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새로운 세상일까 한때 유행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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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리포트
"메타버스 세상 온다"
선거운동·입학식·콘서트까지…
비대면경제 커지며 가상세계 각광
MS·디즈니 등 줄줄이 뛰어들어
지속가능성엔 '글쎄'
"기술 과대평가·마케팅용어로 남발
안정적인 플랫폼도 없다" 비판
"메타버스 세상 온다"
선거운동·입학식·콘서트까지…
비대면경제 커지며 가상세계 각광
MS·디즈니 등 줄줄이 뛰어들어
지속가능성엔 '글쎄'
"기술 과대평가·마케팅용어로 남발
안정적인 플랫폼도 없다" 비판
“메타버스 세상이 오고 있다.”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자사 개발자 행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경제가 커지면서 디지털로 구현한 가상의 세계 ‘메타버스’가 떠오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작년 대선 후보 당시 일본 게임회사 닌텐도의 ‘모여봐요 동물의 숲’이란 게임에서 유세를 펼쳤다. 최근엔 입학식 등 다양한 학교 행사와 가수들의 콘서트 등도 메타버스 세상에서 열린다. 사업 전망도 장밋빛이 많다.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는 2024년 세계 메타버스 시장 규모가 2900억달러(약 338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메타버스 기술을 과대평가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메타버스가 마케팅 용어로 남발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메타버스가 ‘지속 가능한’ 플랫폼이 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한다.
메타버스가 새로운 단어는 아니다. 1992년 미국 SF 작가 닐 스티븐슨의 소설 《스노우크래쉬》에서 처음 쓰였다. 마피아가 장악한 미국에서 살아가는 ‘히로’가 주인공이다.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을 때면 히로는 가상공간인 메타버스에 접속한다. 스스로 디자인한 아바타를 통해 현실세계처럼 상호작용하는 또 다른 현실인 메타버스에서 살아간다.
메타버스는 올해 3월부터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메타버스의 대표주자로 불리는 게임회사 로블록스가 미국 나스닥시장에 상장하면서다. 로블록스는 “메타버스 플랫폼을 통해 사람들을 연결할 것”이라고 했다. 구글 트렌드 검색에 따르면 로블록스가 상장한 뒤 메타버스를 검색한 횟수는 이전보다 14배로 늘었다. 지난 6월 미국에선 처음으로 메타버스 관련주에 투자하는 ‘라운드힐 볼 메타버스 상장지수펀드(ETF)’가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되기도 했다.
에픽게임즈는 자사 게임 포트나이트에서 지난해 4월 래퍼 트래비스 스콧의 콘서트를 개최했다. 이어 유명 팝가수 아리아나 그란데의 라이브 콘서트도 열었다. 페이스북도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뒤 디지털 공간에서 회의를 할 수 있는 ‘호라이즌 워크룸’을 시연했다. 마이크로소프트 디즈니 등도 메타버스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메타버스 사업은 연이어 ‘홈런’을 치고 있다. 포트나이트 게임 내에서 열린 스콧의 콘서트는 동시 접속자가 1230만 명에 달했다. 매출도 오프라인 콘서트를 가뿐히 앞질렀다. 2019년 스콧의 오프라인 콘서트 매출이 170만달러였는데 메타버스를 이용한 온라인 콘서트 매출은 2000만달러에 달했다. 더타임스는 “에픽게임즈 모장스튜디오 등 게임회사의 스킨(아바타 외형 등을 바꿔주는 아이템) 매출이 지난 5년간 열 배 이상 증가했다”고 전했다. 레이첼 왈러 버버리 이노베이션 채널 부사장은 “메타버스는 미래의 수익”이라고 평가했다.
이미 실패한 사례도 나왔다. 2003년 선보인 VR 플랫폼 세컨드라이프가 대표적이다. 창업자인 필립 로즈데일 역시 스티븐슨 소설의 영향을 받았다. 오늘날의 메타버스처럼 세컨드라이프는 VR로 구현한 세상을 이용자들에게 제공했다. 세컨드라이프 플랫폼 안에서는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며 돈을 벌 수 있고 통용되는 화폐도 있었다. 아디다스를 비롯한 다양한 브랜드가 세컨드라이프에서 착용할 수 있는 아이템을 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세컨드라이프의 성과는 예상에 못 미쳤다. 2010년 직원의 30%를 해고하고 영국과 싱가포르 사무소를 폐쇄했다. 로즈데일은 메타버스 기술에 대해 “실리콘밸리가 갖고 있는 전형적인 환상”이라며 “기술에 의지하는 삶을 원하는 소수를 과대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메타버스 관련 기술도 아직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많은 사람이 동시 접속할 정도로 기술이 발전했지만 VR 헤드셋 사용 등에 어지러움을 호소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션 모나한 가디언 칼럼니스트는 “메타버스라는 개념이 나온 지 30년이 지났지만 VR과 증강현실(AR) 기기 등이 아직 충분히 보급되지 못했다”고 했다. 더타임스는 가장 접근성이 좋다고 평가받는 페이스북의 VR 기기 ‘오큘러스 퀘스트2’도 일부 게이머에게만 팔리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통용되는 메타버스의 개념이 너무 기초적이고 포괄적이어서 마케팅 용어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단순히 디지털 아바타를 이용해 온라인 세계에서 활동하는 것을 두고 과연 메타버스라고 지칭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용자가 주도적으로 만들어가는 세계인 메타버스의 본래 가치를 살리려면 많은 사람이 꾸준히 소통하는 생태계를 구현해야 하는데 단발성으로 그치는 경우가 잦다.
제대로 메타버스가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선 지속 가능한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많은 사람이 같은 화폐를 쓰면서 화폐가 가치를 갖게 되는 것처럼 이용자들이 플랫폼을 지속 가능하다고 평가해야 메타버스를 ‘또 다른 현실’로 여길 수 있다는 것이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어떤 회사도 메타버스를 스스로 구축하지 못할 것”이라며 “수백만 명의 사람이 참여하는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자사 개발자 행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경제가 커지면서 디지털로 구현한 가상의 세계 ‘메타버스’가 떠오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작년 대선 후보 당시 일본 게임회사 닌텐도의 ‘모여봐요 동물의 숲’이란 게임에서 유세를 펼쳤다. 최근엔 입학식 등 다양한 학교 행사와 가수들의 콘서트 등도 메타버스 세상에서 열린다. 사업 전망도 장밋빛이 많다.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는 2024년 세계 메타버스 시장 규모가 2900억달러(약 338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메타버스 기술을 과대평가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메타버스가 마케팅 용어로 남발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메타버스가 ‘지속 가능한’ 플랫폼이 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한다.
메타버스, 그게 뭐길래
메타버스는 가상·추상을 뜻하는 메타(meta)와 현실세계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다. 그렇다고 단순히 게임이나 가상현실(VR)에서 이뤄지는 사용자들의 상호작용만을 뜻하지는 않는다. 메타버스 안에선 사회·문화적 활동을 하거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참여자들은 재화의 소유, 투자, 이에 대한 보상 등을 받을 수 있다. 현실세계의 확장판인 셈이다.메타버스가 새로운 단어는 아니다. 1992년 미국 SF 작가 닐 스티븐슨의 소설 《스노우크래쉬》에서 처음 쓰였다. 마피아가 장악한 미국에서 살아가는 ‘히로’가 주인공이다.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을 때면 히로는 가상공간인 메타버스에 접속한다. 스스로 디자인한 아바타를 통해 현실세계처럼 상호작용하는 또 다른 현실인 메타버스에서 살아간다.
메타버스는 올해 3월부터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메타버스의 대표주자로 불리는 게임회사 로블록스가 미국 나스닥시장에 상장하면서다. 로블록스는 “메타버스 플랫폼을 통해 사람들을 연결할 것”이라고 했다. 구글 트렌드 검색에 따르면 로블록스가 상장한 뒤 메타버스를 검색한 횟수는 이전보다 14배로 늘었다. 지난 6월 미국에선 처음으로 메타버스 관련주에 투자하는 ‘라운드힐 볼 메타버스 상장지수펀드(ETF)’가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되기도 했다.
기업들의 잇단 투자, 왜?
글로벌 기업들은 발빠르게 자사 사업에 메타버스를 접목하고 나섰다. 명품 의류 브랜드 버버리는 올여름 컬렉션의 홍보대사로 세계적인 모델 나오미 캠벨과 ‘샤키 B’를 선정했다. 샤키 B는 블록체인 기반의 온라인 게임 블랭코스블록파티에 등장하는 디지털 가수다.에픽게임즈는 자사 게임 포트나이트에서 지난해 4월 래퍼 트래비스 스콧의 콘서트를 개최했다. 이어 유명 팝가수 아리아나 그란데의 라이브 콘서트도 열었다. 페이스북도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뒤 디지털 공간에서 회의를 할 수 있는 ‘호라이즌 워크룸’을 시연했다. 마이크로소프트 디즈니 등도 메타버스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메타버스 사업은 연이어 ‘홈런’을 치고 있다. 포트나이트 게임 내에서 열린 스콧의 콘서트는 동시 접속자가 1230만 명에 달했다. 매출도 오프라인 콘서트를 가뿐히 앞질렀다. 2019년 스콧의 오프라인 콘서트 매출이 170만달러였는데 메타버스를 이용한 온라인 콘서트 매출은 2000만달러에 달했다. 더타임스는 “에픽게임즈 모장스튜디오 등 게임회사의 스킨(아바타 외형 등을 바꿔주는 아이템) 매출이 지난 5년간 열 배 이상 증가했다”고 전했다. 레이첼 왈러 버버리 이노베이션 채널 부사장은 “메타버스는 미래의 수익”이라고 평가했다.
지속 가능 플랫폼 구축해야
하지만 메타버스 붐을 비판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더타임스는 “대부분의 사람이 메타버스보다는 현실을 더 원한다”며 “가상세계의 가능성을 너무 크게 평가한다”고 지적했다.이미 실패한 사례도 나왔다. 2003년 선보인 VR 플랫폼 세컨드라이프가 대표적이다. 창업자인 필립 로즈데일 역시 스티븐슨 소설의 영향을 받았다. 오늘날의 메타버스처럼 세컨드라이프는 VR로 구현한 세상을 이용자들에게 제공했다. 세컨드라이프 플랫폼 안에서는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며 돈을 벌 수 있고 통용되는 화폐도 있었다. 아디다스를 비롯한 다양한 브랜드가 세컨드라이프에서 착용할 수 있는 아이템을 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세컨드라이프의 성과는 예상에 못 미쳤다. 2010년 직원의 30%를 해고하고 영국과 싱가포르 사무소를 폐쇄했다. 로즈데일은 메타버스 기술에 대해 “실리콘밸리가 갖고 있는 전형적인 환상”이라며 “기술에 의지하는 삶을 원하는 소수를 과대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메타버스 관련 기술도 아직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많은 사람이 동시 접속할 정도로 기술이 발전했지만 VR 헤드셋 사용 등에 어지러움을 호소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션 모나한 가디언 칼럼니스트는 “메타버스라는 개념이 나온 지 30년이 지났지만 VR과 증강현실(AR) 기기 등이 아직 충분히 보급되지 못했다”고 했다. 더타임스는 가장 접근성이 좋다고 평가받는 페이스북의 VR 기기 ‘오큘러스 퀘스트2’도 일부 게이머에게만 팔리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통용되는 메타버스의 개념이 너무 기초적이고 포괄적이어서 마케팅 용어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단순히 디지털 아바타를 이용해 온라인 세계에서 활동하는 것을 두고 과연 메타버스라고 지칭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용자가 주도적으로 만들어가는 세계인 메타버스의 본래 가치를 살리려면 많은 사람이 꾸준히 소통하는 생태계를 구현해야 하는데 단발성으로 그치는 경우가 잦다.
제대로 메타버스가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선 지속 가능한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많은 사람이 같은 화폐를 쓰면서 화폐가 가치를 갖게 되는 것처럼 이용자들이 플랫폼을 지속 가능하다고 평가해야 메타버스를 ‘또 다른 현실’로 여길 수 있다는 것이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어떤 회사도 메타버스를 스스로 구축하지 못할 것”이라며 “수백만 명의 사람이 참여하는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