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과 달라" 美 국채 금리에서 알 수 있는 다섯 가지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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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증시가 옆으로 기고 있습니다. 19일(미 현지시간) 다우 지수는 0.15% 올랐고, S&P 500은 0.39%, 나스닥은 0.87% 상승했습니다. 사흘 만에 상승세이긴 하지만 오름폭은 그리 크진 않았습니다.
미 대선(11월3일)을 앞두고 시작된 랠리는 예상보다 좋은 백신 소식에 흐름을 이어갈 것 같았지만 S&P 500 지수는 2주째 3500대 박스권에 갇혀 있습니다. 코로나가 급격히 재확산되면서 백신이 본격적으로 보급될 내년 2분기까지 경기 회복이 늦춰질 가능성이 큰 탓으로 보입니다. 그렇다고 급락세가 연출되는 것도 아닙니다. 연이어 나오는 백신 소식은 내년 언젠가 경제가 정상화될 것이란 희망을 주고 있으니까요.
월가에선 백신이란 희망과 코로나 확산이란 현실 사이에서 당분간 오락가락할 수 있다는 관측이 많습니다. 케빈 니콜슨 리버프런트인베스트먼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CNBC에 출연해 “시장에서 코로나 확산 우려와 백신 기대가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옆으로 기는 건 주가뿐이 아닙니다. 미 국채 금리도 이달 초만 해도 10년물 기준 금세 연 1%를 넘을 것 같았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다릅니다. 10년물 금리는 며칠째 0.8~0.9% 선에서 맴돌고 있습니다. 지난 9일 화이자의 백신 발표에 하루만에 20bp(1bp=0.01%포인트) 가까이 급등했지만 지난 16일 모더나의 발표(예방율 94.5%), 18일 화이자의 발표(최종 예방율 95%)에도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습니다. 이날 아스트라제네카에서 개발중인 백신이 임상 2상 시험에서 고령층에게도 강력한 면역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지만 금리는 오히려 3.8bp 내려 0.835%로 마감됐습니다.
골드만삭스 JP모간 등 월가 금융사들은 최근 '2021년 전망'을 통해 10년물 금리가 내년에는 1.2~1.5%에 달할 수 있다는 예상을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급격히 가팔라지던 수익률 곡선은 최근 며칠사이 오히려 평탄해졌습니다. 10년물과 2년물의 금리 격차는 68bp로, 지난 10일 77bp를 기록한 이후 축소됐습니다.
이런 금리 움직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미국의 경제 및 금융시장 현황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채권 투자자들은 통상 경제의 어두운 면을 집중적으로 살펴봅니다. 경기가 어려워지고 금리가 내려가야 채권 값이 오르기 때문입니다. 주식과는 다른 논리지요. 지금처럼 불안감이 커질 때는 채권시장을 살펴보는 게 더 정확할 수 있습니다.
현재의 금리 동향에선 다섯 가지를 알 수 있습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18일 미국의 코로나 신규 감염자는 17만2391명, 사망자는 1923명에 달합니다. 미국은 18일자로 사망자가 총 25만명을 넘었습니다. 곧 다시 하루 2000명을 넘길 것 같은데 이는 지난 4월 초 정점 수준입니다. 이날 학교 휴교를 단행한 뉴욕은 식당 실내영업 제한 조치도 예고했습니다. 켄터키와 미네소타, 위스콘신, 일리노이 등도 봉쇄를 강화했고 오리건과 뉴멕시코주는 자택대피령을 내린 상태입니다. 현재 미국 50개주 가운데 감염자가 줄어든 곳은 하와이 한 곳 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자 경기 회복세는 꺾이고 있습니다. 이날 발표된 지난 주 실업급여 청구건수는 전주보다 3만1000명 증가해 74만2000명(계절 조정치)을 기록했습니다. 10월 초 이후 처음으로 다시 증가세를 보였습니다. 예상치 71만명보다 훨씬 많았고요. 모하메드 엘에리언 알리안츠 선임고문은 “각 주들이 봉쇄를 강화하기 전인데도 벌써 경기 회복세의 열기가 급격히 빠지고 있다는 걸 뜻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업수당을 2주 이상 연속 청구하는 '계속‘ 실업급여 청구건수는 637만건으로 전주보다 42만9000건 감소했지만 이는 이들이 취업한 덕분이 아닙니다. 실업급여는 6개월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올 3~5월 급여를 받기 시작한 사람들이 더 이상 받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실제 이들은 지난 3월 통과된 재정 부양책에 따라 만들어진 '팬데믹 긴급실업수당'(PEUC)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PEUC 청구 건수는 23만3000건 증가해 438만건을 기록했습니다. 문제는 PEUC가 올해 말이면 종료된다는 겁니다. 지난 17일 발표된 10월 소매판매도 전월 대비 0.3% 증가하는 데 그쳤습니다. 전달인 9월의 1.3%에 턱없이 못 미칠 뿐 아니라 경기 회복세가 시작된 지난 5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입니다.
이날 유나이티드항공은 4분기 비행 예약이 취소되는 등 항공수요가 다시 감소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이날 추수감사절 기간 여행·외출을 하지 말 것을 권고했습니다. 레스토랑 예약앱인 오픈테이블(Opentable)에 따르면 18일 예약된 레스토랑 좌석수는 1년 전보다 59% 감소했으며 이는 몇 달 만에 최악의 수치입니다.
경기 더블딥을 막으려면 경기 부양책이 필요합니다. 팬데믹으로 발생한 1000만명 이상의 실업자가 여전히 실업 상태에 있기 때문입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가 부양책에 대해 "내일이 아니라 지금 필요하다"고 밝혔지만 민주당과 공화당은 각각 2조2000억달러, 5000억달러라는 기존 입장을 유지한 채 꿈쩍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민주당의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공화당의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와 협상을 재개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날 장 중반까지 하락하던 증시가 상승세로 반전된 배경입니다. 하지만 CNBC는 부양책이 아니라 12월11일로 데드라인이 다가온 2021년 예산 협의가 주요 쟁점이라고 전했습니다.
게다가 의회는 이번 주말부터 추수감사절(26일) 휴가에 들어갑니다. 의원들은 이달 말 워싱턴DC에 돌아오지만 2주만 있다가 다시 연말 휴회에 들어가게 됩니다. 연내 부양책을 통과시키기엔 시간이 없다는 뜻입니다.
게다가 선거도 끝난 상태여서 정치인들은 별다른 압박을 느끼질 않고 있습니다.
심지어 트럼프 행정부는 이날 지난 3월 코로나 사태가 터진 뒤 미 중앙은행(Fed)이 만든 긴급 대출프로그램 몇 개를 올해 말로 종료시키겠다고 나섰습니다. 재무부가 Fed의 긴급 대출프로그램 일부를 연장하되 미사용 기금을 반환할 것을 요청한 겁니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재무부가 메인 스트리트 대출 프로그램(Main Street Lending Program)과 회사채를 사들이는 '유통시장 기업 신용 기구'(SMCCF)와 '발행시장 기업 신용 기구'(PMCCF) 등을 예정대로 12월 31일까지 종료하고 종잣돈인 4550억달러를 반환할 것을 Fed에 지시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다만 재무부는 기업들에 단기 기업어음(CP)을 제공하는 CP매입기구(CPFF)와 머니마켓뮤추얼유동성창구(MMLF), 중소기업 급여보호 프로그램(Payroll Protection Program) 간접 지원 등의 운용 기간은 90일 연장할 것을 Fed에 요청했습니다.
이에 대해 Fed는 짧막한 성명을 내고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에 만들어진 긴급 대책들이 아직도 취약한 우리 경제의 지원책 역할을 계속하기를 바란다"고 거부의사를 보였습니다. 이를 보면 사전협의도 없이 재무부가 일방적으로 종료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들 프로그램은 지난 3~6월에 발표되고 설립됐는데 연장하려면 기본적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그동안 공화당은 계속 종료를 주장해왔습니다. 회사채 시장이 안정화돼 기업 자금 조달에 문제가 없고, 경제도 회복 신호를 보이고 있다는 이유입니다. 이런 기구를 놔두면 시장 자율성만 해친다는 논리입니다.
경기 회복세가 꺾일 조짐을 보이자 채권 투자자들은 또 다시 Fed를 쳐다보고 있습니다. 오는 12월14~15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월 1200억 달러 규모인 채권 매입액(국채 800억 달러, 모기지 400억 달러)를 늘리거나 국채 중에서도 장기물 매수를 확대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단기물 매입으로 단기 금리를 낮추는 건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유동성 공급이 주요 목표지만, 장기물 매입은 돈을 쓰는 수요를 촉진시켜 경기를 부양하려는 시도입니다. 그동안 Fed가 사들인 채권의 가중평균 만기는 6년 수준으로 지난 2012~2014년 3차 양적완화(QE) 때의 12년보다 훨씬 짧습니다.
일부에서는 Fed가 12월 회의 일정을 앞당겨 움직일 가능성까지 있다고 관측합니다. 이날 재무부가 발표한 것처럼 긴급대출 프로그램들이 종료된다면 다른 조치가 필요하긴 하겠지요.
다만 장기물 국채 금리가 여전히 연 1% 이하로 낮게 유지되는 상황에서 국채 매입 규모를 늘리는 건 별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6일 자동차에 연료가 부족하지 않은데 기름을 더 넣는다고 해서 차가 더 빨리 달리지는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대선 전 민주당이 백악관과 상하원을 휩쓰는 '블루 웨이브' 가능성이 높아졌 때 월가에선 인플레이션 우려가 불거졌습니다. 민주당이 재정 지출을 크게 늘리면 인플레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대선에서 '블루 웨이브‘가 무산되면서 인플레이션 기대는 낮아지고 있습니다.
WSJ에 따르면 대선 이후 10년물 물가연동국채(TIPS) 가격은 급락하고 있습니다. TIPS는 인플레이션에 연동해 금리를 주는 국채로 물가가 올라갈 때 유리한 상품입니다.
TIPS의 금리는 지난 8월말 사상 최저인 -1.104%까지 떨어졌습니다. 경기가 꾸준히 회복되던 때였죠. 하지만 지난 18일 금리는 –0.842%를 기록중입니다. 지난 9일 -0.768%까지 오르기도 했습니다. 채권 금리(수익률) 상승은 채권 가격이 하락했다는 걸 뜻합니다. 이는 경기 회복 기대가 꺾이고 물가가 뛰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월 대비 0%를 기록했습니다. 지난 6월부터 이어져 온 넉 달 연속 오름세가 끝난 것입니다.
실업률은 여전히 높고 또 유가도 연초 대비 30% 가량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곳곳에선 또 다시 봉쇄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상당 기간은 인플레보다 디플레이션을 걱정해야하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물가와 금리가 뛰지 않으면 최근 뉴욕 증시에서 나타난 '리플레이션 트레이드'도 의미를 잃게됩니다. 경기 회복과 금리 상승을 가정하고 수혜주를 사는 것을 말하니까요.
이날 뉴욕 증시가 그랬습니다. 코로나 확산과 함께 다시 기술주가 올랐습니다. 알파벳은 1% 상승했고 넷플릭스와 아마존은 각각 0.6%와 0.4% 올랐습니다. 애플은 0.5%, 마이크로소프트는 0.6% 상승했습니다.
이는 소형주 ETF를 보면 잘 나타납니다. 아이셰어 러셀 1000 가치주 ETF(IWD)는 이날 0.3% 하락했지만 아이셰어 러셀 1000 성장주 ETF(IWD)는 0.5% 올랐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내년에는 경기 회복이 본격화되면서 가치주, 경기민감주가 강세를 보이겠지만 연말까지 당분간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 가치주 강세 흐름이 약해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렇듯 채권 금리를 보면 경제 현황을 알 수 있습니다. 투자자들은 채권에 투자하지 않더라도 금리를 눈여겨봐야합니다.
특히 금리는 주식에 큰 영향을 줍니다. 올해 코로나 팬데믹 와중에도 주식이 폭등한 데 대해 월가는 금리 폭락으로 인한 상대적 수혜를 하나의 주요 배경으로 듭니다. 즉 실질금리가 낮아져서 채권에 투자할 이유가 줄어든 탓에 주식의 상대적인 매력이 커졌다는 겁니다.
이는 향후 금리가 계속 오른다면 뉴욕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말도 됩니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BCA리서치의 다발 조시 수석 전략가(유럽 주식)은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이 추가로 30bp 상승하면 주식을 매도할 것을 조언했습니다. 그는 “2018년 초부터 따져도 채권 수익률의 상승은 네 번(2018년 2월, 2018년 10월, 2019 년 4월, 2020년 1월)이나 증시를 흔들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네 번 모두 티핑 포인트는 기술주의 수익률 프리미엄이 미 국채 10년물과 비교해 2.25% 밑으로 떨어지는 것이었습니다. 수익률 프리미엄은 채권에 비해 주식이 갖는 초과 수익을 말합니다.
조시 전략가에 따르면 현재 기술주의 수익률 프리미엄은 2.8%입니다. 10년물 채권 수익률이 30bp 상승하면 다시 티핑 포인트를 시험하는 구간에 들게 됩니다. 혹은 채권 금리가 오르지 않아도 기술주가 추가 10% 상승해도 티핑 포인트를 만나게 될 수 있습니다.
조시 전략가는 "끔찍한 전염병이 계속 세계 경제를 파괴할 때도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수 있었던 데 대한 간단한 답은 기록적으로 낮은 채권 수익률 덕분"이라면서 "지난 3월 중순 이후 증시가 60% 오른 건 단기적으로 밸류에이션 한계에 도달했음을 뜻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채권 금리가 꾸준히 오르면 공격적으로 국채를 매수하는 방안, 기술주보다 헬스케어 주식을 늘리는 방안 등을 조언했습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미 대선(11월3일)을 앞두고 시작된 랠리는 예상보다 좋은 백신 소식에 흐름을 이어갈 것 같았지만 S&P 500 지수는 2주째 3500대 박스권에 갇혀 있습니다. 코로나가 급격히 재확산되면서 백신이 본격적으로 보급될 내년 2분기까지 경기 회복이 늦춰질 가능성이 큰 탓으로 보입니다. 그렇다고 급락세가 연출되는 것도 아닙니다. 연이어 나오는 백신 소식은 내년 언젠가 경제가 정상화될 것이란 희망을 주고 있으니까요.
월가에선 백신이란 희망과 코로나 확산이란 현실 사이에서 당분간 오락가락할 수 있다는 관측이 많습니다. 케빈 니콜슨 리버프런트인베스트먼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CNBC에 출연해 “시장에서 코로나 확산 우려와 백신 기대가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옆으로 기는 건 주가뿐이 아닙니다. 미 국채 금리도 이달 초만 해도 10년물 기준 금세 연 1%를 넘을 것 같았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다릅니다. 10년물 금리는 며칠째 0.8~0.9% 선에서 맴돌고 있습니다. 지난 9일 화이자의 백신 발표에 하루만에 20bp(1bp=0.01%포인트) 가까이 급등했지만 지난 16일 모더나의 발표(예방율 94.5%), 18일 화이자의 발표(최종 예방율 95%)에도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습니다. 이날 아스트라제네카에서 개발중인 백신이 임상 2상 시험에서 고령층에게도 강력한 면역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지만 금리는 오히려 3.8bp 내려 0.835%로 마감됐습니다.
골드만삭스 JP모간 등 월가 금융사들은 최근 '2021년 전망'을 통해 10년물 금리가 내년에는 1.2~1.5%에 달할 수 있다는 예상을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급격히 가팔라지던 수익률 곡선은 최근 며칠사이 오히려 평탄해졌습니다. 10년물과 2년물의 금리 격차는 68bp로, 지난 10일 77bp를 기록한 이후 축소됐습니다.
이런 금리 움직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미국의 경제 및 금융시장 현황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채권 투자자들은 통상 경제의 어두운 면을 집중적으로 살펴봅니다. 경기가 어려워지고 금리가 내려가야 채권 값이 오르기 때문입니다. 주식과는 다른 논리지요. 지금처럼 불안감이 커질 때는 채권시장을 살펴보는 게 더 정확할 수 있습니다.
현재의 금리 동향에선 다섯 가지를 알 수 있습니다.
① 백신 보급 전 침체 우려 커졌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18일 미국의 코로나 신규 감염자는 17만2391명, 사망자는 1923명에 달합니다. 미국은 18일자로 사망자가 총 25만명을 넘었습니다. 곧 다시 하루 2000명을 넘길 것 같은데 이는 지난 4월 초 정점 수준입니다. 이날 학교 휴교를 단행한 뉴욕은 식당 실내영업 제한 조치도 예고했습니다. 켄터키와 미네소타, 위스콘신, 일리노이 등도 봉쇄를 강화했고 오리건과 뉴멕시코주는 자택대피령을 내린 상태입니다. 현재 미국 50개주 가운데 감염자가 줄어든 곳은 하와이 한 곳 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자 경기 회복세는 꺾이고 있습니다. 이날 발표된 지난 주 실업급여 청구건수는 전주보다 3만1000명 증가해 74만2000명(계절 조정치)을 기록했습니다. 10월 초 이후 처음으로 다시 증가세를 보였습니다. 예상치 71만명보다 훨씬 많았고요. 모하메드 엘에리언 알리안츠 선임고문은 “각 주들이 봉쇄를 강화하기 전인데도 벌써 경기 회복세의 열기가 급격히 빠지고 있다는 걸 뜻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업수당을 2주 이상 연속 청구하는 '계속‘ 실업급여 청구건수는 637만건으로 전주보다 42만9000건 감소했지만 이는 이들이 취업한 덕분이 아닙니다. 실업급여는 6개월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올 3~5월 급여를 받기 시작한 사람들이 더 이상 받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실제 이들은 지난 3월 통과된 재정 부양책에 따라 만들어진 '팬데믹 긴급실업수당'(PEUC)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PEUC 청구 건수는 23만3000건 증가해 438만건을 기록했습니다. 문제는 PEUC가 올해 말이면 종료된다는 겁니다. 지난 17일 발표된 10월 소매판매도 전월 대비 0.3% 증가하는 데 그쳤습니다. 전달인 9월의 1.3%에 턱없이 못 미칠 뿐 아니라 경기 회복세가 시작된 지난 5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입니다.
이날 유나이티드항공은 4분기 비행 예약이 취소되는 등 항공수요가 다시 감소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이날 추수감사절 기간 여행·외출을 하지 말 것을 권고했습니다. 레스토랑 예약앱인 오픈테이블(Opentable)에 따르면 18일 예약된 레스토랑 좌석수는 1년 전보다 59% 감소했으며 이는 몇 달 만에 최악의 수치입니다.
② 재정 부양책이 연내 나올 가능성은 낮다
경기 더블딥을 막으려면 경기 부양책이 필요합니다. 팬데믹으로 발생한 1000만명 이상의 실업자가 여전히 실업 상태에 있기 때문입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가 부양책에 대해 "내일이 아니라 지금 필요하다"고 밝혔지만 민주당과 공화당은 각각 2조2000억달러, 5000억달러라는 기존 입장을 유지한 채 꿈쩍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민주당의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공화당의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와 협상을 재개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날 장 중반까지 하락하던 증시가 상승세로 반전된 배경입니다. 하지만 CNBC는 부양책이 아니라 12월11일로 데드라인이 다가온 2021년 예산 협의가 주요 쟁점이라고 전했습니다.
게다가 의회는 이번 주말부터 추수감사절(26일) 휴가에 들어갑니다. 의원들은 이달 말 워싱턴DC에 돌아오지만 2주만 있다가 다시 연말 휴회에 들어가게 됩니다. 연내 부양책을 통과시키기엔 시간이 없다는 뜻입니다.
게다가 선거도 끝난 상태여서 정치인들은 별다른 압박을 느끼질 않고 있습니다.
심지어 트럼프 행정부는 이날 지난 3월 코로나 사태가 터진 뒤 미 중앙은행(Fed)이 만든 긴급 대출프로그램 몇 개를 올해 말로 종료시키겠다고 나섰습니다. 재무부가 Fed의 긴급 대출프로그램 일부를 연장하되 미사용 기금을 반환할 것을 요청한 겁니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재무부가 메인 스트리트 대출 프로그램(Main Street Lending Program)과 회사채를 사들이는 '유통시장 기업 신용 기구'(SMCCF)와 '발행시장 기업 신용 기구'(PMCCF) 등을 예정대로 12월 31일까지 종료하고 종잣돈인 4550억달러를 반환할 것을 Fed에 지시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다만 재무부는 기업들에 단기 기업어음(CP)을 제공하는 CP매입기구(CPFF)와 머니마켓뮤추얼유동성창구(MMLF), 중소기업 급여보호 프로그램(Payroll Protection Program) 간접 지원 등의 운용 기간은 90일 연장할 것을 Fed에 요청했습니다.
이에 대해 Fed는 짧막한 성명을 내고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에 만들어진 긴급 대책들이 아직도 취약한 우리 경제의 지원책 역할을 계속하기를 바란다"고 거부의사를 보였습니다. 이를 보면 사전협의도 없이 재무부가 일방적으로 종료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들 프로그램은 지난 3~6월에 발표되고 설립됐는데 연장하려면 기본적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그동안 공화당은 계속 종료를 주장해왔습니다. 회사채 시장이 안정화돼 기업 자금 조달에 문제가 없고, 경제도 회복 신호를 보이고 있다는 이유입니다. 이런 기구를 놔두면 시장 자율성만 해친다는 논리입니다.
③ Fed의 추가 정책이 나올 수 있다
경기 회복세가 꺾일 조짐을 보이자 채권 투자자들은 또 다시 Fed를 쳐다보고 있습니다. 오는 12월14~15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월 1200억 달러 규모인 채권 매입액(국채 800억 달러, 모기지 400억 달러)를 늘리거나 국채 중에서도 장기물 매수를 확대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단기물 매입으로 단기 금리를 낮추는 건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유동성 공급이 주요 목표지만, 장기물 매입은 돈을 쓰는 수요를 촉진시켜 경기를 부양하려는 시도입니다. 그동안 Fed가 사들인 채권의 가중평균 만기는 6년 수준으로 지난 2012~2014년 3차 양적완화(QE) 때의 12년보다 훨씬 짧습니다.
일부에서는 Fed가 12월 회의 일정을 앞당겨 움직일 가능성까지 있다고 관측합니다. 이날 재무부가 발표한 것처럼 긴급대출 프로그램들이 종료된다면 다른 조치가 필요하긴 하겠지요.
다만 장기물 국채 금리가 여전히 연 1% 이하로 낮게 유지되는 상황에서 국채 매입 규모를 늘리는 건 별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6일 자동차에 연료가 부족하지 않은데 기름을 더 넣는다고 해서 차가 더 빨리 달리지는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④ 인플레이션은 (지금으로선) 없다
대선 전 민주당이 백악관과 상하원을 휩쓰는 '블루 웨이브' 가능성이 높아졌 때 월가에선 인플레이션 우려가 불거졌습니다. 민주당이 재정 지출을 크게 늘리면 인플레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대선에서 '블루 웨이브‘가 무산되면서 인플레이션 기대는 낮아지고 있습니다.
WSJ에 따르면 대선 이후 10년물 물가연동국채(TIPS) 가격은 급락하고 있습니다. TIPS는 인플레이션에 연동해 금리를 주는 국채로 물가가 올라갈 때 유리한 상품입니다.
TIPS의 금리는 지난 8월말 사상 최저인 -1.104%까지 떨어졌습니다. 경기가 꾸준히 회복되던 때였죠. 하지만 지난 18일 금리는 –0.842%를 기록중입니다. 지난 9일 -0.768%까지 오르기도 했습니다. 채권 금리(수익률) 상승은 채권 가격이 하락했다는 걸 뜻합니다. 이는 경기 회복 기대가 꺾이고 물가가 뛰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월 대비 0%를 기록했습니다. 지난 6월부터 이어져 온 넉 달 연속 오름세가 끝난 것입니다.
실업률은 여전히 높고 또 유가도 연초 대비 30% 가량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곳곳에선 또 다시 봉쇄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상당 기간은 인플레보다 디플레이션을 걱정해야하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⑤ ‘리플레이션 트레이드’ 약화
물가와 금리가 뛰지 않으면 최근 뉴욕 증시에서 나타난 '리플레이션 트레이드'도 의미를 잃게됩니다. 경기 회복과 금리 상승을 가정하고 수혜주를 사는 것을 말하니까요.
이날 뉴욕 증시가 그랬습니다. 코로나 확산과 함께 다시 기술주가 올랐습니다. 알파벳은 1% 상승했고 넷플릭스와 아마존은 각각 0.6%와 0.4% 올랐습니다. 애플은 0.5%, 마이크로소프트는 0.6% 상승했습니다.
이는 소형주 ETF를 보면 잘 나타납니다. 아이셰어 러셀 1000 가치주 ETF(IWD)는 이날 0.3% 하락했지만 아이셰어 러셀 1000 성장주 ETF(IWD)는 0.5% 올랐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내년에는 경기 회복이 본격화되면서 가치주, 경기민감주가 강세를 보이겠지만 연말까지 당분간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 가치주 강세 흐름이 약해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렇듯 채권 금리를 보면 경제 현황을 알 수 있습니다. 투자자들은 채권에 투자하지 않더라도 금리를 눈여겨봐야합니다.
특히 금리는 주식에 큰 영향을 줍니다. 올해 코로나 팬데믹 와중에도 주식이 폭등한 데 대해 월가는 금리 폭락으로 인한 상대적 수혜를 하나의 주요 배경으로 듭니다. 즉 실질금리가 낮아져서 채권에 투자할 이유가 줄어든 탓에 주식의 상대적인 매력이 커졌다는 겁니다.
이는 향후 금리가 계속 오른다면 뉴욕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말도 됩니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BCA리서치의 다발 조시 수석 전략가(유럽 주식)은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이 추가로 30bp 상승하면 주식을 매도할 것을 조언했습니다. 그는 “2018년 초부터 따져도 채권 수익률의 상승은 네 번(2018년 2월, 2018년 10월, 2019 년 4월, 2020년 1월)이나 증시를 흔들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네 번 모두 티핑 포인트는 기술주의 수익률 프리미엄이 미 국채 10년물과 비교해 2.25% 밑으로 떨어지는 것이었습니다. 수익률 프리미엄은 채권에 비해 주식이 갖는 초과 수익을 말합니다.
조시 전략가에 따르면 현재 기술주의 수익률 프리미엄은 2.8%입니다. 10년물 채권 수익률이 30bp 상승하면 다시 티핑 포인트를 시험하는 구간에 들게 됩니다. 혹은 채권 금리가 오르지 않아도 기술주가 추가 10% 상승해도 티핑 포인트를 만나게 될 수 있습니다.
조시 전략가는 "끔찍한 전염병이 계속 세계 경제를 파괴할 때도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수 있었던 데 대한 간단한 답은 기록적으로 낮은 채권 수익률 덕분"이라면서 "지난 3월 중순 이후 증시가 60% 오른 건 단기적으로 밸류에이션 한계에 도달했음을 뜻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채권 금리가 꾸준히 오르면 공격적으로 국채를 매수하는 방안, 기술주보다 헬스케어 주식을 늘리는 방안 등을 조언했습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