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3일(현지시간) 코로나19 확산 이후 집세가 밀린 세입자에 대한 강제 퇴거 유예 조치를 두 달 더 연장했다. 대법원이 의회 승인 없는 퇴거 유예는 불가하다는 결정을 내렸지만 민주당 내에서 ‘세입자 보호에 실패했다’는 비난이 제기되자 소송을 각오하고 새로운 퇴거 유예 조치를 내놓은 것이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이날 코로나19 감염률이 높은 카운티(행정단위)에서 오는 10월 3일까지 60일간 세입자의 강제 퇴거를 금지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미국은 지난해 9월부터 코로나19 확산 저지를 이유로 월세를 제때 못 낸 세입자의 강제 퇴거를 금지했다. 집주인들이 반발했고 대법원은 지난달 의회 승인 없는 재연장은 불가하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퇴거 유예 조치는 지난달 31일 종료됐다.

민주당 내에선 백악관이 제 역할을 못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다. 바이든 행정부가 새로운 퇴거 유예 조치를 내놓은 배경이다. 지난달 종료된 기존 퇴거 유예 조치는 전국적으로 적용됐지만 새로운 조치는 코로나19 감염률이 높은 지역에만 적용되는 게 차이점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연설에서 새로운 퇴거 유예 조치가 미국 인구의 90%가량을 대상으로 하길 바란다고 말해 사실상 전국적 퇴거 유예 조치를 CDC에 요구했다.

이번 조치는 법적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조치에 대해 “합법적인지 모르겠다”며 “일부 학자는 그럴 것이라고 하고, 일부는 그렇지 않을 것 같다고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소송이 집세가 밀리고 돈이 없는 이들에게 450억달러(임차료 지원 예산)를 주는 시간을 좀 벌어줄 것”으로 기대했다.

미국에선 기존 코로나19 부양책 중 임차료 지원용 연방정부 예산 465억달러가 아직 현장에 제대로 배분되지 않았다. 소송에 휘말리더라도 일단 이 예산이 배분될 수 있는 시간을 벌어 세입자를 보호하겠다는 게 바이든 대통령의 복안으로 분석된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