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금융당국이 세계 증시 사상 최대 기업공개(IPO)를 진행 중인 앤트그룹의 상장을 무기한 연기시켰다. 앤트그룹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의 핀테크 계열사다. 알리바바 창업자이자 앤트그룹의 최대주주인 마윈(사진)이 최근 당국의 보수적 정책 기조를 비판한 것과 연관이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상하이증권거래소는 3일 공고문을 통해 5일로 예정됐던 앤트그룹의 ‘커촹반(科創板·과학혁신판)’ 상장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홍콩증권거래소도 이날 앤트그룹의 상장을 중단한다고 공고했다.

앤트그룹은 상하이와 홍콩거래소에 각각 16억7000만 주의 주식을 상장하면서 318억달러(약 36조원) 이상의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었다. 작년 12월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가 세웠던 최대 IPO 기록(294억달러) 경신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상하이거래소는 이번 결정이 중국 인민은행과 증권감독관리위원회, 은행관리감독위원회, 외환관리국 등 4개 기관이 앤트그룹을 실질적으로 통제하는 인사(마윈)와 회장, 총재 등을 지난 2일 ‘예약 면담’한 것과 관련 있다고 설명했다.

거래소가 이번 조치에 구체적인 기한을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볼 때 앤트그룹 상장은 사실상 무기한 연기됐다는 분석이다. 상하이 증권거래소는 이번 사안을 ‘중대한 사건’으로 규정하면서 이번 사건으로 앤트그룹이 상장 조건에 부합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번 조치가 관련 규정에 따른 것이며, 이 규정에 따라 앤트그룹과 보증인은 관련 사실을 공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2일 이뤄졌던 예약 면담 내용은 거의 공개되지 않았다. 차이신 등 중국 매체들은 마윈이 지난달 24일 상하이에서 열린 와이탄금융서밋 연설에서 당국이 지나치게 보수적인 감독 정책을 취하고 있다고 지적한 게 문제가 됐을 것으로 해석했다.

중국 금융당국은 또 2일 앤트그룹의 주력 분야인 소액대출 사업 규제를 대폭 강화하는 내용의 새 법안을 입법 예고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