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먼 "비트코인, 믿고 사는 사람은 그냥 놔둬라"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미국 증시가 화이자의 백신 예방율 95%를 달성했다는 소식에도 하락세로 반전해 마감했습니다.
18일(미 현지시간) 다우 지수는 345.58포인트, 1.16% 하락했고요. S&P 500 지수도 1.16%, 나스닥은 0.82% 내렸습니다. 장 개시 전 화이자의 발표에 지수들은 상승세로 출발했지만 버티질 못했습니다. 어제 뱅크오프아메리카의 마이클 하넷 전략가가 주장한 "백신 뉴스에 팔아라"라는 말이 현실화된 것인데요. 뉴욕시가 19일부터 공립학교를 다시 폐쇄한다는 발표가 현지시간 오후 2시 넘어 나오자 장 막판 매도세가 몰리면서 하락폭이 커지는 모습이었습니다.
화이자는 이날 백신 후보 물질이 임상 3상에서 95%의 효능을 보였다는 최종 분석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4만4000명을 대상으로 한 3상 실험에서 총 170명의 감염자가 발생했는데, 이중 백신을 맞은 사람은 8명에 그쳤습니다. 또 65세 이상 고령층에서도 94% 예방율을 보였고, 중대한 부작용도 보도되지 않았습니다. 화이자는 백신 유통·보급에 대한 우려를 해결하기 위해 상온 보관법을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공동개발사인 바이오엔테크는 20일께 미 식품의약국에 긴급사용 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라며 12월 중순에 승인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외에도 테슬라의 S&P 500 지수 편입, 보잉의 737맥스 운항재개 승인 등 여러 호재가 있었지만 투자자들은 이를 외면하는 분위기였습니다.
배경은 두 가지 정도로 보이는데요.
기본적으로 이달 들어 워낙 많이 올랐기 때문으로 관측됩니다. 11월에만 다우는 이날 하락한 걸 포함해도 11%, S&P500 지수는 9% 올랐습니다. 그리고 종목별로 보면 역시 가치주, 경기민감주들이 많이 상승한 상태이지요.
일부에선 FAANG 등 초대형 기술주들이 상승세에 동참하지 않는다면 당분간 S&P 500 지수를 기준으로 3600을 넘기기는 어렵지 않겠냐는 기술적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이날도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알파벳 등이 모두 1%대 초중반 하락했습니다. 이들이 전체 시가총액 비중의 25%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낙폭과대주, 가치주 상승만으로 기술적 저항선을 뚫기가 어렵다는 것이죠.
이달 주식 급등세와 관련해 골드만삭스는 이달 말까지 연기금 펀드들의 리밸런싱으로 인한 주식 매도량이 380억 달러에 달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11월에 워낙 주식이 많이 오르고, 여기에 채권 값은 많이 내렸습니다. 채권 값은 금리, 즉 수익률과 반대인데 내년에 경기가 살아나면서 물가가 오를 것이란 금리가 많이 올랐죠. 이 때문에 전통적인 주식 6대 채권 4 이런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는 연기금들은 예를 들어 주식가치가 7, 채권 3 이런 식으로 벌어져있는 상황이고 이를 다시 벤치마크에 맞춰야하기 때문에 주식을 팔고, 채권을 사야합니다. 물론 시기를 조정할 수도 있고 하지만 어쨌든 이런 수요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죠.
금리 말이 나와서 그런데 오늘 좋지 않은 시장이 증시 말고 하나 더 있었습니다. 바로 채권 시장, 그중에서도 발행 시장을 말하는 프라이머리 마켓인데요.
이날 미 재무부가 20년물 국채를 기록적 수준인 270억 달러 규모를 발행했는데, 소화되는 과정이 그리 매끄럽진 않았습니다. 재무부는 발행 금리를 1.413% 내놓았는데, 수요가 붙지 않으면서 금리는 1.422%까지 올라갔습니다. 딜러들의 응찰률도 2.27배로 이전 입찰 때의 2.43배보다 상당히 낮아졌고요. 낙찰률도 간접이 61.2%로 지난 10월의 62.9%보다 떨어졌고 직접은 15.3%로 비슷했습니다. 이에 따라 프라이머리 딜러들은 23.5%의 채권을 스스로 소화해야하게 됐습니다. 이에 따라 유통시장 즉 세컨더리 마켓에서의 10년물 금리도 13bp나 올라 0.873%로 마감됐습니다. 한 때 0.891%까지 치솟기도 했습니다. 이는 워낙 많은 국채가 발행되고 있고, 향후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값이 떨어지기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응찰을 약간 꺼리기 때문이 아닌가 관측이 나옵니다. 두 번째 이유가 있다면 역시 백신이 본격적으로 배포되는 내년 2분기까지 약 5~6개월을 어떻게 버틸 것이냐 하는 의문 탓으로 보입니다.
미국에선 17일에도 15만9500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고, 사망자도 1583명에 달했습니다. 아까 말씀드렸듯 뉴욕시는 공립학교 휴교령을 내렸고 오하이오는 야간 이동 제한 명령을 내리는 등 봉쇄 조치를 강화하는 지역도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인데도 필요한 재정 부양책은 완전히 헛돌고 있습니다.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협상 재개를 요구한데 대해 공화당의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총무는 지속적으로 주장해온 5000억 달러 규모의 부양책을 주장했습니다. 지난 3월 통과시켰던 CARES Act 수준인 1조7000억 달러나 민주당이 주장하는 2조2000억 달러 규모에 대해선 전혀 그럴 생각이 없다고 말을 잘랐습니다.
이에 여러 비판이 나왔는데 가장 정곡을 찌른 게 제이미 다이먼 JP모간 최고경영자의 의 말이었습니다. 다이먼 CEO는 "정치인들이 코로나로 인해 소득이 소진된 미국인들을 도울 수 있는 새로운 부양법을 통과시키지 않고 있다. 2조2000억달러냐 1조5000억달러냐 큰 논쟁이 있는데 웃기고 있다. 그건 정치인들의 유치한 행동이다"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는 양당이 우선 합의할 수 있는 것부터 쪼개서 통과시킬 것을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다이먼은 내년 중반에 백신이 광범위하게 유통될 때까지 가교로서 재정 부양책을 통과시킬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펠로시 의장은 옴니버스, 즉 일괄타결을 하겠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양당이 교집합, 즉 겹치는 부문을 먼저 통과시키란 말은 대선 전부터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할 경우 더 많은 돈을 원하는 민주당은 남은 부분을 통과시킬 레버리지가 줄어들게 되죠. 그래서 일괄 통과를 고집하고 있습니다.
다이먼 회장은 미국 기업가 중 상당히 존경받는 사람입니다. 한 때 씨티그룹에서 해고되기도 했던 그는 2005년 JP모간의 경영진으로 부활했고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명실상부한 미국 최대 은행으로 만들었거든요. 인품도 훌륭합니다. 일부에선 지금 재무장관 얘기도 나오고 있고요, 몇 년 뒤 은퇴하면 뉴욕시장, 대통령 등으로 나올 수 있다는 말도 많습니다.
그는 이날 많은 말을 했습니다. 뉴욕타임스가 주최한 딜북 온라인 컨퍼런스에서 인터뷰를 한 것인데요. 미국 최대 은행의 수장인 만큼 경제와 자산 시장에 대한 많은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그의 답을 들어보면 미국 최대 은행의 수장이 어떻게 현 상황을 보고 있는 지 알 수 있을 겁니다. ▶코로나 백신
정말 두 개의 백신이 나올 것이란 사실에 신에게 감사한다. 지금은 팬데믹이 끝난 것처럼 행동할 때가 아니다. 두 배로 노력해서 이걸 헤처 넘자.
▶재정 부양책
미국의 매우 큰 부문이 정말 힘든 상태다. 그건 민주당이냐 공화당이냐 하는 것과 상관없는 일이다. 만약 부양책이 없다면 우리가 좋은 경제적 결과를 가질 가능성이 떨어질 것이다.
▶세금은 올라갈 것이다
세금은 어딘가로 올라갈 것이다. 나는 충분히 이해한다. 세금 중에도 성장을 헤치는 세금이 있고 그렇지 않은 세금이 있다. 내 소득에 약간 더 과세하라. 그건 성장을 해치지 않는다. 하지만 자본형성에 과세하는 건 시간이 흐르면서 성장을 저해할 것이다.
▶증시 거품설
모든 부분이 아닌 특정 영역에서 주식 거품을 본다
▶비트코인에 대한 견해
블록 체인의 가치를 보고 있다. 블록 체인 자체는 사람들이 세계적으로 더 싸게 돈을 이동시키는 데 중요할 것이다. JP모간은 블록체인 기술을 지원할 것이다. 하지만 비트 코인에 대한 관점을 바꾸지 않았다. 정부가 결국은 사이버 화폐를 매우 강하게 규제할 것이다. 매우 똑똑한 사람들이 금이나 달러, 미 국채보다 더 나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비트코인을 산다. 그냥 그렇게 하도록 놔둬라.
나는 정말 비트코인에 대해서 관심이 없다. 내 취향이 아니다. ▶코로나 이후 재택근무와 출장
기업들은 더 많은 직원들이 재택과 사무실 근무를 순환하는 유연한 업무 방식을 수용할 것이다. 사무실의 좌석 수를 30%까지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더 출장을 적게 다니는 일은 없을 것이다. 출장은 줌을 통해 만나겠다고 하는 것과는 많이 다를 수 있다. 기업이 경쟁 우위를 확보 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일부 예측만큼 출장이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재무장관설
평생 정말 재무 장관의 직책을 탐낸 적이 없다. 그 자리를 차지하는 사람을 도울 것이다.
▶트럼프의 대선 불복
1월20일에는 새로운 대통령이 있을 것이다. 평화로운 권력 이양이 필요하다. 우리는 선거를 치뤘고 새로운 대통령을 뽑았다. 미국의 신뢰와 믿음의 시스템에 기반해 당신은 그걸 좋아하든 아니든 간에 민주주의를 지지해야한다.
▶중국과의 관계
바이든 당선인이 전략적으로 중국과 잘 협조하기를 바란다.
▶미국의 문제
내가 가장 좌절하는 건 미국이다. 우리는 내부를 들여다봐야한다. 우리의 문제는 이민이나 중국, 무역 같은 게 아니다. 그건 큰 문제들을 우리 스스로 풀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리더십은 경제력에 달려 있다. 군사력도 결국 경제력에 달려 있다. 우리가 제대로 하지 못하면 세상은 나쁠 것이다. 내 생각에 세계 리더십을 유지하려면 우리 자신의 문제에 집중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