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 성향의 조 바이든 전 미국 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열린 민주당 6개 주 대선후보 경선 중 최소 네 곳에서 좌파 성향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을 꺾고 승리했다.

1주일 전 ‘슈퍼 화요일(14개 주 경선)’에서 압승을 거둔 데 이어 이날 ‘미니 화요일’ 경선에서도 승리하며 ‘대세론 굳히기’에 들어갔다. 바이든은 이날 승리 연설에서 경선 이후를 의식한 듯 샌더스와 함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꺾겠다고 말했다.

바이든은 한국시간 11일 오후 9시 기준으로 핵심 승부처인 미시간주를 비롯해 미시시피, 미주리, 아이다호에서 승리를 확정지었다. 미시간은 이날 경선이 치러진 6개 주 중 가장 많은 대의원(125명)이 걸렸으며 대선 승패를 좌우할 ‘스윙 스테이트(경합주)’ 중 한 곳이다. 특히 2016년 민주당 경선 때 샌더스가 간발의 차이로 당시 경쟁자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누른 곳이기도 하다.

바이든과 샌더스 모두 미시간을 잡기 위해 전력투구했다. 하지만 99% 개표 결과 바이든이 53%를 득표해 37%에 그친 샌더스를 압도했다. 바이든은 미시시피에선 81%, 미주리에선 60%를 득표해 샌더스를 큰 표 차로 눌렀다.

샌더스는 이 시간 현재 6개 주 중 가장 적은 대의원이 걸린 노스다코타(14명)에서만 바이든을 앞섰을 뿐이다. 미시간 다음으로 중요한 승부처인 워싱턴주에선 72% 개표 결과 바이든과 샌더스가 33%로 초접전을 벌이고 있다.

바이든 '미니 화요일' 경선도 압승…"사실상 美 민주 대선후보"
이에 따라 바이든이 확보한 누적 대의원은 이 시간 현재 823명으로 663명에 그친 샌더스를 160명 차로 앞섰다. 전날까지는 바이든이 670명, 샌더스가 574명을 확보해 대의원 수 차이가 96명이었지만 ‘미니 화요일’ 경선 결과 표 차가 확 벌어진 것이다. 자력으로 민주당 대선후보가 되려면 전체 3979명의 선출직 대의원 중 최소 1991명을 확보해야 한다.

이날 경선 결과 바이든이 민주당 대선후보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민주당 지지조직으로 그동안 중립을 지켰던 미국 진보주의 단체 ‘미국 우선’의 가이 세실 의장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이제 수학은 분명하다”며 “바이든이 민주당 대선후보가 될 것이며 우리는 바이든이 트럼프를 물리치는 걸 돕기 위해 모든 걸 할 것”이라고 했다. CNN도 “샌더스가 바이든을 따라잡기가 무척 힘들어졌다”며 “바이든이 역대 가장 빠른 속도로 민주당 후보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바이든은 이날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지지자들에게 한 연설에서 “샌더스와 지지자들의 그칠 줄 모르는 에너지와 열정에 감사를 표하고 싶다”며 “우리는 공동 목표를 공유하고 있으며 함께 트럼프를 꺾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선 승리에 대비해 샌더스를 끌어안으며 ‘공동의 적’인 트럼프 대통령을 정조준한 것이다. 반면 샌더스는 이날 별도의 연설을 하지 않은 채 ‘침묵’을 지켰다.

이날 바이든의 승리는 ‘중도 후보 단일화’의 영향이 절대적으로 컸다. 피트 부티지지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시장과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에 이어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경선에서 중도 하차한 뒤 ‘바이든 지지’를 선언하자 중도층 표심이 바이든에게 쏠렸다.

반면 샌더스는 진보 성향의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 경선을 포기했지만 지지 후보를 밝히지 않으면서 지지층 확대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분석된다.

본선 경쟁력도 바이든의 승리 요인으로 꼽힌다. 바이든은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에서도 11월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상대하기 어려운 후보로 꼽힌다. 중도 성향이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백인 노동자들의 표를 잠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샌더스는 미국 중도층이 꺼리는 ‘사회주의’를 표방하고 있어 본선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