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JP모간 "향후 몇 달간 경기 급반등,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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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침체는 매우 깊은 하락과 즉각적이고 강력한 반등, 그러나 부분적인 회복의 형태로 나타날 것이다. 이는 장기적으로 상당한 상처를 글로벌 경제에 남겨놓을 것으로 본다.”
JP모간의 브루스 카스먼 수석경제학자가 주최하는 ‘글로벌 경제 아웃룩’ 웨비나에 참여했습니다.
그는 당분간 미 경제는 급반등을 경험할 것으로 봤습니다.
하지만 위기 이전으로 돌아가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대량 실업으로 약해진 가계, 그리고 위기를 견뎌내기 위해 많은 자금을 빌려쓴 기업들이 과거처럼 투자하고 소비하기 어려워질 것이라 얘기입니다.
카스먼 수석경제학자의 발언을 요약합니다. ▶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이번 경제 침체의 특징은 세 가지다.
첫 번째, 2차 대전 이후 가장 깊은 침체라는 점이다.
두 번째, 그러면서도 지속 기간은 매우 짧을 것이다. 미국 등 세계 경제는 하반기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설 것이다. 상반기 15~20%(연율) 위축된 뒤 하반기에는 그 정도로 다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세 번째는 하반기 경제가 개선되겠지만, 그 회복은 부분적일 것이란 점이다. 정리하면, 매우 깊은 하락과 즉각적이고 강력한 반등, 그러나 부분적인 회복은 장기적으로 상당한 상처를 글로벌 경제에 남겨놓을 것으로 본다.
세계 경제의 국내총생산(GDP)는 올해 5% 가량 줄어들 것이다. 그리고 내년 4%에 육박하는 성장을 이룰 것이다. ▶ 경기가 급반등할 것으로 보는 배경은 세 가지다.
먼저 코로나바이러스 봉쇄가 꽤 성공적이었다. 그 결과로 두달 전 중국에서 보듯 경제활동이 일부 살아나고 있다. 경제활동을 전면 차단했기 때문에 약간만 살아나도 큰 반등처럼 느껴진다.
두 번째로 Fed 등 각국 중앙은행의 과감한 완화정책이 주효했다. 이들은 크레딧 마켓(회사채 시장)이 제 기능을 유지할 수 있게 살려놓았다. 실제 크레딧 마켓은 미국과 유럽에서 기록적 속도로 성장하는 중이다. 이머징 마켓에도 자금이 흘러들어간다. 만약 중앙은행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면 상황은 지금보다 훨씬 나빴을 것이다.
세 번째, 각국 정부도 강력한 부양책으로 반등 기반을 만들었다. 각국이 쓴 돈은 GDP의 3%를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이겨내기 위해 각국이 지출한 비용보다 1%포인트 가량 많은 큰 돈이다. ▶ 하지만 왜 경기 회복은 부분적일 수 밖에 없을까. 왜 세계 경제는 완전히 회복되는 데 시간이 걸릴까. 이것도 세 가지 이유로 설명할 수 있다.
먼저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는 했지만, 백신이 아직 없기 때문이다. 백신이 없으면 바이러스는 우리 곁을 멀리 떠나지 않을 것이고, 이는 경제활동을 상당히 저해할 것이다. 인류는 백신을 갖게 되겠지만, 아직 우리의 베이스 시나리오엔 백신이 없다.
우리는 초대형 코로나바이러스 2차 유행이 있을 것이라고 보지도 않는다. 세계는 봉쇄 등을 통해 바이러스 확산을 막는 법을 알게 됐다. 어쨌든 소비자들의 공포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고, 경제활동은 완전히 정상으로 돌아오기는 어렵다.
두 번째는 소득 손실 탓이다. 이번 침체는 기간은 매우 짧지만 단기간 수많은 사람들이 해고됐고, 기업들은 매출을 통째로 잃어버렸다. 이건 기업의 재무제표에 상당한 손상을 남길 것이다. 민간 기업뿐이 아니다. 지방정부 등 공공분야도 마찬가지다. 이는 이들의 행동에 장기간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
사실 가계는 정부의 부양책으로 소득 손실을 상당폭 만회했다. 이건 초기 반등을 가능케하는 요인이다. 하지만 고용시장은 엄청난 충격을 받았고 실업은 금세 회복되진 않을 것이다. 이는 소득승수효과를 대폭 줄일 것이다. 벌써 미국의 가계는 소비를 줄이고 저축한다. 저축율은 지난 4월 25%에 달했다. 위기 이전인 7%대로 돌아가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본다.
가계의 소득은 기본적으로 기업에서 이전되는 것이다. 기업들은 지금 Fed가 뒷받침한 크레딧 마켓에서 많은 돈을 조달해 견뎌내고 있다. 손실된 매출은 잃어버린 것이며 이는 재무제표에 남을 것이다. Fed가 많은 기업들을 파산에서 구출해냈지만, 이들 기업들의 재정 상황은 그전만큼 건강하지 않다. 이는 경제 회복에 두고두고 짐이 될 것이다. 세 번째는 정책 피로다. 너무 많은 부양책과 완화적 통화정책이 쏟아졌다. 이 정책들은 올해를 넘어 오랜 기간 지속되는 걸 목표로 하지 않는다. 2021년에 별다른 정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경제는 피로를 느낄 수 있다. 우리는 추가 부양책을 예상하고 있지만, 2021년까지 이어지면서 경제를 지원할 수준은 아닐 것이다. 몇 가지 걱정꺼리가 더 있다.
인플레이션이 그 중 하나다. 수요와 공급 측면 모두에서 인플레를 부추길 수 있는 요인이 있다. 공급에서는 공급망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공급망을 재편하거나 옮기려면 기업들은 비용이 소요될 수 밖에 없다. 이런 공급망 재편이 광범위하게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이건 결국 제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다.
지금 인플레를 걱정하지 않는 건 수요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생산량 감소를 경험하고 있고 그건 GDP 손실량과 같다. 내년 말까지도 생산량은 (위기 이전 예상에 비해) 3% 이상 차이가 날 것이다. 이는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는 수준이다. 특히 서비스 분야에서는 더욱 그렇다.
또 주의해야할 건 정치적 영향이다. 미국과 중국의 심화되는 갈등뿐 아니라, 이탈리아를 둘러싼 유럽연합(EU)내 갈등, 그리고 브렉시트 협상 등이 계속 소음을 일으킬 수 있다.
▶미국의 실업 문제는 언제쯤 개선될까?
미국의 실업 증가세는 다음주께 정점을 찍은 뒤 내려올 것이다. 지난 4월 14.5%였던 실업률은 5월에 20% 안팎에 달할 것이다. 5월엔 500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사라졌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3월부터 따지면 모두 2500만개가 사라진 것인데, 앞서 말했듯이 경기가 급반등하면서 3분기에 600만~700만개 일자리가 회복될 것이다. 물론 완전한 회복이 아니다. 연말에도 실업률은 11%에 달할 것으로 본다. 20%에서 11%로 낮아지는 건 매우 큰 반등이지만 11%도 매우 높은 수치다. 이건 여전히 미국 경제에 큰 문제로 남을 것이다.
2021년에는 경기의 점진적 회복이 기대되고 있고, 고용시장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변수는 기업들의 파산이다. Fed가 크레딧 마켓을 지원해 많은 기업들을 구제했지만, 파산은 분명히 생겨날 것이다. 기업들의 재정 상황은 허약해져서 위태로운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는 건 상당히 시간이 걸릴 것이다. 이건 세계가 다 비슷할 것이다. ▶Fed의 무제한 유동성 투입은 괜찮을까?
Fed가 적극적으로 나서 크레딧 마켓까지 살려놓은 건 훨씬 더 컸을 뻔 했던 충격을 줄인 것이다. 그새 Fed의 자산은 급증했다. 3월초에 비하면 벌써 두 배 가량 됐다. 우리는 Fed의 자산이 8조5000억달러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런 완화정책은 임시적인 것이며, 당연히 되감아야한다. 이럴 때 우리가 이미 논의한 정책 피로가 나타날 수 있다. 게다가 전례 없던 크레딧 시장에 대한 개입을 되돌릴 경우 어떤 결과가 나타날지 불확실하다.
현재 중앙은행들의 큰 이슈는 당분간 감소할 수요를 되살리는 것이다. 제로금리로 정책도구가 소진된 상황에서, 그것도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면서 해야한다.
마이너스 금리 주장이 나왔지만 Fed의 발언을 볼 때 적어도 향후 18개월간 가능성은 없을 것 같다. 그건 중기적 과제가 될 것이다.
Fed는 대신 공격적으로 포워드 가이던스를 쓰고 양적완화(QE)를 대대적으로 추가 확대할 수 있다. 또 우리의 기본 시나리오는 아니지만 일본식 일드컨트롤을 채택할 수도 있다. ▶중국 경제에 대한 평가는?
중국은 바이러스 확산을 매우 잘 막았다. 경제 재개 초반은 매우 잘하고 있다고 본다.
중국 경제의 향후 이슈는 외부 수요 부진이 될 것이다. 세계 각국의 경제가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미국 트럼프 행정부와 기업들의 공급망 재편 노력도 변수가 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 기업들의 해외 활동에 대한 제약 등이 어떻게 전개될 지도 봐야한다.
▶미국의 경기 반등은 V자가 될 가능성이 있는가?
성장률 측면에서 보면 V자 반등이 이뤄지겠지만, GDP 측면에서 본다면 U자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예를 들어 미국의 GDP가 2분기 50% 감소한 뒤 3분기 50% 상승했다고 치자. 그랬다고 1분기 수준으로 돌아오는 건 아니다.
(미국의 GDP 20조달러가 50% 감소해 10조달러로 된 뒤 50% 상승한다면 15조달러가 된다.)
▶미국 증시는 왜 이렇게 오르는가?
나는 전략가는 아니다. 내가 아는 한으로는 Fed와 중앙은행들이 크레딧 마켓을 살려놓은 게 증시에 긍정적 영향을 준 것 같다. 그리고 이번 침체는 과거 침체와는 양상이 다르다. 과거에는 자연적 사이클이 이뤄지면서 회복에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적어도 회복 초기에는) 경기가 급반등할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는 것 같다. 여기에 각국 정부가 증시 하락을 막을 것이라는 낙관론이 합쳐진 것으로 본다.
실제 향후 몇 달간 이뤄질 각국의 초기 경기 반등에 대해선 편안하다. 각국의 구매관리자지수(PMI) 등을 보면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다.
▶각국의 부채 수준이 너무 커졌는데
각국의 막대한 공공부채는 분명히 (나쁜) 결과를 낳을 것이다. 하지만 각국 부채의 어떤 상한선을 정하는 ‘매직 넘버’가 있다고는 믿지 않는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의 경우 빚을 내고 다룰 수 있는 능력이 상당하다. 그리고 지금 세계적으로 금리가 매우 낮다. 단기적으로는 우려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문제는 금리가 올라갈 경우일 것이다. 지금으로선 인플레가 낮기 때문에 향후 2년 정도는 별로 걱정하지 않는다. 그래서 각국이 막대한 채권을 발행하고 있지만, 어느 순간에는 매우 어려운 선택을 해야할 것이다.
지금으로선 선진국보다는 이머징 마켓 국가들이 부채 차원에서 잠재적 시장 압력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개도국들이 큰 곤란을 겪고 있다
개도국들은 안타깝게도 이번 위기를 견뎌낼 재정 능력이 충분하지 않다. 자본시장은 흔들리고 있으며 국가나 기업들은 신용등급 강등 위험에 직면하고 있다. 이번 위기가 세계적으로 지나가도 개도국들의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을 수 있다.
개도국들이 지고 있는 부채부담은 결국 주요 20개국(G20)과 국제통화기금(IMF) 등의 차원에서 함께 나누어 부담하는 방법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세계적 조율이 필요한 과제다.
▶미국의 대선 등 국내 정치가 미칠 영향은?
대선 결과는 알 수 없다. 하나 말할 수 있는 건 어느 당이든 오는 11월 선거 때 상하 양원을 지배하게 된다면 많은 정책적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JP모간의 브루스 카스먼 수석경제학자가 주최하는 ‘글로벌 경제 아웃룩’ 웨비나에 참여했습니다.
그는 당분간 미 경제는 급반등을 경험할 것으로 봤습니다.
하지만 위기 이전으로 돌아가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대량 실업으로 약해진 가계, 그리고 위기를 견뎌내기 위해 많은 자금을 빌려쓴 기업들이 과거처럼 투자하고 소비하기 어려워질 것이라 얘기입니다.
카스먼 수석경제학자의 발언을 요약합니다. ▶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이번 경제 침체의 특징은 세 가지다.
첫 번째, 2차 대전 이후 가장 깊은 침체라는 점이다.
두 번째, 그러면서도 지속 기간은 매우 짧을 것이다. 미국 등 세계 경제는 하반기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설 것이다. 상반기 15~20%(연율) 위축된 뒤 하반기에는 그 정도로 다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세 번째는 하반기 경제가 개선되겠지만, 그 회복은 부분적일 것이란 점이다. 정리하면, 매우 깊은 하락과 즉각적이고 강력한 반등, 그러나 부분적인 회복은 장기적으로 상당한 상처를 글로벌 경제에 남겨놓을 것으로 본다.
세계 경제의 국내총생산(GDP)는 올해 5% 가량 줄어들 것이다. 그리고 내년 4%에 육박하는 성장을 이룰 것이다. ▶ 경기가 급반등할 것으로 보는 배경은 세 가지다.
먼저 코로나바이러스 봉쇄가 꽤 성공적이었다. 그 결과로 두달 전 중국에서 보듯 경제활동이 일부 살아나고 있다. 경제활동을 전면 차단했기 때문에 약간만 살아나도 큰 반등처럼 느껴진다.
두 번째로 Fed 등 각국 중앙은행의 과감한 완화정책이 주효했다. 이들은 크레딧 마켓(회사채 시장)이 제 기능을 유지할 수 있게 살려놓았다. 실제 크레딧 마켓은 미국과 유럽에서 기록적 속도로 성장하는 중이다. 이머징 마켓에도 자금이 흘러들어간다. 만약 중앙은행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면 상황은 지금보다 훨씬 나빴을 것이다.
세 번째, 각국 정부도 강력한 부양책으로 반등 기반을 만들었다. 각국이 쓴 돈은 GDP의 3%를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이겨내기 위해 각국이 지출한 비용보다 1%포인트 가량 많은 큰 돈이다. ▶ 하지만 왜 경기 회복은 부분적일 수 밖에 없을까. 왜 세계 경제는 완전히 회복되는 데 시간이 걸릴까. 이것도 세 가지 이유로 설명할 수 있다.
먼저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는 했지만, 백신이 아직 없기 때문이다. 백신이 없으면 바이러스는 우리 곁을 멀리 떠나지 않을 것이고, 이는 경제활동을 상당히 저해할 것이다. 인류는 백신을 갖게 되겠지만, 아직 우리의 베이스 시나리오엔 백신이 없다.
우리는 초대형 코로나바이러스 2차 유행이 있을 것이라고 보지도 않는다. 세계는 봉쇄 등을 통해 바이러스 확산을 막는 법을 알게 됐다. 어쨌든 소비자들의 공포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고, 경제활동은 완전히 정상으로 돌아오기는 어렵다.
두 번째는 소득 손실 탓이다. 이번 침체는 기간은 매우 짧지만 단기간 수많은 사람들이 해고됐고, 기업들은 매출을 통째로 잃어버렸다. 이건 기업의 재무제표에 상당한 손상을 남길 것이다. 민간 기업뿐이 아니다. 지방정부 등 공공분야도 마찬가지다. 이는 이들의 행동에 장기간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
사실 가계는 정부의 부양책으로 소득 손실을 상당폭 만회했다. 이건 초기 반등을 가능케하는 요인이다. 하지만 고용시장은 엄청난 충격을 받았고 실업은 금세 회복되진 않을 것이다. 이는 소득승수효과를 대폭 줄일 것이다. 벌써 미국의 가계는 소비를 줄이고 저축한다. 저축율은 지난 4월 25%에 달했다. 위기 이전인 7%대로 돌아가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본다.
가계의 소득은 기본적으로 기업에서 이전되는 것이다. 기업들은 지금 Fed가 뒷받침한 크레딧 마켓에서 많은 돈을 조달해 견뎌내고 있다. 손실된 매출은 잃어버린 것이며 이는 재무제표에 남을 것이다. Fed가 많은 기업들을 파산에서 구출해냈지만, 이들 기업들의 재정 상황은 그전만큼 건강하지 않다. 이는 경제 회복에 두고두고 짐이 될 것이다. 세 번째는 정책 피로다. 너무 많은 부양책과 완화적 통화정책이 쏟아졌다. 이 정책들은 올해를 넘어 오랜 기간 지속되는 걸 목표로 하지 않는다. 2021년에 별다른 정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경제는 피로를 느낄 수 있다. 우리는 추가 부양책을 예상하고 있지만, 2021년까지 이어지면서 경제를 지원할 수준은 아닐 것이다. 몇 가지 걱정꺼리가 더 있다.
인플레이션이 그 중 하나다. 수요와 공급 측면 모두에서 인플레를 부추길 수 있는 요인이 있다. 공급에서는 공급망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공급망을 재편하거나 옮기려면 기업들은 비용이 소요될 수 밖에 없다. 이런 공급망 재편이 광범위하게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이건 결국 제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다.
지금 인플레를 걱정하지 않는 건 수요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생산량 감소를 경험하고 있고 그건 GDP 손실량과 같다. 내년 말까지도 생산량은 (위기 이전 예상에 비해) 3% 이상 차이가 날 것이다. 이는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는 수준이다. 특히 서비스 분야에서는 더욱 그렇다.
또 주의해야할 건 정치적 영향이다. 미국과 중국의 심화되는 갈등뿐 아니라, 이탈리아를 둘러싼 유럽연합(EU)내 갈등, 그리고 브렉시트 협상 등이 계속 소음을 일으킬 수 있다.
▶미국의 실업 문제는 언제쯤 개선될까?
미국의 실업 증가세는 다음주께 정점을 찍은 뒤 내려올 것이다. 지난 4월 14.5%였던 실업률은 5월에 20% 안팎에 달할 것이다. 5월엔 500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사라졌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3월부터 따지면 모두 2500만개가 사라진 것인데, 앞서 말했듯이 경기가 급반등하면서 3분기에 600만~700만개 일자리가 회복될 것이다. 물론 완전한 회복이 아니다. 연말에도 실업률은 11%에 달할 것으로 본다. 20%에서 11%로 낮아지는 건 매우 큰 반등이지만 11%도 매우 높은 수치다. 이건 여전히 미국 경제에 큰 문제로 남을 것이다.
2021년에는 경기의 점진적 회복이 기대되고 있고, 고용시장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변수는 기업들의 파산이다. Fed가 크레딧 마켓을 지원해 많은 기업들을 구제했지만, 파산은 분명히 생겨날 것이다. 기업들의 재정 상황은 허약해져서 위태로운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는 건 상당히 시간이 걸릴 것이다. 이건 세계가 다 비슷할 것이다. ▶Fed의 무제한 유동성 투입은 괜찮을까?
Fed가 적극적으로 나서 크레딧 마켓까지 살려놓은 건 훨씬 더 컸을 뻔 했던 충격을 줄인 것이다. 그새 Fed의 자산은 급증했다. 3월초에 비하면 벌써 두 배 가량 됐다. 우리는 Fed의 자산이 8조5000억달러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런 완화정책은 임시적인 것이며, 당연히 되감아야한다. 이럴 때 우리가 이미 논의한 정책 피로가 나타날 수 있다. 게다가 전례 없던 크레딧 시장에 대한 개입을 되돌릴 경우 어떤 결과가 나타날지 불확실하다.
현재 중앙은행들의 큰 이슈는 당분간 감소할 수요를 되살리는 것이다. 제로금리로 정책도구가 소진된 상황에서, 그것도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면서 해야한다.
마이너스 금리 주장이 나왔지만 Fed의 발언을 볼 때 적어도 향후 18개월간 가능성은 없을 것 같다. 그건 중기적 과제가 될 것이다.
Fed는 대신 공격적으로 포워드 가이던스를 쓰고 양적완화(QE)를 대대적으로 추가 확대할 수 있다. 또 우리의 기본 시나리오는 아니지만 일본식 일드컨트롤을 채택할 수도 있다. ▶중국 경제에 대한 평가는?
중국은 바이러스 확산을 매우 잘 막았다. 경제 재개 초반은 매우 잘하고 있다고 본다.
중국 경제의 향후 이슈는 외부 수요 부진이 될 것이다. 세계 각국의 경제가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미국 트럼프 행정부와 기업들의 공급망 재편 노력도 변수가 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 기업들의 해외 활동에 대한 제약 등이 어떻게 전개될 지도 봐야한다.
▶미국의 경기 반등은 V자가 될 가능성이 있는가?
성장률 측면에서 보면 V자 반등이 이뤄지겠지만, GDP 측면에서 본다면 U자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예를 들어 미국의 GDP가 2분기 50% 감소한 뒤 3분기 50% 상승했다고 치자. 그랬다고 1분기 수준으로 돌아오는 건 아니다.
(미국의 GDP 20조달러가 50% 감소해 10조달러로 된 뒤 50% 상승한다면 15조달러가 된다.)
▶미국 증시는 왜 이렇게 오르는가?
나는 전략가는 아니다. 내가 아는 한으로는 Fed와 중앙은행들이 크레딧 마켓을 살려놓은 게 증시에 긍정적 영향을 준 것 같다. 그리고 이번 침체는 과거 침체와는 양상이 다르다. 과거에는 자연적 사이클이 이뤄지면서 회복에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적어도 회복 초기에는) 경기가 급반등할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는 것 같다. 여기에 각국 정부가 증시 하락을 막을 것이라는 낙관론이 합쳐진 것으로 본다.
실제 향후 몇 달간 이뤄질 각국의 초기 경기 반등에 대해선 편안하다. 각국의 구매관리자지수(PMI) 등을 보면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다.
▶각국의 부채 수준이 너무 커졌는데
각국의 막대한 공공부채는 분명히 (나쁜) 결과를 낳을 것이다. 하지만 각국 부채의 어떤 상한선을 정하는 ‘매직 넘버’가 있다고는 믿지 않는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의 경우 빚을 내고 다룰 수 있는 능력이 상당하다. 그리고 지금 세계적으로 금리가 매우 낮다. 단기적으로는 우려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문제는 금리가 올라갈 경우일 것이다. 지금으로선 인플레가 낮기 때문에 향후 2년 정도는 별로 걱정하지 않는다. 그래서 각국이 막대한 채권을 발행하고 있지만, 어느 순간에는 매우 어려운 선택을 해야할 것이다.
지금으로선 선진국보다는 이머징 마켓 국가들이 부채 차원에서 잠재적 시장 압력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개도국들이 큰 곤란을 겪고 있다
개도국들은 안타깝게도 이번 위기를 견뎌낼 재정 능력이 충분하지 않다. 자본시장은 흔들리고 있으며 국가나 기업들은 신용등급 강등 위험에 직면하고 있다. 이번 위기가 세계적으로 지나가도 개도국들의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을 수 있다.
개도국들이 지고 있는 부채부담은 결국 주요 20개국(G20)과 국제통화기금(IMF) 등의 차원에서 함께 나누어 부담하는 방법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세계적 조율이 필요한 과제다.
▶미국의 대선 등 국내 정치가 미칠 영향은?
대선 결과는 알 수 없다. 하나 말할 수 있는 건 어느 당이든 오는 11월 선거 때 상하 양원을 지배하게 된다면 많은 정책적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