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프랑스 달래기에 나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다음달 정상회담을 열기로 합의하면서 미국·영국·호주 동맹 오커스(AUKUS) 출범으로 빚어진 양국 간의 불협화음이 진정세에 접어든 모양새다.

22일(현지시간) 백악관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과 마크롱 대통령은 30분 동안 통화하고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양국 정상은 공동성명을 통해 “공개적인 협의가 프랑스와 유럽 파트너국에 더 유용했을 것이라는 사실에 동의했다”며 “바이든 대통령은 이를 지속적으로 지킬 것이라고 약속했다”고 밝혔다. 프랑스는 오커스 출범에 반발해 자국으로 소환한 미국 주재 프랑스 대사의 복귀를 이날 지시했다. 두 나라는 신뢰 회복을 위해 10월 말 정상회담 개최를 목표로 심층 협의에 들어간다.

양국의 갈등은 바이든 대통령이 새로운 군사·안보동맹 오커스 출범을 발표하면서 촉발됐다. 지난 15일 바이든 대통령은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호주, 영국, 미국의 앞글자(AU+UK+US)를 딴 오커스 발족을 발표했다. 정보 공유 차원을 넘어 사이버 기술 및 미사일 개발 등까지 아우르는 강력한 동맹이다. 미국과 영국의 핵추진 잠수함 기술을 호주에 이전할 것이라는 내용도 발표했다. 프랑스는 발표 몇 시간 전에 오커스 출범을 전달받았다. 프랑스는 또 호주와 맺은 560억유로(약 77조원) 규모의 디젤 잠수함 공급 계약을 파기당하게 됐다. 프랑스는 미국과 호주에 주재하는 자국 대사를 소환하며 항의했다.

이번 통화로 양국의 갈등이 봉합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공동성명에서 ‘프랑스 달래기’ 흔적이 보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성명에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프랑스·유럽의 관여가 전략적으로 중요함을 재확인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이 마크롱 대통령에게 사과했느냐는 질문에 “더 좋은 합의를 할 수도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고 답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프랑스와 미국의 갈등이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미국은 호주에 핵잠수함 기술을 이전하기로 한 약속을 철회하지 않을 방침이다. CNN에 따르면 미국 항공기 제조업체 보잉은 호주 투움바에 군용 드론을 조립하는 공장을 건설한다. 미국 외 지역에 군용 드론을 최종 조립하는 공장을 설립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CNN은 이를 두고 동맹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노력이라고 분석했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