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수소 운반선을 개발하고 이산화탄소 및 암모니아 운반선 상용화 작업에 착수했다. 세계 최초로 차세대 선박을 선보여 한국과 중국에 밀리고 있는 조선 수주전에서 단숨에 역전하겠다는 전략이다. 탈석탄시대를 앞두고 한·중·일 간 미래 선박 개발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31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최대 중공업 회사인 미쓰비시중공업은 세계 최초로 이산화탄소 운반선(이미지)을 개발해 2025년에 내놓는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계열 조선회사인 미쓰비시조선이 올해부터 본격 개발에 들어간다.

이산화탄소 운반선은 발전소와 제철소 등에서 배출한 이산화탄소를 액화가스로 바꿔 저류설비가 있는 항만까지 운송하는 선박이다. 이산화탄소는 액화시킬 때 압력 조절에 실패하면 드라이아이스로 변하기 쉽다. 미쓰비시중공업은 영하 50도와 영상 30도 사이에서 압력을 조절하는 액화기술을 독자적으로 개발했다.

향후 이산화탄소를 운송하는 선박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세계적으로 이산화탄소 실질 배출량을 0으로 하는 ‘탄소중립’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어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70년이면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 절감분의 15%가 이산화탄소 포집·이용·저장(CCUS) 과정에서 달성될 것으로 예상했다. 일본에서도 이산화탄소를 화학제품이나 연료, 콘크리트로 가공하는 실험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가와사키중공업은 갈탄에서 추출한 수소를 액화시켜 운반하는 액화수소운반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2030년까지 선박을 대형화해 본격 판매할 계획이다. 액화수소는 증발하기 쉬운 게 단점이다. 가와사키중공업은 수소를 영하 253도까지 냉각시켜 액화하고, 독자 개발한 탱크에 장시간 초저온 상태로 보존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일본 2위 조선사인 재팬마린유나이티드(JMU)는 액화 암모니아가스 운반 전용선을 개발 중이다. 암모니아는 수소를 운반하는 데 사용되기 때문에 탈석탄시대에 운송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탈석탄 선박’ 개발은 조선 수주 경쟁에서 한국과 중국에 뒤처진 일본 조선업계가 옛 명성을 되찾기 위해 던진 승부수로 평가된다. 일본선박수출조합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조선사 수주량은 733만t으로 1년 만에 20% 감소했다. 조선업계 전체의 수주 잔액도 1년6개월치로 조선사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적정한 수준으로 평가되는 2년에 못 미쳤다.

세계 최대 액화천연가스(LNG) 수입국인 일본의 수요에 힘입어 일본 조선업계는 1980년대까지 세계 LNG선 점유율 1위였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 한국에 밀려난 이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연속 일본 조선업계의 LNG선 수주 실적은 0이었다.

일본 조선업계는 기존 선박으로는 도저히 한국과 중국을 추격할 수 없다고 보고 차세대 선박 시장을 선점하려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일본 조선사들이 세계 최초로 선보이려는 차세대 선박은 그동안 일본이 축적한 LNG선의 탱크저장 기술을 활용한 것이다.

조선사의 몸집을 키우려는 시도도 진행 중이다. 일본 최대 조선사인 이마바리조선은 JMU와의 합작회사인 니혼십야드를 지난 1일자로 출범시켰다. 일본 3위 조선사인 미쓰이E&S홀딩스는 미쓰비시중공업에 군함 건조 사업을 매각하기로 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