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 내 20년 미군 주둔이 끝났다고 선언했다. 이로서 미국 역사상 최장기 해외 전쟁인 아프가니스탄전이 막을 내렸다.

바이든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미군이 아프간에서 철수와 민간인 대피 작전 종료를 알린 직후 성명을 통해 "아프간에서의 위험한 철군을 예정대로 카불 시간으로 8월 31일 이른 아침에 미국인 생명의 추가 손실 없이 (대피 작전을) 집행해준 우리의 지휘관들과 군인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7일간 미군은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공수작전으로 12만 명 넘는 미국과 동맹의 시민들을 대피시켰다"며 "그들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용기와 전문성, 의지를 갖고 그것을 해냈다"고 전했다.

아프간 철군 시한을 8월 31일 이후로 연장하지 않기로 한 결정에 대해서는 31일 오후 대국민 연설을 통해 밝힌다는 계획이다.

앞서 케네스 매켄지 미국 중부사령부 사령관은 국방부 브리핑을 통해 "로스 윌슨 주아프간 미국대사가 탑승한 마지막 C-17 수송기가 아프간을 떠났다"며 철수 작전이 완료됐다고 밝혔다. 현지 시간으로 이날 오후 11시 59분께 미 공군 C-17 수송기가 이륙하면서 이제 아프간에는 단 한 명의 미군도 남아있지 않게 됐다.

그는 "탈출을 원한 모든 사람을 대피시키지 못했다"고 순순히 인정했다. AFP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아프간에 남은 미국인은 250명 이하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미군과 아프간의 전쟁은 2001년 9.11 테러 이후 이뤄졌다. 2011년 9월 11일 미국 뉴욕 무역센터 등에 대한 테러가 발생한 후 '테러와의 전쟁'을 명분으로 미국 주도 서방 진영과 아프간 내 탈레반의 싸움이 시작된 것.

9.11 테러의 배후로는 알카에다 수장 오사마 빈라덴이 지목됐는데, 미군의 빈라덴 인도 요구를 당시 아프간 정권을 쥔 탈레반이 거부하면서 전쟁이 시작됐다.

2011년 5월 빈라덴은 사살했지만, 전쟁은 계속됐다. 유럽 등 서방과 합쎄한 미국은 탈레반 축출 후 친미 정권을 세우고, 미국식 민주주의를 구현하는 정부를 수립한다고 했지만, 산악 지대의 특성을 십분 이용한 탈레반은 끝까지 버티며 게릴라전, 테러를 통해 미국을 괴롭혔다.

버락 오바마, 도널드 트럼프 등 정권마다 아프간전 종식과 미군 철수를 내세웠지만 조금만 더 밀어붙이면 탈레반을 소탕할 수 있다는 국방부 등 매파의 주장에 밀려 뜻을 이루지 못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2020년 2월 탈레반과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미군 철수에 합의한 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역시 아프간전 종결 의지를 내비쳤다. 지난 5월부터 동맹국과 함께 단계적 철수도 시작했다.
바이든 "미군, 아프간 주둔 끝"…20년 전쟁 종결 (종합)
그렇지만 탈레반이 예상보다 빠르게 아프간을 장악하면서 혼란이 불거졌다. 카불 공항에선 국외로 대피하려는 이들이 몰려 혼란을 빚는 일도 있었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31일 철수 완료를 고수했다.

한편 20년의 아프간전으로 희생된 사람들은 약 17만 명으로 아프간 정부군(6만6000명), 탈레반 반군(5만1000 명), 아프간 민간인(4만7000명) 등 아프간 측 피해가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군 역시 2448명이 숨지고 미 정부와 계약을 한 요원 3846명,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등 동맹군 1144명 등 미국 역시 적지 않은 희생을 치렀다. 미국이 부담한 전쟁 비용은 1조 달러(약 1165조 원)으로 추산된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