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유례없는 돈폭탄에 중독된 뉴욕 금융시장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9일(현지시간) 뉴욕 금융시장에서는 두가지 전대미문의 뉴스가 한꺼번에 터졌습니다.
미 중앙은행이 오전 8시반(미 동부시간) 정크본드, 대출담보부채권(CLO), 상업용 모기지증권(CMBS) 등까지 모두 사들이겠다고 발표한 게 첫번째 입니다. 오전 10시에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화상회의를 앞두고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가 하루 최대 2000만배럴 감산에 원칙적 합의했다는 뉴스가 흘러나왔습니다.
하지만 뉴스에도 결국 뉴욕 증시의 주가는 1% 안팎 상승에 그쳤습니다.
다우 지수가 1.22% 올랐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1.45%, 나스닥은 0.77% 상승했습니다. 오후 3시께 한 때 마이너스권으로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또 심지어 국제 유가는 급락했습니다.
이유를 따져보겠습니다.
(1) Fed의 2조3000억달러 규모의 유동성 공급 발표
Fed는 이날 2조3000억달러 규모의 새로운 양적완화(QE) 프로그램을 발표했습니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10%에 달하는 엄청난 돈보따리를 또 다시 푼 것입니다.
특히 매입대상에 정크본드와 CLO, 상업용 모기지채권까지 포함된 건 충격적이었습니다. 사상 유례가 없는 일인데다, 사실상 주식 외에는 모두 다 매입에 나서는 셈입니다. 중앙은행 돈으로 망할 수도 있는 기업의 채권이나 값이 폭락한 민간 자산을 사들이겠다는 것이니까요.
시장에선 극한의 바주카(ultimate bazooka)라는 표현이 나왔습니다. '바주카'는 2008년 헨리 폴슨 전 재무장관이 미 의회에서 "강도를 만나면 물총이라도 쏴야한다. 하지만 바주카가 있다면 강도가 우리 못건드릴 것"이라며 초대형 QE에 대한 동의를 받아내 유명해진 용어지요. Fed는 우선 지난달 회사채 매입을 위해 설치한 '프라이머리마켓 기업 신용기구'(PMCCF), '세컨더리마켓 기업 신용기구'(SMCCF)를 통해 기존 투자등급 회사채 외에 지난 3월22일을 기준으로 이후 투자등급에서 투기등급이 떨어진 기업의 정크본드까지 매입하기로 했습니다.
이른바 '폴른 엔젤'(타락 천사)이라고 불리는 투기등급 강등 기업의 회사채까지 사들이겠다는 겁니다. 최근 신용등급이 강등된 포드, 콘티넨털리소시스 등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폴른 엔젤'은 그동안 회사채 시장의 커다란 불안요인으로 작용해왔습니다. 투자등급이던 회사채가 투기등급이 되면 기관투자자들은 내부 위험관리규정에 따라 보유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투매가 나타났지요.
또 이들 기구와 '자산담보부증권 대출기구'(TALF)의 매입여력을 8500억달러까지 확대하는 한편, TALF의 매입 대상도 투자등급 상업용 MBS와 CLO까지로 확대했습니다.
점포 폐쇄 등으로 월세를 내지 못하는 세입자가 급증해 상업용 MBS는 가격이 폭락해왔습니다. 또 투자등급과 투기등급 기업이 빌린 대출을 섞어 만든 CLO는 경제 위기의 또 다른 뇌관으로 지목되어 왔습니다.
이들을 모두 구제하는 겁니다.
이와 함께 '메인스트리트 대출프로그램'을 가동해 임직원 1만명 이하, 연 매출 25억달러 미만의 기업을 대상으로 6000억달러를 대출해주기로 했습니다. 시중은행들은 기업에 대출해준 뒤 대출금의 95%까지 Fed에 팔아넘길 수 있습니다.
Fed는 또 지방유동성기구(MLF)도 만들어 미국의 주, 대도시가 발행한 채권을 최대 5000억달러까지 매입하기로 했습니다. Fed의 발표 직후 채권시장에서는 정크본드 값이 역대 최고인 하루 6% 이상 폭등했습니다. 그동안 높은 파산 확률 탓에 꺼려지던 싸구려 채권을 투자자들이 마구 사들인 것이죠. 어차피 Fed가 나중에 매입해줄 것이니까요.
가장 큰 수혜자인 포드의 경우 2031년 만기채의 가격이 전날 달러당 71센트에서 이날 89.5센트로 급등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처음에는 뉴스를 듣고 놀랐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허무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동안 열심히 연구해 괜찮은 채권을 찾아왔는데, Fed가 그냥 다 사들인다면 좋은 채권과 나쁜 채권 사이의 차이가 없어지는 겁니다. 포드와 같이 디폴트 확률이 높은 회사채보다 탄탄한 기업이 발행한 채권을 비싸게 사서 보유해왔는데, 그게 아무런 소용이 없어진 것입니다.
이 관계자는 "이제 포트폴리오를 열심히 들여다볼 필요가 없다. 리스크 관리를 한 게 바보짓이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는 '좋은 상품을 골라내는' 시장의 기능이 교란되고 있음을 뜻합니다.
그는 "점점 좋은 채권과 나쁜 채권간의 스프레드가 줄어들 것이고 투자자들은 별로 할 일이 없어질 것"이라고 냉소적으로 말했습니다.
주식시장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Fed가 발표한 6000억달러 규모의 초대형 '메인스트리트 대출프로그램'은 임직원 1만명 이하, 연 매출 25억달러 미만인 기업을 대상으로 합니다.
그러다보니 이날 대기업들이 몰린 S&P 500 지수는 1.45% 오른 반면 중소기업들 대상의 러셀2000 지수는 4.62%나 급등했습니다. 이들이 파산할 확률이 대폭 떨어진 덕분입니다.
게다가 은행들은 그동안 거래해온 중소기업 중 재정상태가 안좋은 기업들의 대출을 리파이낸싱한 뒤에 Fed에 넘길 수 있게 됐습니다.
95%를 떠넘기고 그새 리파이낸싱 수수료까지 받을 것까지 감안하면 거래 기업이 망한다해도 대출 손실은 원금의 2~3%에 불과합니다.
은행들도 이제 대출해줄 때 옥석을 가릴 이유가 없어졌습니다.
그럼 이런 좋지 않은 자산을 다 껴안게될 Fed는 향후 어떻게될까요?
월가 관계자는 "달러의 미래까지 생각해야할 판"이라고 요약했습니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이날 브루킹스연구소 주최 화상좌담에서 "경기회복 경로에 올라섰다고 확신할 때까지 강하고 선제적이면서도 공격적으로 Fed의 권한을 계속 사용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경제 회복이 잘 진행될 때만 부양책을 되돌릴 수 있으며 되돌리는 건 점진적이고 예측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월가에서는 향후 Fed가 푼 돈을 제대로 되돌리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월가 관계자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매입했던 국채를 일부 되돌리는데도 '테이퍼링'한다고 난리가 났었다"면서 "회사채를 되팔 때 기업이 Fed 때문에 롤오버가 안돼 파산한다고 난리친다면 돈을 회수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습니다.
월가의 투자자들은 이제 미국, 달러의 미래를 생각해야할 판입니다.
(2) 원유 감산 불가능할 것만 같던 산유국간의 감산합의가 잠정적으로 타결됐습니다. (기술적으로는 아직도 완전 타결은 되지 않았습니다)
이날 아침 10시(미 동부시간) OPEC++ 국가들은 회의를 열었습니다. 전날 사우디의 국부펀드가 유럽 석유회사 4곳에 10억달러를 투자했다는 뉴스가 나오는 등 분위기는 긍정적이었습니다.
미국의 불참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와 사우디는 하루 1000만배럴 이상의 감산안을 회의에 부쳤습니다.
회의는 우여곡절을 겪었습니다.
지난 3월 970만배럴에서 4월에 1230만배럴로 증산한 사우디의 감산 기준을 놓고 먼저 이견이 나왔습니다. 결국 러시아와 사우디가 감산 기준을 하루 1130만배럴로 똑같이 맞춰놓고 나서서 각각 일 250만배럴씩 감산하기로 했습니다.
이란과 베네수엘라, 리비아는 감산에서 제외해주기로 했습니다.
또 미국 캐나다 노르웨이 등 주요 산유국의 동참을 전제하지 않은 채 감산을 시행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막판에 멕시코가 끝까지 자국에 할당된 40만배럴 감산에 반대, 회의는 일단 중단됐습니다.
다만 멕시코를 제외한 이들은 5~6월 두달간 1000만배럴, 7월부터 연말까지는 800만배럴, 내년 1월부터 2022년 4월까지는 600만배럴을 감산하기로 잠정적으로 합의한 상황입니다.
이날 감산 회의는 유럽 앞바다에 원유를 가득실은 25척의 유조선이 떠돌고 있는 상황에서 열렸습니다. 기름을 받아놓을 저장시설이 꽉차서 그렇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이달부터 함께 감산하지 않으면 다음달부터는 스스로 알아서 감산하든가, 생산한 원유를 버리든가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요약했습니다.
그는 감산합의 의미에 대해 "미 에너지정보청이 세계 수요가 30%(하루 3000만배럴)이 감소한 것으로 추정한 상황에서 10%를 두 달간 감산한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들의 감산합의가 얼마나 유효한 지는 유가가 말해줍니다.
아침 2000만배럴 감산설이 나왔을 때 한 때 12%까지 치솟았던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2.33달러(9.29%) 추락한 배럴당 22.76달러로 마감됐습니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도 4.14% 떨어져 배럴당 31.48달러로 거래됐습니다.
게다가 Fed가 발표한 '메인스트리트 대출프로그램'으로 미국의 셰일 산유량이 크게 감소하지 않을 수도 있는 상황이 됐습니다.
9000여개 셰일업체 대부분이 대출을 얼마든지 받게됐으니까요.
이날 아침 발표된 미국의 주간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다시 660만건에 달했습니다. 지난 3주간 실업자가 1680만명에 달한 것입니다. 이는 미국 노동인구 1억6500만명 중 10%가 실직한 것입니다.
지난달 실업률 4.4%에 단순 합산해도 이달 실업률은 14%에 달할 것이란 산술적 계산이 가능합니다. 다만 여기엔 일부 과장이 있을 수 있다는 주장도 설득력있게 나오고 있습니다.
원래 실업급여는 주당 평균 385달러인데, 최근 통과된 구제 패키지에서 주 600달러씩 4주간 2400달러를 추가 지급키로 한 탓입니다.
이에 따라 고용주나 근로자 모두 실업급여를 신청하는 게 더 나은 상황이 됐다는 관측입니다.
이렇게 미국의 실물경기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습니다.
하지만 Fed의 바주카포가 연이어 발사되면서 뉴욕 금융시장은 다른 길을 걷고 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미 중앙은행이 오전 8시반(미 동부시간) 정크본드, 대출담보부채권(CLO), 상업용 모기지증권(CMBS) 등까지 모두 사들이겠다고 발표한 게 첫번째 입니다. 오전 10시에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화상회의를 앞두고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가 하루 최대 2000만배럴 감산에 원칙적 합의했다는 뉴스가 흘러나왔습니다.
하지만 뉴스에도 결국 뉴욕 증시의 주가는 1% 안팎 상승에 그쳤습니다.
다우 지수가 1.22% 올랐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1.45%, 나스닥은 0.77% 상승했습니다. 오후 3시께 한 때 마이너스권으로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또 심지어 국제 유가는 급락했습니다.
이유를 따져보겠습니다.
(1) Fed의 2조3000억달러 규모의 유동성 공급 발표
Fed는 이날 2조3000억달러 규모의 새로운 양적완화(QE) 프로그램을 발표했습니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10%에 달하는 엄청난 돈보따리를 또 다시 푼 것입니다.
특히 매입대상에 정크본드와 CLO, 상업용 모기지채권까지 포함된 건 충격적이었습니다. 사상 유례가 없는 일인데다, 사실상 주식 외에는 모두 다 매입에 나서는 셈입니다. 중앙은행 돈으로 망할 수도 있는 기업의 채권이나 값이 폭락한 민간 자산을 사들이겠다는 것이니까요.
시장에선 극한의 바주카(ultimate bazooka)라는 표현이 나왔습니다. '바주카'는 2008년 헨리 폴슨 전 재무장관이 미 의회에서 "강도를 만나면 물총이라도 쏴야한다. 하지만 바주카가 있다면 강도가 우리 못건드릴 것"이라며 초대형 QE에 대한 동의를 받아내 유명해진 용어지요. Fed는 우선 지난달 회사채 매입을 위해 설치한 '프라이머리마켓 기업 신용기구'(PMCCF), '세컨더리마켓 기업 신용기구'(SMCCF)를 통해 기존 투자등급 회사채 외에 지난 3월22일을 기준으로 이후 투자등급에서 투기등급이 떨어진 기업의 정크본드까지 매입하기로 했습니다.
이른바 '폴른 엔젤'(타락 천사)이라고 불리는 투기등급 강등 기업의 회사채까지 사들이겠다는 겁니다. 최근 신용등급이 강등된 포드, 콘티넨털리소시스 등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폴른 엔젤'은 그동안 회사채 시장의 커다란 불안요인으로 작용해왔습니다. 투자등급이던 회사채가 투기등급이 되면 기관투자자들은 내부 위험관리규정에 따라 보유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투매가 나타났지요.
또 이들 기구와 '자산담보부증권 대출기구'(TALF)의 매입여력을 8500억달러까지 확대하는 한편, TALF의 매입 대상도 투자등급 상업용 MBS와 CLO까지로 확대했습니다.
점포 폐쇄 등으로 월세를 내지 못하는 세입자가 급증해 상업용 MBS는 가격이 폭락해왔습니다. 또 투자등급과 투기등급 기업이 빌린 대출을 섞어 만든 CLO는 경제 위기의 또 다른 뇌관으로 지목되어 왔습니다.
이들을 모두 구제하는 겁니다.
이와 함께 '메인스트리트 대출프로그램'을 가동해 임직원 1만명 이하, 연 매출 25억달러 미만의 기업을 대상으로 6000억달러를 대출해주기로 했습니다. 시중은행들은 기업에 대출해준 뒤 대출금의 95%까지 Fed에 팔아넘길 수 있습니다.
Fed는 또 지방유동성기구(MLF)도 만들어 미국의 주, 대도시가 발행한 채권을 최대 5000억달러까지 매입하기로 했습니다. Fed의 발표 직후 채권시장에서는 정크본드 값이 역대 최고인 하루 6% 이상 폭등했습니다. 그동안 높은 파산 확률 탓에 꺼려지던 싸구려 채권을 투자자들이 마구 사들인 것이죠. 어차피 Fed가 나중에 매입해줄 것이니까요.
가장 큰 수혜자인 포드의 경우 2031년 만기채의 가격이 전날 달러당 71센트에서 이날 89.5센트로 급등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처음에는 뉴스를 듣고 놀랐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허무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동안 열심히 연구해 괜찮은 채권을 찾아왔는데, Fed가 그냥 다 사들인다면 좋은 채권과 나쁜 채권 사이의 차이가 없어지는 겁니다. 포드와 같이 디폴트 확률이 높은 회사채보다 탄탄한 기업이 발행한 채권을 비싸게 사서 보유해왔는데, 그게 아무런 소용이 없어진 것입니다.
이 관계자는 "이제 포트폴리오를 열심히 들여다볼 필요가 없다. 리스크 관리를 한 게 바보짓이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는 '좋은 상품을 골라내는' 시장의 기능이 교란되고 있음을 뜻합니다.
그는 "점점 좋은 채권과 나쁜 채권간의 스프레드가 줄어들 것이고 투자자들은 별로 할 일이 없어질 것"이라고 냉소적으로 말했습니다.
주식시장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Fed가 발표한 6000억달러 규모의 초대형 '메인스트리트 대출프로그램'은 임직원 1만명 이하, 연 매출 25억달러 미만인 기업을 대상으로 합니다.
그러다보니 이날 대기업들이 몰린 S&P 500 지수는 1.45% 오른 반면 중소기업들 대상의 러셀2000 지수는 4.62%나 급등했습니다. 이들이 파산할 확률이 대폭 떨어진 덕분입니다.
게다가 은행들은 그동안 거래해온 중소기업 중 재정상태가 안좋은 기업들의 대출을 리파이낸싱한 뒤에 Fed에 넘길 수 있게 됐습니다.
95%를 떠넘기고 그새 리파이낸싱 수수료까지 받을 것까지 감안하면 거래 기업이 망한다해도 대출 손실은 원금의 2~3%에 불과합니다.
은행들도 이제 대출해줄 때 옥석을 가릴 이유가 없어졌습니다.
그럼 이런 좋지 않은 자산을 다 껴안게될 Fed는 향후 어떻게될까요?
월가 관계자는 "달러의 미래까지 생각해야할 판"이라고 요약했습니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이날 브루킹스연구소 주최 화상좌담에서 "경기회복 경로에 올라섰다고 확신할 때까지 강하고 선제적이면서도 공격적으로 Fed의 권한을 계속 사용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경제 회복이 잘 진행될 때만 부양책을 되돌릴 수 있으며 되돌리는 건 점진적이고 예측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월가에서는 향후 Fed가 푼 돈을 제대로 되돌리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월가 관계자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매입했던 국채를 일부 되돌리는데도 '테이퍼링'한다고 난리가 났었다"면서 "회사채를 되팔 때 기업이 Fed 때문에 롤오버가 안돼 파산한다고 난리친다면 돈을 회수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습니다.
월가의 투자자들은 이제 미국, 달러의 미래를 생각해야할 판입니다.
(2) 원유 감산 불가능할 것만 같던 산유국간의 감산합의가 잠정적으로 타결됐습니다. (기술적으로는 아직도 완전 타결은 되지 않았습니다)
이날 아침 10시(미 동부시간) OPEC++ 국가들은 회의를 열었습니다. 전날 사우디의 국부펀드가 유럽 석유회사 4곳에 10억달러를 투자했다는 뉴스가 나오는 등 분위기는 긍정적이었습니다.
미국의 불참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와 사우디는 하루 1000만배럴 이상의 감산안을 회의에 부쳤습니다.
회의는 우여곡절을 겪었습니다.
지난 3월 970만배럴에서 4월에 1230만배럴로 증산한 사우디의 감산 기준을 놓고 먼저 이견이 나왔습니다. 결국 러시아와 사우디가 감산 기준을 하루 1130만배럴로 똑같이 맞춰놓고 나서서 각각 일 250만배럴씩 감산하기로 했습니다.
이란과 베네수엘라, 리비아는 감산에서 제외해주기로 했습니다.
또 미국 캐나다 노르웨이 등 주요 산유국의 동참을 전제하지 않은 채 감산을 시행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막판에 멕시코가 끝까지 자국에 할당된 40만배럴 감산에 반대, 회의는 일단 중단됐습니다.
다만 멕시코를 제외한 이들은 5~6월 두달간 1000만배럴, 7월부터 연말까지는 800만배럴, 내년 1월부터 2022년 4월까지는 600만배럴을 감산하기로 잠정적으로 합의한 상황입니다.
이날 감산 회의는 유럽 앞바다에 원유를 가득실은 25척의 유조선이 떠돌고 있는 상황에서 열렸습니다. 기름을 받아놓을 저장시설이 꽉차서 그렇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이달부터 함께 감산하지 않으면 다음달부터는 스스로 알아서 감산하든가, 생산한 원유를 버리든가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요약했습니다.
그는 감산합의 의미에 대해 "미 에너지정보청이 세계 수요가 30%(하루 3000만배럴)이 감소한 것으로 추정한 상황에서 10%를 두 달간 감산한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들의 감산합의가 얼마나 유효한 지는 유가가 말해줍니다.
아침 2000만배럴 감산설이 나왔을 때 한 때 12%까지 치솟았던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2.33달러(9.29%) 추락한 배럴당 22.76달러로 마감됐습니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도 4.14% 떨어져 배럴당 31.48달러로 거래됐습니다.
게다가 Fed가 발표한 '메인스트리트 대출프로그램'으로 미국의 셰일 산유량이 크게 감소하지 않을 수도 있는 상황이 됐습니다.
9000여개 셰일업체 대부분이 대출을 얼마든지 받게됐으니까요.
이날 아침 발표된 미국의 주간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다시 660만건에 달했습니다. 지난 3주간 실업자가 1680만명에 달한 것입니다. 이는 미국 노동인구 1억6500만명 중 10%가 실직한 것입니다.
지난달 실업률 4.4%에 단순 합산해도 이달 실업률은 14%에 달할 것이란 산술적 계산이 가능합니다. 다만 여기엔 일부 과장이 있을 수 있다는 주장도 설득력있게 나오고 있습니다.
원래 실업급여는 주당 평균 385달러인데, 최근 통과된 구제 패키지에서 주 600달러씩 4주간 2400달러를 추가 지급키로 한 탓입니다.
이에 따라 고용주나 근로자 모두 실업급여를 신청하는 게 더 나은 상황이 됐다는 관측입니다.
이렇게 미국의 실물경기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습니다.
하지만 Fed의 바주카포가 연이어 발사되면서 뉴욕 금융시장은 다른 길을 걷고 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