 힘들었다. 그나마 마스크를 쓴 승객들의 대부분은 동양인들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불안감으로 국내에선 ‘마스크 대란’이 연일 벌어지고 있다. 약국·우체국·농협 등 공적 판매처에선 마스크를 구입하기 위한 시민들이 긴 줄을 서는 등 마스크가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반면 영국 등 유럽에선 아직까지 마스크 품귀 현상을 찾아보기 어렵다.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쓰는 현지인들의 모습도 찾기 어렵다.
런던 한복판에 있는 유럽 최대 규모의 차이나타운에서도 마스크 착용은 일상화된 광경이 아니다. 런던 번화가인 피카딜리서커스와 소호 인근에 있는 차이나타운은 현지인들도 자주 들르는 곳이다. 하지만 마스크를 착용한 현지인들의 모습은 거의 찾기 어렵다. 인근 음식점이나 상점 등 공공장소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런 모습은 영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프랑스 파리와 스페인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세비야 등 아시아 관광객들이 자주 찾는 도시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유가 뭘까. 우선 중국과 한국 등 아시아 국가에 비해 아직까지 유럽의 확진자 수가 적다는 점이다. 이탈리아를 제외하고 아직까지 확진자가 100명을 넘은 유럽 국가는 없다. 더욱이 아직까지 지역사회 감염은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고 있다. 유럽의 확진자 대부분은 이탈리아 북부와 아시아 국가를 다녀온 데서 비롯됐다. 유럽에서도 최근 들어 코로나19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국내와 비교하면 아직까지 강도는 덜한 편이다. 지역사회 감염이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부 아시아 국가에서 온 사람들만 조심한다면 감염 염려가 없다는 인식도 강하다.
영국과 유럽연합(EU)은 중국 본토와 한국 대구·청도 및 이탈리아 북부 등 확진자가 급증한 지역에서 온 입국자들에 국한해 자가격리 및 신고를 의무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국내 다른 지역에서 입국한 한국인들은 기침, 발열, 호흡곤란 증상이 없으면 영국에 입국하는 데 지장은 없다.
영국 및 EU 보건당국이 코로나19 예방에 마스크 효과가 별로 없다고 발표한 것도 유럽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현지인들을 찾기 어려운 또 다른 이유로 분석된다. 영국 보건당국(NHS)은 홈페이지의 공식 질의응답을 통해 “마스크는 병원에선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일반 대중들에게 알려진 혜택에 대한 증거는 거의 없다”고 발표했다. 의료진들이나 코로나19 환자와 같은 공간에 있는 경우에만 마스크 착용이 필수적이라는 것이 영국 보건당국의 설명이다.
유럽 보건당국인 유럽질병예방통제센터(ECDC)도 공식 질의응답을 통해 “마스크는 주변 사람들에게 아픈 사람들의 감염이 더 이상 확산되는 것을 막는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다만 감염되지 않은 사람들을 보호하는 데는 마스크가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다는 것이 유럽 보건당국의 지적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건강하다는 점을 전제로 코로나19 환자를 돌보는 경우에만 마스크를 착용하면 된다”며 “기침이나 재채기가 나온다면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영국과 유럽 보건당국은 코로나19를 막기 위해 손 씻기를 가장 강조하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눈, 코, 입을 통해 몸에 들어오기 때문에 씻지 않은 손으로 만지면 안 된다는 것이 보건당국의 설명이다. 더욱이 마스크를 착용했다고 할지라도 손으로 얼굴과 코, 눈 부위를 더 자주 만지게 되면 오히려 바이러스가 침입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렇다보니 유럽에선 마스크를 착용할 경우 오히려 혐오차별의 타깃이 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한 교민은 “아직까지 마스크를 쓰는 행위가 낯선 유럽에선 마스크를 쓰면 코로나19 보균자로 인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현지인들을 의식해 일부러 외출시 마스크를 쓰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유럽에 살고 있는 한인 등 아시아 국가 출신 교민들은 이런 분위기를 의식해 대부분 마스크를 쓰지 않는다. 유럽에서 마스크를 착용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아시아에서 온 관광객들이다.
다만 유럽에서도 조만간 마스크 수요가 급증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이탈리아 내 확진자가 1000명을 넘어선 데 이어 유럽 전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 내 지역사회 감염이 확산돼 확진자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면 현지인들도 마스크를 쓸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내 의료진도 좁고 밀폐된 공간에서 혹시나 있을지 모를 감염자로부터의 보호를 위해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고 있다.
런던=강경민 특파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