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뜨거워진 뉴욕 증시 고평가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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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경기 침체의 범위와 속도는 현대의 선례가 없으며 제2차 세계 대전 이후의 어떤 침체보다 훨씬 나쁘다."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은 13일(미 동부시간) 아침 9시 열린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주최 웹캐스트 대담에서 이렇게 말문을 열었습니다.
파월 의장은 “미국의 경제 상황은 매우 불확실하며 심각한 하강 위험이 있다"며 "정책 대응은 시의적절하게 이뤄졌지만, 마지막이 아닐 수도 있다"고 추가적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시사했습니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전으로 돌아가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경기 회복은 우리가 바라는 것보다 더 느릴 수 있다”고 'V'자형 반등론을 경계했습니다. 그러면서 코로나19으로 인한 위기는 "장기적 우려를 제기한다"며 "더 깊고 긴 경기 침체가 미국 경제의 생산 능력에 항구적인 손상을 남길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상승하던 다우선물 지수 등은 파월 의장의 대담이 진행되면서 하락세로 전환됐습니다. 9시반 뉴욕 증시가 개장해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파월 의장이 시장 예상보다 더 심하게 미국 경기에 대해 부정적으로 언급했다"며 "미적대는 미 의회와 행정부로부터 추가 재정 정책을 끌어내기 위해 일부러 '겁나게' 했다는 관측까지 나올 정도"라고 말했습니다.
흔들리던 시장에 결정타를 가한 건 월가의 유명 투자자 데이비드 테퍼였습니다.
그는 오후 12시께 CNBC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시장은 내가 본 것 중 99년 이후 가장 과대평가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Fed가 시장에 상당한 돈을 퍼부었다. 많은 돈이 시장에 잘못 배분되어 있다. 어떤 이의 기준으로 봐도 시장은 충분히 올랐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바닥은 지났을지 모르지만 그렇다고 이 수준에서 대폭 하락하지 않을 것이란 뜻은 아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테퍼의 말은 "매력적인 주식을 보지 못하고 있다"는 얼마 전 워런 버핏의 언급, 그리고 전날 뉴욕 이코노믹클럽에서 "미 증시의 과대평가 정도가 역사적 수준"이라고 한 유명 투자자 스탠리 드러큰밀러의 말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드러큰밀러는 "'V'자 경기 반등은 환상"이라고까지 했습니다. 다우지수는 내림세를 가속화했습니다. 어느새 하락폭이 500포인트 이상으로 커졌습니다.
연일 유명 투자자들이 증시가 고평가됐다고 발언해 이틀째 뉴욕 증시가 하락하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나섰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윗을 통해 "부자들이 시장에 대해 부정적으로 말할 때, 일부는 시장 하락에 크게 베팅하고 있다는 것을 항상 기억해야 한다. 시장이 무너지면 (그들은) 큰 돈을 벌게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다음 그들은 긍정적으로 (뷰를) 바꾸고, 크게 (언론에) 떠들고, 시장을 상승시킨다. 양쪽으로 다 먹는다. 이건 거의 불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은 오전 10시께 나왔다는 점에서 전날 드러큰밀러의 말을 겨냥한 것이란 관측이 나왔습니다.
결국 이날 뉴욕 증시는 별다른 반등 시도도 없이 큰 폭 하락한 채 마감했습니다. 다우 지수는 516.81포인트(2.17%) 급락한 23,247.97에 거래를 마쳤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1.75%, 나스닥은 1.55% 내렸습니다. 뉴욕 증시 고평가 논란의 중심엔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아마존, 애플, 알파벳, 페이스북 등 거대 기술주들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기술주는 지난 3월23일 증시가 바닥을 찍은 뒤 지난주까지 34% 올랐습니다. 이들의 주가수익비율(PER)은 50배가 넘고 있습니다. 심각한 침체 속에서도 나스닥이 올해 들어 플러스로 전환된 배경입니다.
기술주는 이날 1.69% 하락했습니다. 하지만 소형주 위주의 러셀2000은 3.32% 급락했습니다. 기술주가 이날도 상대적으로 선방한 겁니다.
기술주의 강세는 계속될까요?
데이비드 테퍼는 이날 기술주에 대해 "(주가가) 완전히 가치를 다 반영했다"고 말했습니다. 아마존의 경우 코로나19의 수혜를 입을 수 있는 완벽한 시장 위치에 있지만, 그렇다고 더 오를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구글과 페이스북에 대해선 "그들은 광고회사"라며 "아주 비싼 건 아니지만 충분히 가치가 반영됐을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기술주는 투자 매력이 있다는 분석도 많습니다.
UBS는 12일자 보고서에서 "기술주가 비싸고 시장 크기에 비해 너무 커졌다"면서도 이들은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장기적인 트렌드 변화 속에서 승자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즉 소비자 행동 변화가 이번 사태가 끝난 뒤에도 완전히 예전으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으로 본 것입니다. 그래서 디지털 혁신 추세가 가속화되고 전자상거래와 핀테크 기업들이 각광받을 것으로 봤습니다. 또 반세계화로 인해 기업들이 생산기지를 본국 등으로 이동하면서 자동화 및 로봇, AI 등을 대거 채용할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UBS는 또 13일자 보고서에서는 1분기 기업 실적 발표를 토대로 추정해 “기술기업의 이익은 2021년이면 2019년에 비해 15% 증가할 것”이라며 "시장 리더는 이익이 뛰어난 기업들이다. 이는 왜 기술주들이 그동안 아웃퍼폼했는지 알려준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주가가 폭락한 에너지 기업들의 2021년 이익은 작년보다 70%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주가 변화가 합리적이란 얘기입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은 13일(미 동부시간) 아침 9시 열린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주최 웹캐스트 대담에서 이렇게 말문을 열었습니다.
파월 의장은 “미국의 경제 상황은 매우 불확실하며 심각한 하강 위험이 있다"며 "정책 대응은 시의적절하게 이뤄졌지만, 마지막이 아닐 수도 있다"고 추가적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시사했습니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전으로 돌아가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경기 회복은 우리가 바라는 것보다 더 느릴 수 있다”고 'V'자형 반등론을 경계했습니다. 그러면서 코로나19으로 인한 위기는 "장기적 우려를 제기한다"며 "더 깊고 긴 경기 침체가 미국 경제의 생산 능력에 항구적인 손상을 남길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상승하던 다우선물 지수 등은 파월 의장의 대담이 진행되면서 하락세로 전환됐습니다. 9시반 뉴욕 증시가 개장해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파월 의장이 시장 예상보다 더 심하게 미국 경기에 대해 부정적으로 언급했다"며 "미적대는 미 의회와 행정부로부터 추가 재정 정책을 끌어내기 위해 일부러 '겁나게' 했다는 관측까지 나올 정도"라고 말했습니다.
흔들리던 시장에 결정타를 가한 건 월가의 유명 투자자 데이비드 테퍼였습니다.
그는 오후 12시께 CNBC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시장은 내가 본 것 중 99년 이후 가장 과대평가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Fed가 시장에 상당한 돈을 퍼부었다. 많은 돈이 시장에 잘못 배분되어 있다. 어떤 이의 기준으로 봐도 시장은 충분히 올랐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바닥은 지났을지 모르지만 그렇다고 이 수준에서 대폭 하락하지 않을 것이란 뜻은 아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테퍼의 말은 "매력적인 주식을 보지 못하고 있다"는 얼마 전 워런 버핏의 언급, 그리고 전날 뉴욕 이코노믹클럽에서 "미 증시의 과대평가 정도가 역사적 수준"이라고 한 유명 투자자 스탠리 드러큰밀러의 말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드러큰밀러는 "'V'자 경기 반등은 환상"이라고까지 했습니다. 다우지수는 내림세를 가속화했습니다. 어느새 하락폭이 500포인트 이상으로 커졌습니다.
연일 유명 투자자들이 증시가 고평가됐다고 발언해 이틀째 뉴욕 증시가 하락하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나섰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윗을 통해 "부자들이 시장에 대해 부정적으로 말할 때, 일부는 시장 하락에 크게 베팅하고 있다는 것을 항상 기억해야 한다. 시장이 무너지면 (그들은) 큰 돈을 벌게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다음 그들은 긍정적으로 (뷰를) 바꾸고, 크게 (언론에) 떠들고, 시장을 상승시킨다. 양쪽으로 다 먹는다. 이건 거의 불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은 오전 10시께 나왔다는 점에서 전날 드러큰밀러의 말을 겨냥한 것이란 관측이 나왔습니다.
결국 이날 뉴욕 증시는 별다른 반등 시도도 없이 큰 폭 하락한 채 마감했습니다. 다우 지수는 516.81포인트(2.17%) 급락한 23,247.97에 거래를 마쳤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1.75%, 나스닥은 1.55% 내렸습니다. 뉴욕 증시 고평가 논란의 중심엔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아마존, 애플, 알파벳, 페이스북 등 거대 기술주들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기술주는 지난 3월23일 증시가 바닥을 찍은 뒤 지난주까지 34% 올랐습니다. 이들의 주가수익비율(PER)은 50배가 넘고 있습니다. 심각한 침체 속에서도 나스닥이 올해 들어 플러스로 전환된 배경입니다.
기술주는 이날 1.69% 하락했습니다. 하지만 소형주 위주의 러셀2000은 3.32% 급락했습니다. 기술주가 이날도 상대적으로 선방한 겁니다.
기술주의 강세는 계속될까요?
데이비드 테퍼는 이날 기술주에 대해 "(주가가) 완전히 가치를 다 반영했다"고 말했습니다. 아마존의 경우 코로나19의 수혜를 입을 수 있는 완벽한 시장 위치에 있지만, 그렇다고 더 오를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구글과 페이스북에 대해선 "그들은 광고회사"라며 "아주 비싼 건 아니지만 충분히 가치가 반영됐을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기술주는 투자 매력이 있다는 분석도 많습니다.
UBS는 12일자 보고서에서 "기술주가 비싸고 시장 크기에 비해 너무 커졌다"면서도 이들은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장기적인 트렌드 변화 속에서 승자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즉 소비자 행동 변화가 이번 사태가 끝난 뒤에도 완전히 예전으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으로 본 것입니다. 그래서 디지털 혁신 추세가 가속화되고 전자상거래와 핀테크 기업들이 각광받을 것으로 봤습니다. 또 반세계화로 인해 기업들이 생산기지를 본국 등으로 이동하면서 자동화 및 로봇, AI 등을 대거 채용할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UBS는 또 13일자 보고서에서는 1분기 기업 실적 발표를 토대로 추정해 “기술기업의 이익은 2021년이면 2019년에 비해 15% 증가할 것”이라며 "시장 리더는 이익이 뛰어난 기업들이다. 이는 왜 기술주들이 그동안 아웃퍼폼했는지 알려준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주가가 폭락한 에너지 기업들의 2021년 이익은 작년보다 70%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주가 변화가 합리적이란 얘기입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