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美 ETF 시장, 하지만 못 버티고 상장폐지한 ETF도 사상 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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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미 증시에서 ETF 188종 상장폐지, 사상 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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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을 인용, 올 들어 ETF 188종이 미 증시에서 상장폐지됐다고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자본시장에 ETF가 도입된 1992년 이래 최대 규모의 상장폐지 행렬이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 미 최대 투자은행 JP모간체이스 등 ‘노련한’ 대형사들이 운용해온 ETF들도 올해 상장폐지 대열에 합류했다.
시장이 커지면서 ETF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도 심화했다. ETF 운용사들은 호황기에도 투자금을 제대로 끌어모으지 못하는 ETF를 청산하는 데 집중했다. 자산 규모가 5000만달러(약 590억원) 이하인 소형 ETF들이 ‘경쟁력이 없다’는 판단 아래 증시에서 생을 마감하게 됐다. 운용사가 ETF를 자진 상장폐지하는 경우 ETF를 청산한 다음 대금을 투자자들에게 돌려주도록 되어 있다.
코로나19 이후 증시 및 원자재시장에서 변동성이 커지면서 ETF 운용사들의 관리 부담이 가중된 것도 ETF 상장폐지 증가의 원인으로 꼽힌다. 예를 들어 S&P 500 지수를 추종하는 ETF의 경우에는 이날 S&P 500 지수가 1% 올랐으면 해당 ETF 역시 비슷한 등락폭을 보여야 하는데,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이 조건을 충족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특히 지수 등의 상승·하락폭의 2~3배 수익률을 내는 것을 목표로 하는 레버리지, 인버스 ETF들이 특히 고전했다. 심지어 올해에는 원유 선물 가격이 마이너스(-)로 하락하는 전례없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