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완화…일본 가업승계 10배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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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3815건
상속·증여세 유예·면제
中企 2세들 잇단 승계
韓 62건
'富의 세습' 비판 일며
오히려 승계요건 강화
상속·증여세 유예·면제
中企 2세들 잇단 승계
韓 62건
'富의 세습' 비판 일며
오히려 승계요건 강화
일본 정부가 중소기업의 가업 승계를 장려하기 위해 상속세와 증여세를 전액 유예하거나 면제하는 ‘특례사업승계제도’를 도입한 지 2년 만에 신청 건수가 연간 3815건으로 10배 급증했다. 일본 산업계에 세대교체가 활발히 이뤄지고 활력이 되살아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무거운 상속·증여세 부담 탓에 가업을 상속하지 못하고 폐업하거나 헐값에 매각하는 사례가 속출하는 한국과는 대조적이다. 한국의 ‘가업상속공제’(500억원 한도)는 까다로운 조건(7년간 업종·자산·고용 유지 등) 때문에 신청 건수가 연간 62건에 그치고 있다.
21일 일본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2019년 한 해 동안 각 지방자치단체에 특례사업승계제도를 신청한 중소기업은 3815곳이었다. 제도 도입 전인 2017년 일반승계제도를 신청한 중소기업이 396곳이었던 데 비해 10배 가까이로 늘었다.
특례사업승계제도는 일본 정부가 2018년부터 2027년까지 10년간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세제 혜택이다. 2009년 도입한 사업승계제도의 혜택을 대폭 확대했다. 기존 사업승계제도는 상속 지분의 53%에 대해 비과세 혜택을 줬다. 그런데도 신청 건수가 연간 500건 안팎이었다. 자금 사정이 빠듯한 중소기업으로선 나머지 지분 47%에 대한 과세도 부담이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가업 상속을 포기하고 아예 폐업하거나 사모펀드(PEF) 운용사에 회사를 파는 사례가 속출했다. 2025년에는 승계를 못 한 중소기업 130만 곳이 폐업 위기에 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자 일본 정부가 증여·상속세를 전액 유예 또는 면제하는 조치를 꺼내 들었다.
특례제도를 신청한 중소기업 2세는 가업을 물려받을 때 내야 하는 증여세와 상속세를 전액 유예받는다. 선대 경영자가 사망하면 유예받은 증여세 납부가 면제된다. 가업을 계속 운영해 3세에게 물려주면 유예받은 상속세는 최종 면제된다. 가업을 이어나가는 한 상속세와 증여세를 내지 않아도 되는 셈이다.한국은 상속세율 최고 60%…"中企 가업 물려주지 못하니 폐업"
일각선 '부의 세습' 비판하지만…"이대론 수십년 노하우 사장될 판"
한국은 일본의 사업승계제도를 참고해 상속재산의 200억~500억원까지 세금을 공제해주는 가업상속공제제도를 운영한다. 하지만 혜택을 받는 사례는 연평균 62건에 불과하다. 2세 기업인이 7년간 업종과 자산을 그대로 유지하고 고용 규모를 물려받을 당시의 80% 이상으로 유지해야 하는 등 조건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일본은 특례제도를 도입하면서 종업원 기준을 없앴다. 일본이 중소기업의 가업승계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경제에서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2016년 경제센서스활동조사에 따르면 일본 전체 기업 385만6457개 가운데 중소기업의 비중은 99.7%에 달했다. 전체 종업원 5687만3000명 가운데 68.8%를 고용하고, 전체 부가가치 창출액 289조5355억엔(약 3307조원) 중 52.9%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상당수 중소기업이 가업을 물려주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어 기술과 노하우가 사장될 위기에 처했다는 분석이다. 일본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2025년이면 70세를 넘은 중소기업 경영자가 245만 명에 이를 전망이다. 이 중 절반은 여전히 승계자가 정해지지 않았다. 오시다 요시마 오시다회계사무소 대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기업가치가 떨어져 사업승계 관점에서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 중소기업의 고령화도 일본 못지않다. 중소기업연구원이 작년 8월 발간한 ‘중소기업 사업승계 활성화를 위한 조세제도’ 보고서에 따르면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의 27.1%가 60대 이상이다. 50대 CEO도 40.13%에 달해 중소기업의 승계가 향후 최대 과제로 지적됐다. 신상철 중소기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기업승계가 원활하지 않으면 중소기업의 성장이 정체돼 수십 년에 걸쳐 축적한 노하우 등 사회·경제적 자산이 사장된다”고 우려했다.
한국은 가업을 물려주기 가장 힘든 나라로 평가된다. 상속세율이 최고세율과 최대주주 보유주식(경영권) 할증평가를 포함하면 최고 60%에 달한다. 실효세율도 28.09%로 일본(12.95%)과 독일(21.58%)보다 훨씬 높다.
한국의 국가 총 조세수입 대비 기업들이 가업상속으로 내는 상속·증여세 수입 비중은 1.2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 0.34%의 세 배에 달한다. 미국의 0.52%, 독일의 0.56%와 비교해도 두 배 이상 높다. 그런데도 정치권 일각에서는 가업상속공제를 ‘부의 세습’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독일은 배우자와 직계비속에 대해서는 상속·증여세 최고세율을 30%로 매긴다. 덕분에 매년 평균 1만7645곳의 중소기업이 가업승계를 신청하고 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무거운 상속·증여세 부담 탓에 가업을 상속하지 못하고 폐업하거나 헐값에 매각하는 사례가 속출하는 한국과는 대조적이다. 한국의 ‘가업상속공제’(500억원 한도)는 까다로운 조건(7년간 업종·자산·고용 유지 등) 때문에 신청 건수가 연간 62건에 그치고 있다.
21일 일본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2019년 한 해 동안 각 지방자치단체에 특례사업승계제도를 신청한 중소기업은 3815곳이었다. 제도 도입 전인 2017년 일반승계제도를 신청한 중소기업이 396곳이었던 데 비해 10배 가까이로 늘었다.
특례사업승계제도는 일본 정부가 2018년부터 2027년까지 10년간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세제 혜택이다. 2009년 도입한 사업승계제도의 혜택을 대폭 확대했다. 기존 사업승계제도는 상속 지분의 53%에 대해 비과세 혜택을 줬다. 그런데도 신청 건수가 연간 500건 안팎이었다. 자금 사정이 빠듯한 중소기업으로선 나머지 지분 47%에 대한 과세도 부담이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가업 상속을 포기하고 아예 폐업하거나 사모펀드(PEF) 운용사에 회사를 파는 사례가 속출했다. 2025년에는 승계를 못 한 중소기업 130만 곳이 폐업 위기에 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자 일본 정부가 증여·상속세를 전액 유예 또는 면제하는 조치를 꺼내 들었다.
특례제도를 신청한 중소기업 2세는 가업을 물려받을 때 내야 하는 증여세와 상속세를 전액 유예받는다. 선대 경영자가 사망하면 유예받은 증여세 납부가 면제된다. 가업을 계속 운영해 3세에게 물려주면 유예받은 상속세는 최종 면제된다. 가업을 이어나가는 한 상속세와 증여세를 내지 않아도 되는 셈이다.한국은 상속세율 최고 60%…"中企 가업 물려주지 못하니 폐업"
일각선 '부의 세습' 비판하지만…"이대론 수십년 노하우 사장될 판"
한국은 일본의 사업승계제도를 참고해 상속재산의 200억~500억원까지 세금을 공제해주는 가업상속공제제도를 운영한다. 하지만 혜택을 받는 사례는 연평균 62건에 불과하다. 2세 기업인이 7년간 업종과 자산을 그대로 유지하고 고용 규모를 물려받을 당시의 80% 이상으로 유지해야 하는 등 조건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일본은 특례제도를 도입하면서 종업원 기준을 없앴다. 일본이 중소기업의 가업승계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경제에서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2016년 경제센서스활동조사에 따르면 일본 전체 기업 385만6457개 가운데 중소기업의 비중은 99.7%에 달했다. 전체 종업원 5687만3000명 가운데 68.8%를 고용하고, 전체 부가가치 창출액 289조5355억엔(약 3307조원) 중 52.9%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상당수 중소기업이 가업을 물려주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어 기술과 노하우가 사장될 위기에 처했다는 분석이다. 일본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2025년이면 70세를 넘은 중소기업 경영자가 245만 명에 이를 전망이다. 이 중 절반은 여전히 승계자가 정해지지 않았다. 오시다 요시마 오시다회계사무소 대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기업가치가 떨어져 사업승계 관점에서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 중소기업의 고령화도 일본 못지않다. 중소기업연구원이 작년 8월 발간한 ‘중소기업 사업승계 활성화를 위한 조세제도’ 보고서에 따르면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의 27.1%가 60대 이상이다. 50대 CEO도 40.13%에 달해 중소기업의 승계가 향후 최대 과제로 지적됐다. 신상철 중소기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기업승계가 원활하지 않으면 중소기업의 성장이 정체돼 수십 년에 걸쳐 축적한 노하우 등 사회·경제적 자산이 사장된다”고 우려했다.
한국은 가업을 물려주기 가장 힘든 나라로 평가된다. 상속세율이 최고세율과 최대주주 보유주식(경영권) 할증평가를 포함하면 최고 60%에 달한다. 실효세율도 28.09%로 일본(12.95%)과 독일(21.58%)보다 훨씬 높다.
한국의 국가 총 조세수입 대비 기업들이 가업상속으로 내는 상속·증여세 수입 비중은 1.2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 0.34%의 세 배에 달한다. 미국의 0.52%, 독일의 0.56%와 비교해도 두 배 이상 높다. 그런데도 정치권 일각에서는 가업상속공제를 ‘부의 세습’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독일은 배우자와 직계비속에 대해서는 상속·증여세 최고세율을 30%로 매긴다. 덕분에 매년 평균 1만7645곳의 중소기업이 가업승계를 신청하고 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