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조원 주식 순매도'…월가가 한국 보는 시각은?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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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주식을 13조4500억원 순매도했다는 뉴스가 지난 13일 금융감독원발로 나왔습니다. 월간 기준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입니다.
주식을 순매도한 투자자 국적을 보면 미국이 5조5000억원 어치로 압도적 1위입니다. 미국인들은 지난달 왜 한국 주식을 대거 처분했을까요.
맨해튼에는 한국투자증권과 KB, 삼성, 신한, NH투자증권 등이 지점을 갖고 있습니다. 이들의 주요 업무는 미국인 투자자에게 한국 주식 브로커리지(거래중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몇몇 지점장에게 외국인 투자자의 생각에 대해 물어봤습니다. <질문 ①> 외국인들 왜 한국 주식을 팔까?
-펀더멘털 차원에서 보자. 3월은 중국에 이어 한국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퍼졌던 시점이다. 또 한국 경제의 의존도가 큰 중국 경제가 큰 타격을 받은 상태여서 글로벌 공급망 차원에서 한국 수출에 대한 우려도 높았다. 액티브 펀드(펀드매니저가 운용하는 펀드) 쪽에선 그런 걱정이 많이 나왔다.
-액티브 펀드들도 좀 팔았겠지만, 이머징마켓 인덱스펀드에서 매도가 많이 나온 것 같다.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으로 뉴욕 증시가 2월19일 이후 급락하면서 모든 펀드에서 환매 요구가 폭발했다. 펀드들은 현금 확보를 위해 뭐든 팔아야하는 상황이 펼쳐졌다.
한국 증권사 내부에서 보면 인덱스펀드, 퀀트펀드 등의 DMA(direct market access)를 통한 매매가 많았다. 리서치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아 수수료가 저렴한 서비스다. 프로그램으로 움직이는 패시브 펀드들의 매도가 많았다는 뜻이다.
정리하면 한국만의 펀더멘털의 문제는 아니고 글로벌 머니플로우의 문제였다.
<질문 ②> 지금도 매도세가 이어지는 분위기인가?
-지금은 미국 금융시장이 미 중앙은행(Fed)의 공격적 유동성 투입으로 안정됐다. 현금 확보를 위해 투매하는 그런 상황은 아니다. 그래서 몰려들던 매도 주문은 거의 사라졌다.
사실 지금은 한국물에 대한 관심이나 문의가 굉장히 적다. 3월 중순부터 고객사들이 대부분 집에서 근무하고 있다. 보유 주식을 관리할 뿐 활발히 매매하지 않는다. 매매 주문이 거의 사라졌다시피 한다. 거래량과 주문 빈도 모두 대폭 감소했다.
-지난 달 원달러 환율이 1160원에서 1285원까지 급등할 때 주식 투자자들도 '팔자' 주문을 많이 냈다. 환 손실에 민감했다. 하지만 한·미 통화스와프가 이뤄지고 환율이 어느 정도 안정되면서 지금은 그런 이슈도 없어졌다. -한국을 포함해 이머징마켓 쪽으로 돈을 넣으려는 곳은 거의 없다. 매각해온 곳들도 이제는 너무 떨어져 팔지 못하는 것 같다. 한국은 이머징마켓에 속해있어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브라질 남아공 터키 러시아 등 이머징마켓은 지금 코로나바이러스가 본격적으로 퍼지고 있다. 원유 구리 등 각종 원자재 값이 떨어진데다, 달러 빚은 많은데 해외 투자자금이 썰물처럼 빠지면서 환율도 엉망이다.
올 초부터 이머징마켓 상장지수펀드(ETF)에서는 막대한 자금이 계속 유출되고 있다. 대표적인 이머징마켓 ETF인 iShares MSCI 신흥시장 ETF(EEM)은 1분기에 26.7% 폭락했다. <질문 ③> 한국 시장에 대한 전반적 뷰는 어떤가
-지금 한국 경제의 문제는 글로벌 거시경제 둔화에 따른 것이다.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보는 시각이 대부분이다.
<질문 ④> 삼성전자에 대한 시각은? 혹은 관심을 보이는 주식들이 있나.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주의 경우 하반기 수요가 감소할 것이란 시각이 있다. 3월에는 온라인 학습, 재택근무 증가로 반도체 수요가 일시적으로 늘었지만, 하반기엔 글로벌 경기 침체의 영향을 피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그래서 대부분 중립적 자세를 취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액티브 밸류펀드(가치투자하는 곳)들에서 주가가 더 떨어지면 편입구간이 올 것이라고 기다리는 곳들이 있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인정하는 것이다.
-올해는 한국 주식을 매입한 곳이 별로 없다. 일부 액티브펀드에서는 주식을 스크린해달라(골라달라)고 하는 곳들이 있지만, 실제 매수 주문으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 리서치 수준이다. 수중에 자금이 많지도 않은 것으로 보인다.
-엔씨소프트 등 게임주를 좋게 보는 펀드들이 있다.
-엔터테인먼트주를 주시하는 매니저들도 일부 있다. '중국 경제가 나아지고, 한·중 관계가 풀리면 다시 엔터주가 괜찮아질 것이다'는 시각이다. 아직은 아이디어 차원이다.
-주문은 다음달께 미 경제의 봉쇄가 풀리고 매니저들이 월가로 출근해야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이다.
<질문 ⑤> 주식 매각한 돈이 한국 채권시장에 몰렸다는 데(지난달 외국인 상장채권 투자액이 7조원 순증)
-투자자가 다른 것으로 안다. 한국 채권을 사들인 건 대부분 아시아쪽 중앙은행 자금으로 알고 있다. 월가 돈이 아니다.
3월에는 미 Fed뿐 아니라 유럽, 일본 등에서 하루가 멀다하고 양적완화를 발표하고 돈을 찍어냈다. 그러니 아시아 중앙은행들은 통화 다변화를 해야하는 상황이 됐다.
사실 신용등급 '더블A'(한국 국채 등급) 수준에서 금리를 이 정도 주는 나라가 없다. 게다가 한국은행은 양적완화도 안하고 있다. 레포(환매조건부채권) 운용은 양적완화가 아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주식을 순매도한 투자자 국적을 보면 미국이 5조5000억원 어치로 압도적 1위입니다. 미국인들은 지난달 왜 한국 주식을 대거 처분했을까요.
맨해튼에는 한국투자증권과 KB, 삼성, 신한, NH투자증권 등이 지점을 갖고 있습니다. 이들의 주요 업무는 미국인 투자자에게 한국 주식 브로커리지(거래중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몇몇 지점장에게 외국인 투자자의 생각에 대해 물어봤습니다. <질문 ①> 외국인들 왜 한국 주식을 팔까?
-펀더멘털 차원에서 보자. 3월은 중국에 이어 한국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퍼졌던 시점이다. 또 한국 경제의 의존도가 큰 중국 경제가 큰 타격을 받은 상태여서 글로벌 공급망 차원에서 한국 수출에 대한 우려도 높았다. 액티브 펀드(펀드매니저가 운용하는 펀드) 쪽에선 그런 걱정이 많이 나왔다.
-액티브 펀드들도 좀 팔았겠지만, 이머징마켓 인덱스펀드에서 매도가 많이 나온 것 같다.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으로 뉴욕 증시가 2월19일 이후 급락하면서 모든 펀드에서 환매 요구가 폭발했다. 펀드들은 현금 확보를 위해 뭐든 팔아야하는 상황이 펼쳐졌다.
한국 증권사 내부에서 보면 인덱스펀드, 퀀트펀드 등의 DMA(direct market access)를 통한 매매가 많았다. 리서치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아 수수료가 저렴한 서비스다. 프로그램으로 움직이는 패시브 펀드들의 매도가 많았다는 뜻이다.
정리하면 한국만의 펀더멘털의 문제는 아니고 글로벌 머니플로우의 문제였다.
<질문 ②> 지금도 매도세가 이어지는 분위기인가?
-지금은 미국 금융시장이 미 중앙은행(Fed)의 공격적 유동성 투입으로 안정됐다. 현금 확보를 위해 투매하는 그런 상황은 아니다. 그래서 몰려들던 매도 주문은 거의 사라졌다.
사실 지금은 한국물에 대한 관심이나 문의가 굉장히 적다. 3월 중순부터 고객사들이 대부분 집에서 근무하고 있다. 보유 주식을 관리할 뿐 활발히 매매하지 않는다. 매매 주문이 거의 사라졌다시피 한다. 거래량과 주문 빈도 모두 대폭 감소했다.
-지난 달 원달러 환율이 1160원에서 1285원까지 급등할 때 주식 투자자들도 '팔자' 주문을 많이 냈다. 환 손실에 민감했다. 하지만 한·미 통화스와프가 이뤄지고 환율이 어느 정도 안정되면서 지금은 그런 이슈도 없어졌다. -한국을 포함해 이머징마켓 쪽으로 돈을 넣으려는 곳은 거의 없다. 매각해온 곳들도 이제는 너무 떨어져 팔지 못하는 것 같다. 한국은 이머징마켓에 속해있어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브라질 남아공 터키 러시아 등 이머징마켓은 지금 코로나바이러스가 본격적으로 퍼지고 있다. 원유 구리 등 각종 원자재 값이 떨어진데다, 달러 빚은 많은데 해외 투자자금이 썰물처럼 빠지면서 환율도 엉망이다.
올 초부터 이머징마켓 상장지수펀드(ETF)에서는 막대한 자금이 계속 유출되고 있다. 대표적인 이머징마켓 ETF인 iShares MSCI 신흥시장 ETF(EEM)은 1분기에 26.7% 폭락했다. <질문 ③> 한국 시장에 대한 전반적 뷰는 어떤가
-지금 한국 경제의 문제는 글로벌 거시경제 둔화에 따른 것이다.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보는 시각이 대부분이다.
<질문 ④> 삼성전자에 대한 시각은? 혹은 관심을 보이는 주식들이 있나.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주의 경우 하반기 수요가 감소할 것이란 시각이 있다. 3월에는 온라인 학습, 재택근무 증가로 반도체 수요가 일시적으로 늘었지만, 하반기엔 글로벌 경기 침체의 영향을 피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그래서 대부분 중립적 자세를 취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액티브 밸류펀드(가치투자하는 곳)들에서 주가가 더 떨어지면 편입구간이 올 것이라고 기다리는 곳들이 있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인정하는 것이다.
-올해는 한국 주식을 매입한 곳이 별로 없다. 일부 액티브펀드에서는 주식을 스크린해달라(골라달라)고 하는 곳들이 있지만, 실제 매수 주문으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 리서치 수준이다. 수중에 자금이 많지도 않은 것으로 보인다.
-엔씨소프트 등 게임주를 좋게 보는 펀드들이 있다.
-엔터테인먼트주를 주시하는 매니저들도 일부 있다. '중국 경제가 나아지고, 한·중 관계가 풀리면 다시 엔터주가 괜찮아질 것이다'는 시각이다. 아직은 아이디어 차원이다.
-주문은 다음달께 미 경제의 봉쇄가 풀리고 매니저들이 월가로 출근해야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이다.
<질문 ⑤> 주식 매각한 돈이 한국 채권시장에 몰렸다는 데(지난달 외국인 상장채권 투자액이 7조원 순증)
-투자자가 다른 것으로 안다. 한국 채권을 사들인 건 대부분 아시아쪽 중앙은행 자금으로 알고 있다. 월가 돈이 아니다.
3월에는 미 Fed뿐 아니라 유럽, 일본 등에서 하루가 멀다하고 양적완화를 발표하고 돈을 찍어냈다. 그러니 아시아 중앙은행들은 통화 다변화를 해야하는 상황이 됐다.
사실 신용등급 '더블A'(한국 국채 등급) 수준에서 금리를 이 정도 주는 나라가 없다. 게다가 한국은행은 양적완화도 안하고 있다. 레포(환매조건부채권) 운용은 양적완화가 아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