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지인이 감히 우리동네로 와?"…차량테러하는 일본인들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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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지난달 16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긴급사태 대상지역을 전국으로 확대한 이후 지방을 중심으로 '저는 이 동네에 살고 있습니다'라는 스티커를 붙인 차량이 늘고 있다. 애향심을 표현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다른 지역 번호판을 단 차량만 훼손하는 '외지차량사냥(他県ナンバー狩り)'을 막기 위해서다.
테레비아사히는 6일 다른 지역 번호판을 단 차량의 차창과 사이드미러, 범퍼 등이 훼손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고 전했다. 네티즌들이 '외지차량사냥'이라고 이름 붙인 훼손 사례는 전국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긴급사태 이후 일본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장이 대도시 지역에서 시골로 여행하는 것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한 이후 일어나는 범죄다. 코로나19 감염자가 집중된 도시 사람들이 '코로나 피난'을 오는 바람에 자신들의 동네에 전염병이 확산될 것을 우려한 일부 주민들의 일탈행동이다. 인터넷에는 '외지차량사냥을 당했다'는 피해사례 뿐 아니라 '다른 지역 번호판을 단 차가 주차돼 있길래 짓궂은 짓을 해줬다'라고 과시하는 글도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코로나19가 '튀는 행동'을 그냥 넘어가지 않는 일본인의 왜곡된 집단의식을 보여주는 사례다.
급기야 차량용 스티커 제조사인 히라코는 지난달 30일부터 '타지역 번호판을 단 차량 훼손방지를 위한 스티커'를 판매하고 있다. 실제로는 지역에 거주하는 데 이런저런 사정 때문에 번호판만 다른 지역인 차주들이 애꿎은 피해를 당하는 걸 막기 위해서다. 실제 거주지와 차량 번호판이 달라서 피해를 입은 사례는 전국에서 보고되고 있다. 이와테현으로 단신 부임한 군마현 출신의 남성은 사이드미러가 부서지는 피해를 입었다. 이 남성은 "이와테현은 일본에서 유일하게 코로나19 환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은 지역이다 보니 다른 지역 차량에 대해 더욱 민감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단신 부임으로 야마구치현 시모노세키로 부임한 가고시마 번호판의 차량은 누군가가 발로 차서 범퍼가 훼손됐고 도쿠시마현의 대학에 다니는 여학생의 차량은 돌에 맞아 차창이 깨졌다. 지바현에 잠시 머무른 가나가와현의 출장 차량의 본네트를 막대기로 후려쳐 파손한 사례도 있다. 사냥방지용 차량 스티커를 붙인 차주는 "슈퍼마켓에 주차할 때나 신호대기 중에 받는 따가운 시선을 피하기 위해 스티커를 구매했다"고 말했다. 놀이터에서 노는 어린이들을 노린 범죄도 발생했다. 지난 4일 오후 5시께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시 경찰서에는 '놀이터 모래밭에 커터칼이 여러개 묻혀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이 출동해 조사한 결과 커터칼 조각 20개 이상이 모래밭에 흩어져 있었다. 피해자는 없었지만 경찰은 외출자제 기간에 놀이터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에게 불만을 가진 누군가가 고의적으로 일으킨 범죄로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긴급사태 선언 이후에도 공원과 놀이터를 생활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시설로 인정하고 있다.
도쿄와 오사카에서도 '외출자제 기간인데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시끄럽게 뛰어놀고 있다'거나 '공원에서 고교생들이 축구를 하고 있다'는 신고가 급증하고 있다. 경찰에 ‘밖에 사람이 모여 있으니 자제시켜 달라’는 신고는 지난달 29일까지 1150건이 접수됐다. 192건이었던 3월보다 6배 늘었다.
일본 네티즌들은 자신을 정부와 동일시해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제어하려 드는 극성 신고자들을 '자숙(자제)경찰', '자숙폴리스'라고 조롱하고 있다. 자숙경찰들은 영업 중인 가게에 '정부 방침에 따라 휴업해 주시오'라고 쓴 메모를 붙이거나 가게의 사진을 상호와 함께 찍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기도 한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테레비아사히는 6일 다른 지역 번호판을 단 차량의 차창과 사이드미러, 범퍼 등이 훼손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고 전했다. 네티즌들이 '외지차량사냥'이라고 이름 붙인 훼손 사례는 전국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긴급사태 이후 일본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장이 대도시 지역에서 시골로 여행하는 것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한 이후 일어나는 범죄다. 코로나19 감염자가 집중된 도시 사람들이 '코로나 피난'을 오는 바람에 자신들의 동네에 전염병이 확산될 것을 우려한 일부 주민들의 일탈행동이다. 인터넷에는 '외지차량사냥을 당했다'는 피해사례 뿐 아니라 '다른 지역 번호판을 단 차가 주차돼 있길래 짓궂은 짓을 해줬다'라고 과시하는 글도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코로나19가 '튀는 행동'을 그냥 넘어가지 않는 일본인의 왜곡된 집단의식을 보여주는 사례다.
급기야 차량용 스티커 제조사인 히라코는 지난달 30일부터 '타지역 번호판을 단 차량 훼손방지를 위한 스티커'를 판매하고 있다. 실제로는 지역에 거주하는 데 이런저런 사정 때문에 번호판만 다른 지역인 차주들이 애꿎은 피해를 당하는 걸 막기 위해서다. 실제 거주지와 차량 번호판이 달라서 피해를 입은 사례는 전국에서 보고되고 있다. 이와테현으로 단신 부임한 군마현 출신의 남성은 사이드미러가 부서지는 피해를 입었다. 이 남성은 "이와테현은 일본에서 유일하게 코로나19 환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은 지역이다 보니 다른 지역 차량에 대해 더욱 민감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단신 부임으로 야마구치현 시모노세키로 부임한 가고시마 번호판의 차량은 누군가가 발로 차서 범퍼가 훼손됐고 도쿠시마현의 대학에 다니는 여학생의 차량은 돌에 맞아 차창이 깨졌다. 지바현에 잠시 머무른 가나가와현의 출장 차량의 본네트를 막대기로 후려쳐 파손한 사례도 있다. 사냥방지용 차량 스티커를 붙인 차주는 "슈퍼마켓에 주차할 때나 신호대기 중에 받는 따가운 시선을 피하기 위해 스티커를 구매했다"고 말했다. 놀이터에서 노는 어린이들을 노린 범죄도 발생했다. 지난 4일 오후 5시께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시 경찰서에는 '놀이터 모래밭에 커터칼이 여러개 묻혀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이 출동해 조사한 결과 커터칼 조각 20개 이상이 모래밭에 흩어져 있었다. 피해자는 없었지만 경찰은 외출자제 기간에 놀이터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에게 불만을 가진 누군가가 고의적으로 일으킨 범죄로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긴급사태 선언 이후에도 공원과 놀이터를 생활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시설로 인정하고 있다.
도쿄와 오사카에서도 '외출자제 기간인데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시끄럽게 뛰어놀고 있다'거나 '공원에서 고교생들이 축구를 하고 있다'는 신고가 급증하고 있다. 경찰에 ‘밖에 사람이 모여 있으니 자제시켜 달라’는 신고는 지난달 29일까지 1150건이 접수됐다. 192건이었던 3월보다 6배 늘었다.
일본 네티즌들은 자신을 정부와 동일시해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제어하려 드는 극성 신고자들을 '자숙(자제)경찰', '자숙폴리스'라고 조롱하고 있다. 자숙경찰들은 영업 중인 가게에 '정부 방침에 따라 휴업해 주시오'라고 쓴 메모를 붙이거나 가게의 사진을 상호와 함께 찍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기도 한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