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력회사들이 소형모듈원전(SMR) 사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탄소 배출을 줄이면서도 안정적으로 전력을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이라는 판단에서다.

SMR은 대형 원전의 5~10% 크기지만 발전 용량은 수백 메가와트(㎿)급에 이를 만큼 고효율을 자랑한다. 탄소 배출도 거의 없다. 탄소 순배출량(배출량-흡수량)을 제로(0)로 만드는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는 국가가 늘어나면서 SMR이 발전업계에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목표는 친환경·고효율

'脫탄소' 나선 美 전력사들…SMR에 꽂혔다
1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에너지노스웨스트, UAMPS, 퍼시픽코프 등 여러 전력회사로 구성된 컨소시엄은 최근 SMR 제조사와 협력 관계를 맺었다. 퍼시픽코프는 워런 버핏의 벅셔해서웨이가 소유한 회사이기도 하다.

이들 기업과 손잡은 SMR 제조사는 수십 곳에 달한다. 직원 수가 22명에 불과한 스타트업 오클로부터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가 세운 테라파워까지 다양한 기업이 협력 사업에 동참했다.

미국 정부도 SMR 유치를 위해 적극 지원에 나서고 있다. 미 에너지부는 지난해 가을 전력 부문의 탈(脫)탄소화 사업을 위해 7년간 32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에너지노스웨스트 등의 컨소시엄은 2030년까지 6기의 SMR을 가동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35만 가구에 공급하는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라바 웹 UAMPS 대변인은 “석탄 발전소와 천연가스 발전소를 탄소제로 에너지로 교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SMR이 상용화되는 데는 수년이 걸릴 전망이다. 미 전역에서 시험 중인 SMR 가운데 정부의 규제 기준을 통과한 설계는 없다. 비용 부담도 풀어야 할 숙제다. 정확한 SMR 설치 비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수천만달러에서 수십억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구온난화 ‘빨간불’

SMR 사업 추진은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최근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지난 9일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2021∼2040년 사이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전(1850∼1900년)보다 1.5도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지구온난화 1.5도’에 도달하는 시점이 기존 분석보다 10년 이상 당겨진 것이어서 세계 각국의 이목이 쏠렸다. IPCC는 지구온난화를 늦추는 방법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것뿐이라고 강조했다. 탄소중립을 통해 누적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제한하고 메탄 등 다른 온실가스 배출을 크게 줄여야만 온난화를 억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탄소제로를 신경 쓰게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WSJ는 “몇 년 뒤에는 미국의 모든 상장기업이 자사 제품을 생산하는 데 얼마큼의 탄소를 배출하는지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예컨대 코카콜라 1L를 제조하고 유통하는 과정에서 346g의 탄소 배출이 발생한다고 표시하는 방식이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이미 상장사들이 기후변화와 관련된 정보를 공개하는 규정을 마련하기 위해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게리 겐슬러 SEC 의장은 지난주 “기후 관련 정보를 공개하라는 투자자들의 요구가 크다”며 “이제 SEC가 지휘봉을 잡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친환경 관련 금융 상품의 인기도 급증하고 있다. 글로벌 리서치업체 모닝스타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친환경 기업에 투자하는 뮤추얼펀드에 쏟아진 자금이 510억달러에 달한다. 2018년의 10배에 달하는 금액으로 작년에 미국 주식과 채권, 뮤추얼펀드로 투입된 자금의 4분의 1 수준이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