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부채한도 문제로 인한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극한 대립을 이어오다 공화당 소속 상원 원내대표가 부채한도 적용 유예를 제안하면서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사진)는 6일(현지시간)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에게 “부채한도 적용을 오는 12월까지 유예하자”고 제안했다. 그동안 부채한도 적용 유예를 반대해 왔던 공화당이 돌연 입장을 바꾼 것이다.

앞서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오는 18일까지 여야가 부채한도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디폴트를 선언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매코널 원내대표는 이날 성명에서 “민주당이 초래한 위기로부터 미국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민주당이 정상적 절차를 통해 12월까지 현재 정부 지출 수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허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이 법안을 통과시키기에 시간이 부족하다고 항변하고 있어 이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공식적인 논평을 내놓지 않았지만 매코널 원내대표의 제안을 받아들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여야 교착 상태와 디폴트 우려가 잦아들면서 매코널 원내대표의 제안은 미국 증시에 호재로 작용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0.3% 오른 34,416.99로 장을 마쳤다.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도 전일보다 각각 0.41%, 0.47% 상승 마감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 기준 미 정부 부채는 28조4300억달러로 이미 법정 부채한도인 22조달러를 초과했다. 여당인 민주당은 부채한도를 높이거나 12월까지 유예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려 했지만 공화당의 반대로 모두 불발됐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매코널 원내대표의 제안이 나온 지 몇 시간 만에 “매코널이 민주당에 다시 굴복하는 것 같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우리가 부채한도와 관련된 패를 모두 갖고 있고 이제 손놀림을 할 때가 됐는데 민주당이 나라를 망치게 하지 말라”고 비판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