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는 인도에서 확진자들을 대상으로 곰팡이균까지 유행하고 있다.

9일 ANI통신, PTI통신 등 인도 언론과 BBC뉴스 등은 최근 인도에서 털곰팡이증(또는 모균증, mucormycosis)에 감염돼 실명하거나 사망한 코로나19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단 감염되면 눈, 코 외에 뇌와 폐 등으로 전이도 빠르고, 치사율은 50%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도 서부 구자라트주 BJ 의대·시민병원 이비인후과 병동 소속의 칼페시 파텔 부교수는 ANI통신을 통해 "지난 20일간 67명의 곰팡이균 감염 환자가 확인됐다"며 "하루에 5∼7건씩 이들에 대한 수술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자라트라주 외에 뉴델리, 푸네 등 인도 주요 도시에서도 곰팡이균 감염 사례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서부 마하라슈트라주에서는 이미 8명의 환자가 곰팡이균 감염으로 인해 사망했고 200여명이 치료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털곰팡이증은 면역력이 떨어진 당뇨병 환자에게 드물게 발견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털곰팡이는 흙이나 썩은 과일 등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감염 사례는 희귀 사례로 분류됐다.

하지만 일단 감염되면 코피를 흘리고 눈 부위가 붓거나 피부가 검게 변하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인도에서는 코로나19 감염자나 음성 판정 후 회복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감염자들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인도는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코로나 지옥'으로 불리고 있다. 주요 지방 정부가 봉쇄됐지만, 지난 8일에도 40만3738명의 신규 확진자가 나온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1일 세계 최초로 40만 명을 돌파한 인도는 여전히 40명 안팎의 확진자가 매일 나오고 있다.

털곰팡이 감염 사례가 늘어나는 것도 코로나 확진자가 늘어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 치료 과정에서 염증 방지를 위해 복용한 스테로이드가 면역력을 떨어뜨리면서 감염 위험을 높였다고 현지 의학계는 보고 있다.

털곰팡이에 감염됐더라도 8주 가량 항곰팡이 정맥 주사를 맞으면 어느 정도 치료가 가능하지만, 인도 발생 환자 대부분 감염이 진행된 후 뒤늦게 병원을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안구나 턱뼈 절제 등의 수술이 필요한 상황도 자주 발생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인도 당국에서는 아직 털곰팡이 감염 사례를 심각하게 판단하지 않는 분위기다.

인도 국가경제정책기구인 니티 아요그의 회원인 V K 파울은 7일 "당뇨가 있는 코로나19 환자 사이에서는 곰팡이균 감염이 흔하지만 큰 이슈는 아니라고 장담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