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돈줄 죄기 나선 美…"미국 내 아프간 자금 수십억弗 동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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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재무부 등 주도
군 지원금도 중단할 듯
다음주 G7 화상회의 개최
경제·외교적 압박 계속
군 지원금도 중단할 듯
다음주 G7 화상회의 개최
경제·외교적 압박 계속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한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탈레반의 접근을 막기 위해 미국에 있는 아프간 정부의 수조원대 자금을 동결했다. 주요 7개국(G7) 정상들은 회의를 열어 아프간 문제를 본격 논의하기로 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백악관 연설을 통해 밝힌 것처럼 아프간 문제에 군사적으로 개입하지 않는 대신 탈레반을 경제 및 외교 수단으로 압박하는 모양새다. 탈레반은 국제사회의 불신을 잠재우기 위해 이례적으로 공식 기자회견을 열어 온건한 방식의 ‘정상 국가’를 세우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부르카(온 몸을 가리는 이슬람 복식)를 착용하지 않은 여성이 살해되는 등 폭력사태가 이어지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아프간 중앙은행은 지난 4월 기준으로 94억달러(약 11조원)를 보유하고 있다. WP는 이 중 수십억달러가 미국 내에 있다고 전했다. 탈레반은 이미 9·11 테러로 인해 미국의 제재 대상이기 때문에 이번 동결 조치를 위한 별도의 법적 근거는 필요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WP는 또 미군이 주던 연간 아프간군 지원금 30억달러도 끊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는 2019년 기준 193억달러인 아프간 국내총생산(GDP)의 15.5%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 지원금은 아프간군이 인권을 보장하는 민간 정부의 지휘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미 국방장관이 의회에 입증할 때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이번 조치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미 재무부 부차관보를 지낸 마크 소벨은 “자금 제한이 탈레반에 대해 지렛대로 이용될 수 있어 타당한 조치”라고 평했다. 반면 미 싱크탱크인 경제정책연구센터의 마크 웨이스브로트 국장은 “미국 정부가 아프간 경제를 파괴시킨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어 아프간 중앙은행의 자금을 틀어쥐는 것은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프간 화폐인 아프가니의 달러 대비 가치는 최근 나흘간 6% 하락했다.
미국은 아프간 상황이 최악으로 가는 것을 막기 위해 다음주 화상으로 G7 정상회의를 열기로 했다. 이와 함께 미군의 아프간 철수 이후 동맹국 사이에서 불안감이 커지자 진화에도 나섰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언론 브리핑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이 반복적으로 말해온 것처럼 한국이나 유럽으로부터 우리 군대를 감축할 의향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폭스뉴스는 아프간 타크하르주 주도 탈로칸에서 피를 흘리며 숨져 있는 한 여성의 사진을 공개하며 “부르카 없이 외출했다가 탈레반으로부터 총격을 당했다”고 보도했다. 낭가르하르주의 주도 잘랄라바드에서는 탈레반이 시위대에 총격을 가해 사망자가 나왔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바미안주에서는 1990년대 탈레반에 맞섰던 하자라족 지도자 압둘 알리 마자리의 석상 파괴가 일어났다. 탈레반의 소행이다. 지도부의 유화적 태도와 달리 대원들은 현장에서 폭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결국 탈레반에 반대하는 정치인과 시민을 제거할 것이란 분석이 많다. 아프간 국영 TV의 유명 앵커인 카디자 아민은 자신과 여성 직원들의 무기한 정직 소식을 전하며 “탈레반은 탈레반으로, 그들은 변하지 않았다”고 날을 세웠다.
탈레반의 보복을 두려워하는 아프간 국민은 꼬투리가 잡힐 것을 우려해 디지털 기록을 지우느라 비상이 걸렸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 퍼스트는 트위터에 “탈레반은 아프간의 다양한 장비와 생체인식 자료에 접근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백악관 연설을 통해 밝힌 것처럼 아프간 문제에 군사적으로 개입하지 않는 대신 탈레반을 경제 및 외교 수단으로 압박하는 모양새다. 탈레반은 국제사회의 불신을 잠재우기 위해 이례적으로 공식 기자회견을 열어 온건한 방식의 ‘정상 국가’를 세우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부르카(온 몸을 가리는 이슬람 복식)를 착용하지 않은 여성이 살해되는 등 폭력사태가 이어지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탈레반 움직이는 지렛대로 활용”
워싱턴포스트(WP)는 17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바이든 행정부가 아프간의 정부 자금 수십억달러를 동결했다고 보도했다. 이 조치는 재닛 옐런 재무장관을 중심으로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의 주도로 시행됐으며 백악관과 국무부도 관여했다고 WP는 전했다.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아프간 중앙은행은 지난 4월 기준으로 94억달러(약 11조원)를 보유하고 있다. WP는 이 중 수십억달러가 미국 내에 있다고 전했다. 탈레반은 이미 9·11 테러로 인해 미국의 제재 대상이기 때문에 이번 동결 조치를 위한 별도의 법적 근거는 필요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WP는 또 미군이 주던 연간 아프간군 지원금 30억달러도 끊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는 2019년 기준 193억달러인 아프간 국내총생산(GDP)의 15.5%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 지원금은 아프간군이 인권을 보장하는 민간 정부의 지휘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미 국방장관이 의회에 입증할 때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이번 조치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미 재무부 부차관보를 지낸 마크 소벨은 “자금 제한이 탈레반에 대해 지렛대로 이용될 수 있어 타당한 조치”라고 평했다. 반면 미 싱크탱크인 경제정책연구센터의 마크 웨이스브로트 국장은 “미국 정부가 아프간 경제를 파괴시킨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어 아프간 중앙은행의 자금을 틀어쥐는 것은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프간 화폐인 아프가니의 달러 대비 가치는 최근 나흘간 6% 하락했다.
미국은 아프간 상황이 최악으로 가는 것을 막기 위해 다음주 화상으로 G7 정상회의를 열기로 했다. 이와 함께 미군의 아프간 철수 이후 동맹국 사이에서 불안감이 커지자 진화에도 나섰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언론 브리핑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이 반복적으로 말해온 것처럼 한국이나 유럽으로부터 우리 군대를 감축할 의향은 없다”고 밝혔다.
탈레반은 변할 것이라고 약속했지만
탈레반은 정상 국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탈레반은 이슬람법의 틀 안에서 여성의 권리를 존중할 것이며 누구에게도 복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재집권 후 과거 5년 통치(1996~2001년) 시절과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하지만 이날 폭스뉴스는 아프간 타크하르주 주도 탈로칸에서 피를 흘리며 숨져 있는 한 여성의 사진을 공개하며 “부르카 없이 외출했다가 탈레반으로부터 총격을 당했다”고 보도했다. 낭가르하르주의 주도 잘랄라바드에서는 탈레반이 시위대에 총격을 가해 사망자가 나왔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바미안주에서는 1990년대 탈레반에 맞섰던 하자라족 지도자 압둘 알리 마자리의 석상 파괴가 일어났다. 탈레반의 소행이다. 지도부의 유화적 태도와 달리 대원들은 현장에서 폭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결국 탈레반에 반대하는 정치인과 시민을 제거할 것이란 분석이 많다. 아프간 국영 TV의 유명 앵커인 카디자 아민은 자신과 여성 직원들의 무기한 정직 소식을 전하며 “탈레반은 탈레반으로, 그들은 변하지 않았다”고 날을 세웠다.
탈레반의 보복을 두려워하는 아프간 국민은 꼬투리가 잡힐 것을 우려해 디지털 기록을 지우느라 비상이 걸렸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 퍼스트는 트위터에 “탈레반은 아프간의 다양한 장비와 생체인식 자료에 접근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