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텍사스에서 임신 6주부터 중절 수술을 금지하는 법이 시행된다. /사진=게티이미지
미국 텍사스에서 임신 6주부터 중절 수술을 금지하는 법이 시행된다. /사진=게티이미지
미국 텍사스주가 임신 6주 이후 중절 수술을 전면 금지한다.

뉴욕타임스 등 현지 언론들은 1일(이하 현지시각) 이날부터 미국 텍사사주에서 사실상 임신중단을 금지하는 법률이 시행됐다고 보도했다.

이 법은 대법원 판례에 따라 20주까지였던 중절 금지 시기를 태아의 심장 박동이 감지될 때인 6주로 대폭 앞당겼다. 임신 자체를 자각하지 못할 수 있는 시점을 금지 시점으로 설정했기에 사실상 임신중단 권리를 원천 금지한 것과 다름없다는 의견이 잇따르고 있다.

미국시민자유연합(ACLU)에 따르면 텍사스에서 임신중단을 선택하는 여성의 85~90%는 임신 뒤 최소 6주가 지난 이후 수술을 받고 있다.

텍사스의 새 법은 특히 강간이나 근친상간에 따른 임신의 경우에도 중절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주 정부는 불법 임신중단 단속에서 손을 떼고 중절 시술 병원 등에 대한 제소를 100% 시민에게 맡기기로 했다.

이에 따라 법이 정한 시점 이후 임신중절 수술을 시행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시민에게 1만달러(약 116만원)를 제공한다.

텍사스에서 임신중단 수술을 시행하는 병원들은 이 법의 효력이 발효되기 직전인 지난달 31일 자정까지 임신 중절을 원하는 임신부들을 수술하느라 긴박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법의 발효 이후인 1일부터 임신 6주가 지난 이후 임신중단을 원하는 텍사스 거주 임신부는 앞으로는 텍사스가 아닌 다른 주에 가서 수술을 받아야 한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1973년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통해 태아가 임신부의 자궁 밖에서 생존할 수 있는 단계 이전에는 임신중단이 가능하다고 판결했다. 이는 여성의 임신중단 권리를 인정한 기념비적인 판결이었다.

이후 이 판결을 근거로 임신중단 금지 시기가 20주 이전으로 정착됐지만 보수 진영은 이 판결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를 계속 이어왔고 임신중단 옹호 단체들은 소송으로 이런 노력을 중단시켜오며 대립해 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텍사스의 이 극단적인 법은 주제 넘게도 거의 반 세기 동안 로 대 웨이드 판결로 확립된 헌법적 권리를 침해한다”면서 “이 법은 여성, 특히 유색 인종과 저소득층 여성들의 의료 서비에 대한 접근을 심각하게 손상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미국에서 두번째로 인구가 많으며 보수적인 주인 텍사스 주의 임신중단 금지 법안이 성공을 거둔다면 다른 보수적인 주들도 이를 따라갈 것으로 현지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텍사스가 임신중단을 둘러싼 치열한 전쟁터가 됐다고 보도했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