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 등과 공생하는 ‘애그리게이터’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애그리게이터(aggregator)란 아마존과 같은 마켓플레이스에 입점해 있는 유망 브랜드를 발굴해 인수하거나 투자하는 업체를 일컫는다. 최근 들어 애그리게이터 사이에 브랜드 인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애그리게이터에 자금을 대려는 투자자가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해 4월 이후 60개 이상의 애그리게이터 업체가 60억달러(약 6조8682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고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작년 코로나19 여파로 온라인 쇼핑이 폭발적으로 성장하자 아마존 등의 인기 브랜드를 사모으는 애그리게이터 시장도 덩달아 활기를 띠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아마존 등은 입점 사업자에 제조와 판매를 뺀 나머지 물류서비스를 종합 대행해 주는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애그리게이터는 아예 이를 사들여 함께 브랜드의 성장을 모색하고 수익을 창출한다. 대표적인 애그리게이터로는 파운드리, GOJA, 스라지오 등이 있다. 이들 업체의 사이트에는 ‘당신의 아마존 사업을 파십시오’ ‘우리는 아마존 사업을 삽니다’ 같은 문구가 적혀 있다.

애그리게이터 파운드리는 이날 사모펀드 운용사 라이트베이캐피털, 모노그램캐피털파트너스 등으로부터 1억달러의 자금을 유치했다고 발표했다. 파운드리 측은 “아마존 판매 사업자가 세계 다른 온라인 시장으로 확장하고, 오프라인 상점에도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며 “아마존이 종착점이 아니라 출발점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파운드리는 최근 전직 교사인 리사 애벨이 론칭한 ‘모티베이션 위드아웃 보더스(MWB)’라는 교육용 포스터 브랜드를 인수했다. MWB는 코로나19 이후 자녀의 홈스쿨링을 지도하는 부모를 위해 미국 및 세계 지도를 제조·판매해왔다. 애벨은 현재 파운드리에 합류해 제품 개발 업무를 맡고 있다.

애그리게이터가 늘어나면서 경쟁도 치열해졌다. 이들은 보통 소수 인원이 창업한 브랜드 가운데 누적 판매액이 100만달러를 돌파한 브랜드 위주로 물색하고 있다. 인기도뿐만 아니라 사업의 지속 가능성, 확장성 등을 검토한다. 하지만 아마존에서 활동하는 판매 사업자들만 연간 200만 명에 달하는 데다, 브랜드를 추려내는 게 쉽지 않아 특정 브랜드에만 돈이 쏠리고 있다. 작년 300만달러에 팔렸던 한 아마존 브랜드는 최근 몸값이 500만달러까지 치솟은 상태다.

애그리게이터 간 경쟁은 이번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프로스퍼쇼에서 더욱 치열하게 펼쳐질 전망이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