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에너지기업 토탈이 이라크에 270억달러(약 31조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토탈의 파트릭 푸얀 최고경영자(CEO)와 이라크 석유부의 이흐산 압둘 잡바르 장관은 5일(현지시간)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서 에너지 인프라 투자계약을 체결했다. 토탈은 이라크에 25년에 걸쳐 270억달러를 투입하기로 했다. 이중 초기 투자액은 100억달러다. 역대 외국기업의 이라크 투자 중 사상 최대 규모다. 토탈은 올해 말부터 사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토탈은 이라크의 유전, 천연가스 생산 및 태양광 발전소 등에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이라크 유전에 바닷물을 주입해 원유 생산량을 늘리는 방안이 포함됐다. 바닷물을 유전에 사용하면 이라크 강물을 보존, 지구온난화에 따른 물 부족에 대비하는 효과가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분석했다. 그동안 이란에서 이뤄져온 플레어링(에너지 가격이 낮거나 시판 운송 여력이 부족할 때 생산 과정에서 나온 천연가스 등을 일부러 태워버리는 행위)을 지양하고 천연가스 사용도를 높일 수 있게 될 전망이다.

토탈은 이번 투자를 통해 이라크에서의 입지를 다진다는 계획이다. 이번 투자는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 기업 위상을 강화한다는 계획의 일환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토탈은 이라크의 불안정한 정세를 감수하고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게 됐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 중 이라크는 두 번째로 많은 원유를 생산하는 에너지 부국이지만 시위와 테러가 빈발하는 사회적 문제를 겪고 있다.

이라크는 토탈과의 거래를 통해 이란 의존도를 낮추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만성적인 전력난에 시달려온 이라크는 이란의 천연가스를 수입해 왔다. 이란을 제재하고 있는 미국은 그동안 이라크에게 이란과의 관계 축소를 압박해 왔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