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중의원 총선거를 앞둔 가운데 한 시청 공무원들이 투표에 쓰일 연필을 깎는 모습이 공개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지난 26일 TV아사히 계열의 뉴스 통신사 ANN은 중의원 선거를 준비하고 있는 일본 선거관리위원회 및 지방 공무원의 모습을 보도했다. 이들은 자필 투표에 사용할 연필을 연필깎이를 이용해 하염없이 깎고 있었다.

군마현 오타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방지 대책으로 유권자가 투표장에서 사용하는 연필을 가져가도록 결정했다. 시는 유권자 수에 맞춰 항바이러스 기능이 있는 연필 11만 3000개를 주문했고 직원들이 근무 중 시간을 내어 연필을 하나씩 깎아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

이런 모습이 공개되자 온라인상에서 인력과 예산 낭비라는 논란이 일었다. 오타시가 구입한 항바이러스 연필 11만 3000개를 구입하려면 660만 엔(약 6800만 원)이 들기 때문이다.

반복된 작업으로 지친 한 공무원은 "일주일 넘게 연필만 깎고 있는데, 얼만큼 깎았는지 짐작도 못 하겠다"고 밝혔다.

일본은 유권자가 투표용지에 후보자 이름을 직접 쓰는 '자필 기술식' 방식을 70년 넘게 유지하고 있다. 일본 공직선거법 46조는 "선거인은 투표용지에 후보자 1명의 이름을 자필로 써서 투표함에 넣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투표 방식이 세습 정치인이나 여권의 기성 정치인들에게 유리하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한 획만 틀려도 무효표가 되기에 유권자들이 투표소에서 익숙한 이름을 쓰기 쉽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부 후보들은 이름을 쉽게 개명까지 할 정도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