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매체들은 10일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대(對)중국 전략이 동맹을 동원한 포위와 압박을 강화하는 방향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절 소원했던 유럽연합(EU)과 다시 힘을 합치고 중국과 앙숙인 인도를 포섭해 중국을 견제하며 한국 등 민주주의 동맹을 내세울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다시 손잡는 美·EU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미국 부담이 너무 크다며 비용 분담을 압박했고 독일을 비롯한 유럽 각국도 미국의 일방주의 정책에 반발하는 분위기였다.

이런 상황 속에서 중국은 틈새를 공략해 이탈리아를 포함한 유럽 국가들과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협력을 통해 우군 확대를 가속해 왔다.

그러나 지난 1월 중국 우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발한 뒤 전 세계로 퍼지면서 EU 국가들이 중국을 바라보는 시선은 냉담해졌다.

영국 등 유럽 선진국들이 중국 통신장비 업체인 화웨이 장비를 5G(5세대) 통신망에서 전면 퇴출하는 데 미국과 동조하고 있다.

추이훙젠 중국국제문제연구원 유럽연구소장은 이날 바이든의 대통령 당선에 프랑스와 독일 정상이 '미국과 함께하자'는 메시지를 전달한 점을 언급하며 "바이든에 대한 사랑을 반드시 의미하는 것은 아니더라도 트럼프 행정부를 더는 견딜 수 없다는 점을 보여 준다"고 밝혔다.

추이 소장은 "바이든 당선인과 미국 민주당은 EU와 서구 가치 및 정치 이념에서도 더 많은 공통점을 갖게 돼 과거보다 더 단결할 것"이라며 "중국에 대한 압박도 커질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진찬룽 런민대 국제관계학원 부원장은 "중국은 미국과 EU의 안정적인 관계를 환영한다"면서도 "미국과 EU가 중국을 견제하려고 힘을 합친다면 중국은 반드시 보복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反中 연합전선'도 공고해질 듯
중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시나리오는 바이든 당선인이 민주주의 동맹을 내세워 중국을 겨냥한 아시아태평양 포위 전략을 강화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반중(反中) 연합체 성격의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 등 4국의 안보 협력체)에 힘을 쏟고 있는 것과 같은 움직임이 바이든 정부에서도 이어질 것으로 중국 매체들은 보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과 국경 분쟁 중인 인도를 이용해 중국의 힘을 분산시키고 한국, 일본 등 동아시아 국가 및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까지 끌어들여 중국이 사면초가 되는 상황을 중국 매체들은 우려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후 미국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발을 뺐고 나머지 국가들은 대신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을 만들었는데 바이든 시대에 CPTPP로 다시 발을 담글 경우도 중국의 근심이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바이든 시대에 트럼프 행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의 명칭을 바꿀 것으로 보이지만, 대중 전략에서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바이든의 당선을 축하하면서 미국과 인도 관계가 더욱 공고해질 것이라고 발언한 점을 주목했다.

진 부원장은 미국의 남중국해에서 대중국 견제 전략인 '항행의 자유' 작전도 계속될 것으로 보면서 "남중국해에서 미국은 중국의 영유권에 도전을 지속할 것이며 군함과 군용기를 계속 보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도 중국 매체와 전문가들은 중국의 막대한 경제 지원을 받는 동남아 국가들만은 그리 쉽게 미국 편으로 돌아서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도 내비쳤다.

뤼샹 중국 사회과학원 미국학 연구위원은 "하지만 중국은 이들 국가를 괴롭힌 적이 없고 실질적인 협력과 경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면서 "미국은 중국만큼 이들 국가를 지원할 재원이 없기 때문에 미국에 어리석게 이용당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