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한달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본 여성의 숫자가 작년 같은 기간보다 40% 급증했다.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여성이 갑자기 늘어나자 일본의 자살대책기관이 올 상반기 자살한 여성의 숫자가 크게 늘어난 우리나라에 정보 공유를 요청했다.

21일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8월 한달간 자살한 일본인의 숫자는 1849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3% 증가했다. 특히 여성의 경우 40.1% 늘어난 650명에 달했다. 올 상반기만 하더라도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의 숫자는 지난해보다 줄었었다. 하지만 자살한 여성의 숫자는 6월 501명(1.2%), 7월 645명(14.6%)으로 하반기 들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이 때문에 후생노동성 산하 기관인 '생명을 지키는 자살대책추진센터'는 8월 중순 우리나라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자살예방센터의 백종우 센터장에게 원인 분석과 의견을 의뢰했다. 자살과 관련한 경향을 분석하기 위해 일본의 기관이 한국에 자문을 구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에 대해 중앙자살예방센터 측은 "일본 자살대책추진센터와는 국가간 자살예방 협력을 위해 정례적으로 의견교환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8월 한달동안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본 여성의 숫자가 40% 급증하자 일본 자살예방기관이 올 상반기 비슷한 양상이 나타난 한국에 원인 분석 및 자료 공유를 요청했다.(자료=산케이신문)
8월 한달동안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본 여성의 숫자가 40% 급증하자 일본 자살예방기관이 올 상반기 비슷한 양상이 나타난 한국에 원인 분석 및 자료 공유를 요청했다.(자료=산케이신문)
우리나라에서는 올 상반기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여성의 숫자가 크게 늘었다. 올 상반기 자살한 여성의 숫자는 지난해보다 7.1% 늘어난 1942명이었다. 특히 3월(17.3%)과 4월(17.9%) 목숨을 끊은 여성이 크게 늘었다.

한일 양국의 자살예방기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이 여성의 자살률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7월 코로나19 2차유행이 시작된 일본에서는 8월7일 전국의 확진자가 1595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은 2월29일 909명이 최대치였다.

코로나19의 여파로 남편과 아이들이 집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난데다 실업 및 휴업으로 인해 경제적인 어려움이 커진 영향이 표면화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이 신문은 분석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비정규직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고 육아부담이 큰 여성들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비율이 늘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