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2, 3위 이동통신 회사인 KDDI와 소프트뱅크가 앞으로 10년간 총 4조엔(약 43조3448억원)을 쏟아부어 차세대 통신 규격인 5세대(5G) 기지국을 40만 곳 이상 설치한다.

4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2030년까지 2조엔을 투자해 5G 기지국을 35만 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일본 대형 이동통신사가 5G 인프라 구축과 관련한 장기 계획을 공개한 것은 처음이다.

소프트뱅크·KDDI '5G 총력'…10년간 인프라에 43조원 투자
소프트뱅크의 투자 계획에 따르면 현재 1만 개 미만인 5G 기지국을 내년까지 5만 곳으로 증설한다. 도시 중심부의 가입자들이 5G 서비스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된다. 2025년까지는 기지국을 20만 곳으로 확대해 소프트뱅크 가입자 대부분이 장소와 관계없이 5G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목표다. 2030년까지 기지국이 35만 곳으로 늘어나면 대규모 사무실과 공장에서도 5G를 활용할 수 있어 사물인터넷(IoT), 온라인 의료, 자동운전 등 새로운 시장이 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KDDI는 향후 10년간 2조엔을 들여 5G와 차차세대 통신 규격인 ‘6G’ 인프라를 동시에 깔 계획이다. 당분간은 5G 관련 인프라 증설에 집중해 내년까지 기지국을 5만 곳으로 늘리기로 했다. 일본 1, 4위 이통사인 NTT도코모와 라쿠텐도 조만간 기지국 증설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신문은 전했다.

소프트뱅크와 KDDI의 투자 규모는 2010년대 초반 일본 3대 이통사들이 4G 인프라에 투자한 전체 금액(1조8000억엔)을 두 배 이상 웃돈다. 일본 이통사들이 5G 인프라 투자를 서두르는 것은 세계적인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영국 시장조사회사 옴디아가 지난 6월 발표한 주요국의 5G 경쟁력 순위에 따르면 일본은 13위로, 한국(1위)과 미국(4위)은 물론 중국(8위)보다 순위가 처졌다.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에 따르면 세계 통신사들은 앞으로 5년간 1조1000억달러(약 1252조원)를 설비 투자에 쏟아부을 계획이다.

일본 이통사들의 대규모 투자로 통신설비와 휴대폰 단말기 제조 등 연관 산업도 동시에 활기를 띨 전망이다. 일본 업계에선 특히 5G 기지국 시장에서 화웨이, 노키아, 에릭슨, 삼성전자에 밀린 일본 통신기기 업체들이 기사회생할 기회를 갖게 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미국의 수출 규제로 화웨이 제품을 쓰기 어려워지면서 일본 이통사들이 NEC, 후지쓰 등 자국 통신기기 업체에 발주를 늘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