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한 유럽에서도 경유 차량의 매연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사용되는 요소수가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애드블루’로 알려진 요소수를 만들기 위해선 석탄, 천연가스에서 뽑은 암모니아가 필요한데 에너지값이 오르자 채산성이 악화돼 생산량이 크게 줄었다.

5일 외신 등에 따르면 유럽에서 가장 많은 애드블루를 생산하는 슬로바키아의 아그로퍼트그룹 소속 듀슬로가 채산성 악화를 이유로 지난달 초부터 요소수 생산을 제한하기 시작했다. 듀슬로는 지난달 중순부터 기존 고객에게만 요소수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신규 고객은 제품을 구입할 수 없다.

독일 화학기업 바스프, SKW 피에스테리츠(Piesteritz)도 요소수 생산라인 가동을 멈췄다. 이탈리아 요소수 시장 점유율 60%를 차지하고 있는 야라도 4주간 생산 중단을 결정했다. 스페인의 페르티베리아(Fertiberia)도 마찬가지다. 잇따른 생산 중단 소식이 전해진 뒤 유럽지역의 애드블루 수요는 70~100% 급증했다.

생산이 줄어든 것은 극심한 에너지난 때문이다. 요소수는 석탄, 천연가스에서 뽑은 암모니아에 증류수를 섞어 만든다. 유럽에선 주로 천연가스를 활용하는데 가격이 오르자 비용 부담이 커진 생산업체들이 공장 가동을 멈추기 시작한 것이다. 유럽에서 2011년 차량 배기가스 표준인 ‘유로5’가 도입된 뒤 요소수인 애드블루는 경유차의 필수품이 됐다.

생산이 급격히 감소한 데다 일부 운전자가 사재기에 나서면서 유럽 전역에서 요소수 품귀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체코 등 현지 운송회사들은 정부에 애드블루 수급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체코 석유산업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주유소에서 애드블루를 주입한 차량은 지난해보다 135% 증가했다. 이들이 소비한 요소수는 1000만L에 이른다. 체코 대표 가격 비교 사이트에서 지난달 가장 많이 검색된 단어가 애드블루였다. 운전자들은 애드블루와 차량용 에너지 가격이 오르면서 연말까지 운송 비용이 25%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부 국가는 대책을 내놨다. 슬로바키아 정부는 지난달 말 듀슬로로부터 정부 비축분으로 50만L를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상황이 더 심각해지면 슬로바키아 정부는 듀슬로 제품의 수출 중단 조치도 시행할 방침이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