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올해 2분기 경제성장률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역대 최악인 연율 -27.8%를 기록했다.

일본 내각부는 17일 일본의 4~6월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연율 -27.8%를 나타냈다고 발표했다. 전 분기에 비해서는 7.8% 감소했다. NHK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분기 -17.8%를 넘어 통계 비교가 가능한 1980년 이후 가장 큰 폭이라고 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후 최악의 성적표라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이 기간 일본의 경제성장률을 -26% 안팎으로 예상했다. 일본의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3분기 이후 3개 분기 연속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갔다.

일본 경제의 절반 이상을 떠받치는 개인소비가 지난 2분기 동안에만 8.2% 감소했다. 1980년 이후 최악이었던 2014년 2분기(-4.8%) 수치를 크게 하회했다. 일본 정부가 4~5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전국에 내린 긴급사태선언으로 인해 소비자들의 외출이 크게 줄어든 탓이다. 미즈호종합연구소는 "6월들어 일부 회복세를 나타냈으나 숙박업과 여행업 등 서비스 부문의 소비 회복 속도가 느렸다"고 분석했다.

일본 경제를 지탱하는 또다른 축인 기업의 설비투자도 1.5%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전세계적인 경기 추락으로 기업들이 사업을 확장하는데 신중한 자세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수출은 18.5% 급감한 것으로 분석했다. 자동차 수출이 줄어든 데다 전세계 150여개국에 대한 입국금지 조치로 일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사실상 '0'이 된 탓이다.

일본 종합연구소는 "민간 부문의 소매판매와 여행 및 레저시설의 회복이 한계에 달했다"며 "소비 회복력이 취약해 'V자형' 경기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워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