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먼저 해야할 일 중 하나는 1인당 2000달러씩 주는 부양안을 통과시키는 것이다."
민주당의 상원 지배가 확정되자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가 한 말입니다. 그의 발언은 백악관에 이어 상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이 향후 재정 지출을 얼마나 확대할 것인지 보여줍니다.

민주당은 마침내 '블루 웨이브'를 이뤄냈습니다. 미 언론은 조지아주에서 열린 연방 상원의원(2석) 결선투표와 관련해 개표율 98% 기준으로 민주당 라파엘 워녹 후보가 공화당 켈리 뢰플러 상원의원을 상대로 1.2%포인트 차로 앞서 승리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민주당의 존 오소프 후보 역시 같은 개표율 기준으로 공화당 데이비드 퍼듀 상원의원에게 0.6%포인트(2만5000표)를 앞섰고, 오소프 후보는 승리를 선언했습니다.

투자자들은 6일(미 현지시간) 뉴욕 증시 개장 전까지는 '블루 웨이브'로 증세와 규제 강화가 나타날 것을 두려워했습니다. 주요 선물지수, 특히 나스닥 선물은 한 때 2%까지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이날 아침 소폭 하락세로 개장한 뒤 월가는 반등 구실을 찾아냈습니다. 이날 민주당의 승리를 ' 블루 웨이브'(파란 물결)가 아닌 '블루 리플'(Blue ripple. 파란 잔파도) 정도로 풀어낸 것입니다.

즉 상원 의장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캐스팅보트를 포함해 민주 51대 공화 50 구도의 아주 얇은 다수 상태에서는 부양책 정도는 통과시킬 수 있지만, 증세나 과도한 규제 등의 통과는 그리 쉽지는 않을 것으로 분석한 겁니다.

이는 두 가지에 근거합니다.

첫 번째는 조 맨친(웨스트버지니아) 등 서너명의 민주당 내부 중도파 의원들이 좌측 성향이 강한 법안들에 대해 반대표를 던져왔다는 것입니다. 그는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닐 고서치, 브렛 캐버너 대법관 임명시에도 당론을 거부하고 찬성표를 던졌습니다.(부양책 확대는 찬성합니다)

두 번째는 필리버스터가 유지될 것이란 점입니다. 역시 조 맨친 의원 등이 필리버스터 유지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현재 100명이 정원인 상원의 필리버스터 규정은 의결정족수 60표(3분의 2)의 찬성을 얻어야 필리버스터를 중단하고 법안 표결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필리버스터를 없앤다면 의결정족수는 단순 과반인 51표가 되지만 조 맨친 의원 반대로 유지가 된다면 60표를 얻어야합니다. 결국 양당의 이해가 첨예하게 맞서는 법안에선 공화당 의원들의 협조를 얻어야하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블루 리플'이 뉴욕 증시에 좋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골드만삭스는 블루 웨이브로 가장 먼저 일어날 일은 6000억달러 규모(미 GDP의 2.7%)의 추가 부양책 통과라고 예상했습니다. 재정 확대를 위한 일부 증세는 올해 말이나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민주당이 녹색에너지 투자, 인프라딜, 오바마케어 확대 등 여러 정책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면서 이는 2021년 하반기 성장과 인플레이션 상승 가능성을 높인다고 전망했습니다. 금리는 올해 10년물 국채 기준 연 1.5%, 기대 인플레이션은 연 2.25%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LPL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1951년부터 민주당이 백악관부터 상하원을 모두 차지했던 해는 모두 18년인데, 이 중 뉴욕 증시는 그중 4년만 하락했을 뿐 모두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상승확률은 77.8%, 평균 연 상승폭은 9.1%에 달합니다.
이런 생각들이 확산되면서 6일 뉴욕 증시는 소폭 하락세에서 출발해 계속 오르더니 큰 폭의 상승세를 연출했습니다. 다우 지수는 1.44%, 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0.57% 올랐습니다. 반면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0.61% 하락한 채 마감됐습니다.
이날 오후 2시반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위대 수백명이 의회의 대선 결과 승인을 저지하기 위해 의사당에 난입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면서 상승폭이 줄었지만 이날 거래 패턴에선 이런 투자자들의 생각들이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① 더 많은 재정 지출 → 가치주, 소형주, 경기민감주 로테이션

이날 장초반부터 소형주 중심의 러셀 2000지수는 4% 가량 폭등했습니다. 더 많은 재정 지출로 인해 경기에 민감한 소형주들이 수혜를 볼 것이라는 예상 덕분이었습니다. 소형주들은 지난해 11월께 부터 급등했다가 최근 잠잠했는데 다시 살아나고 있습니다.
현재 12개월 예상 실적을 기준으로 한 러셀2000 지수의 P/E가 32배에 달하지만 더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이는 1979년 이후 최고 수준입니다.

② 더 강한 규제 → 기술주 급락

반면 나스닥 지수가 홀로 하락한 것에서 드러나듯 기술주들은 급락했습니다.
애플이 3.37% 떨어졌고 아마존과 페이스북도 각각 2% 중후반 하락했습니다. 이는 민주당이 의회를 IT 공룡 기업에 대한 규제뿐 아니라 기업 분할 압박 등도 한층 강화될 것이란 예상 탓입니다. 이날 의회를 점령한 폭등에 대해서도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소셜미디어 잘못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막판에 기술주들이 더 크게 떨어진 이유입니다.

게다가 기술주의 경우 금리 상승에 따른 밸류에이션 하락 요인도 겹쳤습니다. 그동안 제로금리 속에 높은 미래가치를 인정받아 급등해왔는데, 할인율(금리)이 오르면 미래가치가 떨어지게 됩니다. 모건스탠리는 이날 시장 금리가 정상화될 경우 나스닥 지수가 20% 폭락할 가능성을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기술주 급락 속에서도 테슬라는 예외였습니다. 전날 모건스탠리의 애덤 조나스 애널리스트가 목표가를 810달러로 높인 테슬라는 이날 2.84% 올라 755.98달러로 마감했습니다. 민주당의 친환경 드라이브가 전기차 시장 확대를 부추길 것이란 관측까지 겹치며 9일 연속 상승한 겁니다.

③ 금리 상승, 경기 회복 기대 → 은행주 급등

10년물 미 국채수익률은 이날 순식간에 1.05%까지 급등했습니다. '블루 웨이브' 가능성이 높아지자 작년 3월 코로나 사태로 미 중앙은행(Fed)이 제로금리를 채택한 뒤 처음 연 1% 선을 넘었습니다. 민주당이 재정을 펑펑 쓸 경우 인플레이션 상승 압박이 높아지고, 이는 금리 상승을 부채질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는 은행주에는 곧바로 긍정적 영향을 미쳤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주가가 약 6.3% 급등했고, JP모건체이스는 4.7% 올랐습니다. S&P 500을 업종별로 보면 금융주가 4.36% 상승해 가장 크게 올랐습니다.

금리가 오르면 은행의 순이자 마진이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특히 민주당 정권이 더 많은 돈을 쓰면 경기 회복세가 빨라질 수 있습니다. 경제가 빨리 회복되면 은행의 고객인 기업들의 부도가 아무래도 감소하겠지요.

④ 인프라/친환경/오바마케어 드라이브 → 소재, 산업, 에너지, 헬스케어주 급등

S&P 업종별로 보면 금융에 이어 소재 4.09%, 에너지 2.99%, 산업 2.36% 등이 올랐습니다. 헬스케어도 1.41% 상승했습니다.

이는 모두 민주당 정권의 정책 드라이브와 관련이 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1000만명이 넘게 발생한 실업자를 구제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인프라 투자"라면서 "인프라딜을 시행하면 소재, 산업주들이 가장 큰 수혜를 받게된다"고 말했습니다.
에너지주는 신재생에너지뿐 아니라 화석연료 회사들까지 모두 올랐습니다. 그린에너지 투자를 늘리겠다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공약으로 태양광 관련주 등 신재생 에너지는 상승했지만, 엑손모빌(2.55% 사응) 등 석유회사들은 경기 회복으로 인한 수요 정상화 기대감에 올랐습니다.

마리화나 관련주, 도박 관련주도 상승했습니다. 민주당은 마리화나 자유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⑤ 더 많은 재정 지출 → 약달러

ICE 달러인덱스는 89대 초반까지 떨어졌습니다. 한 때 89.1까지 내려왔지만 달러·유로환율이 1유로당 1.23달러에 달하자 '차익실현' 유로 매물이 흘러나왔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현재의 유럽의 코로나 확산이나 경제 봉쇄 등을 봤을 때 유로화가 단기적으로 더 오르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유로화는 달러인덱스에서 약 6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달러인덱스도 당분간 더 크게 오르기는 어렵다는 얘기지요.
다만 시간이 갈수록 백신 보급이 확대되면서 유럽 경제와 함께 유로화 가치도 올라갈 것이란 게 대체적 관측입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민주당 블루 웨이브의 첫 번째 효과는 미 달러화 하락 속도의 가속화"라면서 "향후 몇 주 동안 달러화가 2% 가량 떨어질 것이고, 연말께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던 유로·달러 환율 1.25도 금세 다가올 수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⑥ 약달러 → 비트코인 강세

이날 비트코인은 3만6000달러를 상향 돌파하며 또 다시 사상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역시 민주당의 '달러 풀기'로 인해 달러화 가치가 더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강화되면서 헤지 수요가 몰렸다는 관측입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