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中 혐오에…'유령도시' 된 뉴욕 차이나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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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리포트
영업 규제로 문닫는 가게 늘어
점심시간에도 손님 없어 '썰렁'
중국인 가게마다 비하 낙서 등
美·中 갈등에 중국 혐오 커져
노숙자까지 늘며 슬럼화 우려도
조재길 뉴욕 특파원
영업 규제로 문닫는 가게 늘어
점심시간에도 손님 없어 '썰렁'
중국인 가게마다 비하 낙서 등
美·中 갈등에 중국 혐오 커져
노숙자까지 늘며 슬럼화 우려도
조재길 뉴욕 특파원
주말을 앞둔 지난 11일 미국 뉴욕 맨해튼의 차이나타운에선 활기를 느낄 수 없었다. 점심 시간인데도 문을 걸어 잠근 식당과 상점이 많았다. 중국 음식을 찾는 직장인·관광객 때문에 길을 지나다니기도 불편했던 예년과 비교할 수 없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타격이 가장 큰 뉴욕이라지만 코리아타운 등 다른 상권과도 차이가 커 보였다. 만두 가게에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던 레이 씨는 “중국계 미국인들 빼고는 손님이 거의 없다”며 “다 바이러스 탓”이라고 했다.
이날 차이나타운엔 영업하지 않은 채 정문에 ‘임차인 구함’이라고 써붙인 식당이 많았다. 유령 도시를 방불케 했다. 한자로 ‘미국 은행’이란 간판을 내건 뱅크오브아메리카 직원은 “여기 차이나타운은 금융회사 등 사무실 상권을 끼고 있다”며 “주변 직장인들이 사무실 복귀를 하지 않아 타격이 더 크다”고 했다. 행인 중 중국인 또는 중국계 미국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80~90%에 달했다. V딤섬하우스 직원은 “작년만 해도 점심이나 저녁 시간엔 기본적으로 30분 정도 대기해야 입장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포장 주문도 많지 않다”며 허탈해했다. 중국식 베이커리점을 운영하는 후모씨는 “앞으로 실내 영업이 모두 중단되면 그나마 가끔 들어오는 주문마저 끊길 것”이라고 걱정했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이날 발표한 긴급 성명에서 뉴욕시 내 식당의 실내 영업을 14일부터 금지하기로 했다.
장사가 안돼 문을 닫은 중국인 가게마다 스프레이 낙서가 많이 눈에 띄었다. 동양인을 비하하는 의미를 담은 그림도 있었다. 대로변에는 누군가 발로 밟아 깨진 중국어 안내판이 방치돼 있었다.
코로나 사태 이후 뉴욕 경찰당국에 공식 접수된 아시아인 대상 혐오 범죄만 24건에 달한다. 뉴욕 경찰국(NYPD)의 더못 셰이 국장은 “올해 폭행, 염산 테러 등 아시아인 대상 혐오 범죄가 갑자기 늘어 별도 태스크포스까지 꾸렸다”며 “덕분에 16건의 사건을 해결했다”고 설명했다. 뉴욕타임스는 “스스로를 지키려고 생애 처음 총을 구입하는 아시아계 미국인이 급증하고 있다”며 “직접적인 공격 대상으로 지목되는 중국계뿐만 아니라 중국인으로 오인될 수 있는 한국인 등도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설문조사를 벌인 2005년 이후 최고치였다. 사진, 고객 리뷰 등을 통해 소비자 관심도를 평가하는 미 옐프에 따르면, 올해 2월부터 지난달까지 뉴욕 로스앤젤레스(LA)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휴스턴 시카고 등 6개 차이나타운의 주목도는 주변 광역시에 비해 평균 10~20% 낮았다. 차이나타운 내 식당·주점·소매점 등을 검색하고 추천한 사람이 그만큼 적었다는 의미다.
이런 경향은 갈수록 심해져 최근 2개월간 샌프란시스코의 차이나타운 주목도는 주변 광역시 대비 30~40%나 낮았다. 뉴욕 차이나타운에 대한 관심도 역시 전체 평균보다 20%가량 낮게 나왔다. 차이나타운이 슬럼화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LA 차이나타운의 노숙자는 작년 6명에 불과했는데 올해 59명으로 늘어난 것으로 시 당국은 집계했다. 폴 옹 UCLA 이코노미스트는 “차이나타운 비즈니스는 코로나 이전부터 위기였다”며 “차이나타운 붕괴가 내년에도 지속될 경우 다른 민족 상권도 비슷한 길을 걸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휴스턴 차이나타운에서 식당 샤부하우스를 운영하는 데비 첸 씨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많은 중국계 미국인들이 (외국인 혐오 때문에) 공격을 당할까봐 두려움에 휩싸여 있다”며 “이게 진정한 미국의 모습인지 궁금하다”고 비판했다.
road@hankyung.com
작년까지 인기 방문지였는데…
뉴욕 차이나타운이 역대 최악의 경기 침체를 경험하고 있다. 코로나 방역을 위해 영업 규제가 강화된 가운데 중국인 혐오가 커진 게 결정적인 배경이란 분석이 나온다. 맨해튼 남쪽 월스트리트와 인접한 차이나타운은 1.99㎢(492에이커) 규모로, 미드타운에 있는 코리아타운보다 3~4배 크다. 조스상하이 베이징덕하우스 등 유명 식당도 즐비하다.이날 차이나타운엔 영업하지 않은 채 정문에 ‘임차인 구함’이라고 써붙인 식당이 많았다. 유령 도시를 방불케 했다. 한자로 ‘미국 은행’이란 간판을 내건 뱅크오브아메리카 직원은 “여기 차이나타운은 금융회사 등 사무실 상권을 끼고 있다”며 “주변 직장인들이 사무실 복귀를 하지 않아 타격이 더 크다”고 했다. 행인 중 중국인 또는 중국계 미국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80~90%에 달했다. V딤섬하우스 직원은 “작년만 해도 점심이나 저녁 시간엔 기본적으로 30분 정도 대기해야 입장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포장 주문도 많지 않다”며 허탈해했다. 중국식 베이커리점을 운영하는 후모씨는 “앞으로 실내 영업이 모두 중단되면 그나마 가끔 들어오는 주문마저 끊길 것”이라고 걱정했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이날 발표한 긴급 성명에서 뉴욕시 내 식당의 실내 영업을 14일부터 금지하기로 했다.
동양인 비하 낙서에 깨진 간판도
이곳에서 만난 이들은 하나같이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한 혐오 범죄를 걱정했다. 콜럼버스 공원 인근에서 시계 수리점을 운영하는 한 노점상은 “코로나가 시작된 올봄엔 분위기가 아주 좋지 않았다”며 “아직도 술을 마시거나 마약을 한 뒤 중국인에게 행패를 부리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고 했다.장사가 안돼 문을 닫은 중국인 가게마다 스프레이 낙서가 많이 눈에 띄었다. 동양인을 비하하는 의미를 담은 그림도 있었다. 대로변에는 누군가 발로 밟아 깨진 중국어 안내판이 방치돼 있었다.
코로나 사태 이후 뉴욕 경찰당국에 공식 접수된 아시아인 대상 혐오 범죄만 24건에 달한다. 뉴욕 경찰국(NYPD)의 더못 셰이 국장은 “올해 폭행, 염산 테러 등 아시아인 대상 혐오 범죄가 갑자기 늘어 별도 태스크포스까지 꾸렸다”며 “덕분에 16건의 사건을 해결했다”고 설명했다. 뉴욕타임스는 “스스로를 지키려고 생애 처음 총을 구입하는 아시아계 미국인이 급증하고 있다”며 “직접적인 공격 대상으로 지목되는 중국계뿐만 아니라 중국인으로 오인될 수 있는 한국인 등도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급속히 슬럼화되는 차이나타운
차이나타운 기피 분위기는 미국 전역에서 나타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를 ‘차이나 바이러스’라고 부른 뒤 심해졌다는 지적이다.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가 지난 6~7월 미국 성인 100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응답자의 73%가 “중국을 싫어한다”고 답했다.설문조사를 벌인 2005년 이후 최고치였다. 사진, 고객 리뷰 등을 통해 소비자 관심도를 평가하는 미 옐프에 따르면, 올해 2월부터 지난달까지 뉴욕 로스앤젤레스(LA)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휴스턴 시카고 등 6개 차이나타운의 주목도는 주변 광역시에 비해 평균 10~20% 낮았다. 차이나타운 내 식당·주점·소매점 등을 검색하고 추천한 사람이 그만큼 적었다는 의미다.
이런 경향은 갈수록 심해져 최근 2개월간 샌프란시스코의 차이나타운 주목도는 주변 광역시 대비 30~40%나 낮았다. 뉴욕 차이나타운에 대한 관심도 역시 전체 평균보다 20%가량 낮게 나왔다. 차이나타운이 슬럼화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LA 차이나타운의 노숙자는 작년 6명에 불과했는데 올해 59명으로 늘어난 것으로 시 당국은 집계했다. 폴 옹 UCLA 이코노미스트는 “차이나타운 비즈니스는 코로나 이전부터 위기였다”며 “차이나타운 붕괴가 내년에도 지속될 경우 다른 민족 상권도 비슷한 길을 걸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휴스턴 차이나타운에서 식당 샤부하우스를 운영하는 데비 첸 씨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많은 중국계 미국인들이 (외국인 혐오 때문에) 공격을 당할까봐 두려움에 휩싸여 있다”며 “이게 진정한 미국의 모습인지 궁금하다”고 비판했다.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