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의 빅테크 기업들이 기업공개(IPO)를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유관 스타트업들을 공격적으로 인수합병(M&A)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동남아 테크기업 전성시대에 대한 예고와 함께 이들이 스타트업 생태계를 "먹어치울 것"이란 표현까지 동원됐다.

초기단계 투자사로 유명한 골든게이트벤처스의 운용역 비니 라우리아가 26일(현지시간) CNBC에 출연해 "동남아 데카콘에 오른 기업들이 2025년까지 수백개의 스타트업들을 먹어치울 것(gobble up)"이라고 강조했다. 통상 투자유치 등으로 1조원이 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기업에 대해 유니콘기업이라고 칭한다. 데카콘의 경우 유니콘기업의 10배인 10조원 이상 기업에 대해 쓰이는 표현이다.

라우리아는 대표적인 동남아 기업으로 모빌리티기업 그랩, 안터넷플랫폼업체 씨, 고투 등을 꼽았다. 고투는 모빌리티기업 고젝과 전자상거래플랫폼 기업 토코피디아가 합병해 새롭게 탄생할 기업의 이름이다.

라우리아는 "주식시장에 공개되면서 그들이 더 커나갈 수 있는 자본이 유입될 것"이라면서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등 중국 시장에서 10~15년전에 발생했던 일이 동남아 시장에서 재현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그랩의 경우 최근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과의 합병을 통해 나스닥에 상장할 계획인데, 기업가치를 최소 340억달러로 인정받았다.

이는 스팩 합병 역사상 최대 규모다. 그랩에 투자한 국내 기업 SK㈜(2억3000만달러), 현대차그룹(2억7500만달러), 네이버(1억5000만달러) 등에도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