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가 중국 관영매체에 EU와 중국 간 공식 회담에 대한 왜곡 보도를 중단하라고 경고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1일 보도했다.

비르지니 바투-헨릭슨 EU 외교 대변인은 "중국 관영매체가 최근 열린 EU-중국 전략대화에 대해 '선택적'이고 '불균형적'인 기사를 내보낸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중국 당국에 고지했다"며 "중국은 중국의 견해를, 우리는 우리의 입장을 각각 표현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U의 대외정책을 총괄하는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대표는 지난 9일(현지시간)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화상으로 3시간에 걸쳐 EU-중국 전략대화를 했다. 이후 취재진에 "중국이 EU에 '체제 경쟁자(systemic rivalry)'이기는 하지만 세계 평화를 위협할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회담에서 지난해 EU가 중국을 '체제 경쟁자'로 규정한 것에 대해 심도있는 대화를 나눴다고도 전했다.

중국 외교부는 대화 직후 보렐의 발언과는 다소 다른 성명을 냈다. 외교부는 보렐 대표가 "EU는 경쟁(rival)이나 대립이 아닌 상호 존중의 바탕 위에서 중국과 대화와 협력을 추구한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중국 신화통신은 이어 보렐이 "EU가 중국과의 관계에 크게 기대하고 있으며 더 가까운 관계를 위해 노력할 것", "EU는 중국이 국제 협력에 참여하는 것을 환영한다" 등의 발언을 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익명의 EU 관계자는 "보렐 대표가 대화에서 체제 경쟁자(systemic rivalry)라는 말의 의미를 시간을 들여 설명했는데도 양국이 더이상 라이벌이 아니라고 말한 것처럼 중국 측이 전달한 것은 유감"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경쟁(rival)이라는 말은 부드러운 단어가 아니기 때문에 외교 관계에서 그 의미를 정확히 전달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EU는 또 중국 관영매체가 보렐이 다국주의에 관해 중국과 같은 관점을 갖고 있다고 보도한 것도 문제로 지적했다. EU는 세계무역기구(WTO)를 개선해야 한다고 보고 있으며, 중국에 대해서도 시장을 더 개방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SCMP는 중국 관영매체가 유럽 관료의 발언을 왜곡한 것이 처음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지난달에는 중국 매체들이 에마뉘엘 본 프랑스 대통령 외교 자문이 왕이 장관에게 "프랑스는 홍콩 문제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보도했으나, 프랑스는 즉각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