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화장지 품귀현상은 왜 일어났나…'정보팬데믹'에 걸린 인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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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으로부터 화장지 수입이 중지돼 곧 품절됩니다."
지난 2월27일 오전 거짓정보를 담은 트윗이 올라왔다. 3월초 일본 전국을 흔든 화장지 품귀현상의 시작이었다. 하지만 직접적인 원인은 이 거짓트윗이 아니었다. 리트윗 건수는 고작 1건. 일본인들이 앞다퉈 화장지 사재기에 나선 건 역설적으로 거짓트윗을 바로 잡으려는 선의의 트윗 때문이었다.
거짓트윗이 등장한 지 몇시간 뒤 "진정하세요. 대부분의 화장지는 일본에서 생산됩니다." 등의 트윗이 잇따라 올라왔다. 뒤이어 "곧 화장지가 입하된다고 말씀을 드려도 고객분들이 들으려고 하질 않으세요.", "우리집 근처에는 아직 화장지가 있네요." 등 주의환기용 트윗도 줄을 이었다.
거짓 트윗을 리트윗한 건 1건 뿐이었지만 '선의의 트윗'들이 화제의 트윗 상위권에 올랐고, 인터넷매체들이 기사화하면서 전국적인 소동이 됐다. 이튿날인 28일까지 불과 이틀 만에 거짓트윗을 바로 잡으려는 트윗과 리트윗수는 32만건으로 불어났다. 정보가 순식간에 확산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특성 때문에 수백만, 수천만명의 일반인들이 정보를 접한 후였다.
니혼게이자이신문과 도쿄대학, 데이터분석업체인 핫링크가 6일 공동으로 발표한 일본 화장지 품귀현상의 전모다. 인류가 '데이터의 세기'에 들어선 이후 처음으로 경험하는 팬데믹(대유행)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 뿐 아니라 거짓정보에 의한 차별과 매점매석, 인공지능(AI)의 오작동에 의한 주가 급등락 등 데이터가 2차 피해를 입히는 '정보 팬데믹'이 인류를 우롱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진단했다.
정보 팬데믹의 피해사례는 전세계 곳곳에서 확인된다. 코로나19의 진원지인 중국을 시작으로 인종과 국적에 대한 차별이 순식간에 확산했다. 지난 2월 아프가니스탄의 SNS에서는 중식집이 잇따라 불타오르는 가짜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신문과 전화의 시대였던 스페인 독감(1918~1920년) 당시 정보전달력을 1이라고 가정하면 텔레비전의 시대였던 사스(2003년) 당시 전달력은 2만1924였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시대인 신종 인플루엔자(2009년) 때 17만1418배로 늘어난 정보전달력은 SNS의 시대인 코로나19 들어 149만9177배 강력해졌다. 이메일을 통한 1대1 정보전달이 주류였던 사스와 비교해도 SNS를 통해 1대 다수의 정보전달이 가능한 오늘날의 전달력은 68배 커졌다.
이 때문에 전세계 국가들은 정보과잉의 시대를 맞아 더욱 솎아내기 어려워진 거짓정보에 대응하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2월말 대만에서는 '병원에서 마스크를 무료로 나눠준다'는 거짓 트윗이 퍼지면서 병원이 군중들에게 포위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를 계기로 대만 정부는 코로나19 관련 거짓정보를 감시하는 부서를 운영했고 3월초까지 300건 이상을 확인했다. 현재는 그래프 등 상세한 자료를 담은 정보를 공개해 거짓정보를 침묵시키고 있다.
하시모토 요시아키 도쿄여자대학 교수는 "정보를 접하는 것만으로도 인간의 행동이 변하기 때문에 정보과잉은 데이터이코노미 시대의 과제"라고 말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지난 2월27일 오전 거짓정보를 담은 트윗이 올라왔다. 3월초 일본 전국을 흔든 화장지 품귀현상의 시작이었다. 하지만 직접적인 원인은 이 거짓트윗이 아니었다. 리트윗 건수는 고작 1건. 일본인들이 앞다퉈 화장지 사재기에 나선 건 역설적으로 거짓트윗을 바로 잡으려는 선의의 트윗 때문이었다.
거짓트윗이 등장한 지 몇시간 뒤 "진정하세요. 대부분의 화장지는 일본에서 생산됩니다." 등의 트윗이 잇따라 올라왔다. 뒤이어 "곧 화장지가 입하된다고 말씀을 드려도 고객분들이 들으려고 하질 않으세요.", "우리집 근처에는 아직 화장지가 있네요." 등 주의환기용 트윗도 줄을 이었다.
거짓 트윗을 리트윗한 건 1건 뿐이었지만 '선의의 트윗'들이 화제의 트윗 상위권에 올랐고, 인터넷매체들이 기사화하면서 전국적인 소동이 됐다. 이튿날인 28일까지 불과 이틀 만에 거짓트윗을 바로 잡으려는 트윗과 리트윗수는 32만건으로 불어났다. 정보가 순식간에 확산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특성 때문에 수백만, 수천만명의 일반인들이 정보를 접한 후였다.
니혼게이자이신문과 도쿄대학, 데이터분석업체인 핫링크가 6일 공동으로 발표한 일본 화장지 품귀현상의 전모다. 인류가 '데이터의 세기'에 들어선 이후 처음으로 경험하는 팬데믹(대유행)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 뿐 아니라 거짓정보에 의한 차별과 매점매석, 인공지능(AI)의 오작동에 의한 주가 급등락 등 데이터가 2차 피해를 입히는 '정보 팬데믹'이 인류를 우롱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진단했다.
정보 팬데믹의 피해사례는 전세계 곳곳에서 확인된다. 코로나19의 진원지인 중국을 시작으로 인종과 국적에 대한 차별이 순식간에 확산했다. 지난 2월 아프가니스탄의 SNS에서는 중식집이 잇따라 불타오르는 가짜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신문과 전화의 시대였던 스페인 독감(1918~1920년) 당시 정보전달력을 1이라고 가정하면 텔레비전의 시대였던 사스(2003년) 당시 전달력은 2만1924였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시대인 신종 인플루엔자(2009년) 때 17만1418배로 늘어난 정보전달력은 SNS의 시대인 코로나19 들어 149만9177배 강력해졌다. 이메일을 통한 1대1 정보전달이 주류였던 사스와 비교해도 SNS를 통해 1대 다수의 정보전달이 가능한 오늘날의 전달력은 68배 커졌다.
이 때문에 전세계 국가들은 정보과잉의 시대를 맞아 더욱 솎아내기 어려워진 거짓정보에 대응하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2월말 대만에서는 '병원에서 마스크를 무료로 나눠준다'는 거짓 트윗이 퍼지면서 병원이 군중들에게 포위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를 계기로 대만 정부는 코로나19 관련 거짓정보를 감시하는 부서를 운영했고 3월초까지 300건 이상을 확인했다. 현재는 그래프 등 상세한 자료를 담은 정보를 공개해 거짓정보를 침묵시키고 있다.
하시모토 요시아키 도쿄여자대학 교수는 "정보를 접하는 것만으로도 인간의 행동이 변하기 때문에 정보과잉은 데이터이코노미 시대의 과제"라고 말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