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연령 60세·70대도 많아…운행 중 뇌출혈·심장마비도
[톡톡일본] 연로한 택시 기사와 고령자 면허 반납
예전이나 지금이나 택시를 타려면 망설여진다.

한국이 아니라 일본 상황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학창 시절 처음 일본에 왔을 때는 요금에 놀랐다.

기본요금이 600∼700엔(6천∼7천원 정도)선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서울의 일반 택시 기본요금은 1천600원이었으니 4배 수준이었다.

이후 일본의 택시 요금 체계가 다양해졌고 한국 물가도 꽤 올라서 예전처럼 비싸게 느껴지는 것은 아니지만 택시를 탈 때마다 여전히 '이게 적당한 선택일까'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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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한 마음에 택시를 탔는데 다른 교통수단과 별 차이가 없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택시비로 4만원 정도를 썼는데 시간을 고작 5분 단축하면 허탈하다.

전철보다 늦게 도착하는 경우도 있다.

서울과 비교하면 도쿄의 시내 도로는 정체가 심각하지 않지만 택시 기사들이 워낙 점잖게 그리고 천천히 운전하기 때문이다.

택시 문도 자동으로 열리고 닫히니 편리하고 기사들이 친절해 기분 좋게 탈 수 있지만, 시간이 촉박할 때에는 한국의 '총알택시'가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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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고령 택시 기사의 사고에도 신경이 쓰인다.

지난달 초 도쿄 시부야(澁谷)구의 번화가에서 택시가 횡단보도로 돌진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길을 건너던 행인 등 6명이 차에 치였고 40대 여성이 목숨을 잃었다.

택시 운전자는 만 73세였는데 운전 중에 지주막하출혈 일으켜 의식을 잃은 것이 사고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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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발생 몇 분 전 영상에 운전자가 고개를 숙이는 모습 등이 담겨있다고 한다.

어쩌다 발생한 사건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업계 실태를 들여다보면 이런 일이 또 벌어질 가능성을 무시하기 어렵다.

일본 택시 사업자 단체인 일반사단법인 전국 하이어(전세 승용차)·택시연합회의 자료를 보면 2019년 택시 기사의 평균 연령(남성 기준)은 60세로 같은 해 전산업 남성 노동자 평균 연령(43.8세)보다 16살 정도 많았다.

택시 기사의 평균 연령이 가장 높은 곳은 후쿠이(福井)현으로 67.6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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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료에 여성 택시 기사의 연령은 반영되지 않았으나 전체 택시 기사 중 여성의 비율이 약 3.6%에 그친 점을 고려하면 남녀를 통산하더라도 큰 차이는 없을 것으로 추정된다.

젊은 층이 택시 운전을 기피하는 가운데 고령자가 상대적으로 안정된 수입을 확보하기 위해 택시 업계로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

연합회 자료에 의하면 남성 택시 기사들의 평균 연봉은 360만3천800엔(약 3천782만원)으로 추산됐다.

월평균 노동시간은 195시간이었다.

하루에 8시간 일했다고 치면 한 달에 24일가량 출근하고 315만원 정도를 받은 셈이다.

70세 이상 택시 기사의 연봉은 298만엔 정도(약 3천131만원)로 평균보다는 적었으나 일반적인 노인 일자리치고는 보수 조건이 그리 나쁜 편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물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한 현 상황은 녹록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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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기사의 고령화는 심각하다.

후생노동성의 2019년 임금구성기본통계조사를 보면 남성 택시 운전자의 36.7%가 65세 이상 고령자였다.

70세 이상도 14.4%나 됐다.

일본 당국은 고령자가 운전 중 일으키는 사고를 줄이기 위해 면허 자율 반납을 권장하고 있지만, 정작 대중교통의 한 축을 담당하는 택시업계는 노인들에게 운전대를 맡기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도쿄도(東京都) 개인택시협회는 개인택시 허가 신청 연령을 65세 미만으로 정하고 75세를 정년으로 하는 등 연령을 제한하려는 시도가 있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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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택시 회사가 채용하는 기사의 연령까지 규제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각 사업자가 고용한 운전자의 건강 상태를 점검하는 등 자체적으로 노력하고 있으나 고령 운전자의 사고는 이어지고 있다.

일본 국토교통성 자료에 의하면 2013∼2019년 7년간 운전자의 건강상 문제로 인해 택시 사고 369건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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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택시 운전자의 건강 문제로 인한 사고는 56건이었는데 이 가운데 28건이 65세 이상에 의한 것이었다.

질병 종류로 구분하면 지주막하출혈, 뇌내출혈, 뇌경색 등 뇌 질환이 14건으로 가장 많았고 심장질환이 13건으로 뒤를 이었다.

운전 중 실신하는 택시 기사는 초고령사회 일본이 직면한 여러 구조적 문제 중 하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