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세계 기업들의 자본 지출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는 주요 금융회사들의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델타 변이 등의 확산에도 기업들이 세계 경제 회복에 ‘베팅’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경제회복에 베팅…기업 자본지출 14년만에 최대폭 증가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신용평가사 S&P글로벌레이팅은 최근 보고서에서 세계 기업들의 올해 자본 지출이 지난해보다 13.3% 늘어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S&P글로벌레이팅의 예상이 맞아떨어진다면 올해는 2007년 이후 14년 만에 전년 대비 자본 지출 증가율이 두 자릿수를 기록하는 해가 된다. 세계 경제가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던 지난해에는 전년보다 기업들의 자본 지출이 6%가량 감소했다. S&P글로벌레이팅은 올해 정보기술(IT) 분야의 자본 지출이 지난해보다 22.3% 늘어나는 등 전 산업 분야에 걸쳐 고르게 증가 추세를 보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미 적극적으로 투자가 시작된 산업 분야도 많다. 미국 소프트웨어, 장비 등의 산업은 올 상반기 자본 지출 증가율이 13.4%(연 환산 기준)로 1984년 이후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유럽 기업들의 올해 자본 지출 증가율 예상치는 16.6%로 2006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앞서 미국 은행 모건스탠리는 올 하반기부터 기업들의 자본 지출이 가속화해 올해와 내년에도 증가 추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기업들의 올해 지출이 늘어나는 주요 이유로는 치열해진 경쟁이 꼽힌다. 반도체산업에서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대만 TSMC, 미국 인텔 등이 올 들어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급성장한 유통산업에서도 우위를 점하려는 기업들의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 월마트는 공급망, 자동화 등에 올해 14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지난 2월 발표했다. 지난해(103억달러)보다 40%가량 늘어난 액수다.

친환경 경영 압박도 기업 지출 확대에 영향을 주고 있다. 세계 각국 정부가 탄소배출량 감소 정책을 내놓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들도 관련 투자를 늘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올 상반기에만 태양광, 풍력 등 친환경 기술과 관련 기업에 투자금 1740억달러가 몰렸다.

롭 서버러먼 노무라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경기 부양책이 사라진 이후에도 기업들이 성장하려면 투자와 사업 등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