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d의 경고…"기본소득 전면 시행하면 美 GDP 11%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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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블랜드 연방은행 '기본소득의 거시경제 영향' 분석
전국민에 매달 1000弗 지급땐
경제활동참가율 13%P 떨어져
정부지출 급증…세금 더 걷어야
소득 불평등은 소폭 개선 효과
LA·시카고 40여개 도시 추진 중
"빈곤퇴치" vs "구인난" 찬반 팽팽
전국민에 매달 1000弗 지급땐
경제활동참가율 13%P 떨어져
정부지출 급증…세금 더 걷어야
소득 불평등은 소폭 개선 효과
LA·시카고 40여개 도시 추진 중
"빈곤퇴치" vs "구인난" 찬반 팽팽
모든 미국인에게 기본소득(UBI: universal basic income)을 지급할 경우 국내총생산(GDP)이 장기적으로 11%가량 줄어드는 등 거시경제에 악영향이 예상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기본소득은 개인 모두에게 조건 없이 일정한 액수의 현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로스앤젤레스(LA), 시카고 등 미국의 여러 도시가 기본소득 시범 도입에 나서면서 찬반 양론도 달아오르고 있다.
19일 미국 중앙은행(Fed)에 따르면 클리블랜드 연방은행은 최근 ‘기본소득이 거시경제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냈다. 한국의 근로장려금에 해당 하는 근로소득보전세제(EITC)를 비롯한 미국의 소득보장제도를 기본소득으로 대체할 경우 장기적으로 발생하는 경제적 영향을 분석했다.
연구를 한 클리블랜드 연방은행의 앙드레 빅터 도허티 루드비체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현재 경제 상황과 복지제도를 반영하는 벤치마크 모델을 만들었다. 벤치마크는 현재 미국의 총생산, 자본, 노동, 소비 등 거시경제 변수를 각각 100으로 가정했다. 미국 정치인 앤드루 양이 지난해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내세운 기본소득 공약(월 1000달러씩 연 1만2000달러 지급)을 전면 도입했을 경우와 비교하기 위해서다.
루드비체 이코노미스트는 월 1000달러씩 기본소득을 주면 미국 GDP의 장기적(35년 이상) 감소율이 10.8%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기본소득 지급으로 근로 의욕이 저하돼 노동 공급이 줄어드는 한편 저축 유인도 약해지면서 자본 공급이 감소한 결과다.
루드비체 이코노미스트는 기본소득을 받게 된 미국인들의 근로 의지가 줄면서 경제활동참가율(만 15세 이상 인구 가운데 취업자와 실업자를 합한 경제활동인구 비율)이 벤치마크(76.5%)보다 13%포인트 급락한 63.5%가 될 것으로 봤다. 그는 또 GDP 대비 정부의 이전지출 비중이 22.4%까지 확대돼 재정 부담이 커지므로 세금의 대폭 인상을 피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대신 불평등 개선 효과는 일부 관찰됐다. 가처분소득 지니계수는 벤치마크(0.58)보다 0.03 떨어진 0.55로 측정됐다. 지니계수는 빈부 격차와 계층 간 소득의 불균형 정도를 나타내는 수치다. 지니계수가 0이면 완전 평등, 1이면 완전 불평등을 뜻한다.
반면 반대론자들은 실제 수입과 관계없이 모두에게 같은 액수를 지급하는 기본소득은 빈부격차 해소에 별 도움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저소득층의 근로 의욕만 꺾는다고 우려한다. 예산 확보 방법, 기존 복지제도 존폐 여부도 문제로 지적한다.
논란 속에서 미국의 40여 개 도시는 기본소득 시범 프로그램 시행을 예정·검토 중이거나 진행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를 중심으로 기본소득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이 중 가장 규모가 큰 곳은 LA와 시카고다. LA시는 저소득 가정 중 3200곳을 무작위로 추출해 내년 1년 동안 월 1000달러의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빅 립(Big Leap)’ 프로그램 시행을 확정지었다. 시카고시는 저소득 가구 중 5000곳을 선정해 내년 매달 500달러를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LA와 시카고의 ‘기본소득 실험’이 주목받는 이유는 규모가 큰 편이고 시 예산이 상당 부분 투입되기 때문이다. LA는 시 예산 2400만달러에 기부금을 더해 3800만달러(약 450억원)를 기본소득 시범 사업에 쓰기로 했다. 미국 역사상 가장 대규모로 진행되는 기본소득 실험으로 꼽힌다.
미국에서 최근 기본소득에 대한 관심이 커진 이유로는 코로나19 지원금과 스톡턴 실험이 꼽힌다.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지원금을 지급한 결과 빈곤 문제 개선에 유의미한 효과가 있었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캘리포니아주 스톡턴시는 기부금으로 재원을 마련해 빈곤층 125명에게 올초까지 2년 동안 월 500달러의 기본소득을 지급한 결과 수급자들이 정규직 일자리를 찾는 등 성과가 있었다고 발표했다.
기본소득에 찬성하는 미국 정치인들은 “빈곤을 없앨 수 있는 근본적 방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도시 단위의 기본소득 실험에서 유의미한 성과가 날 경우 주정부 차원에서 확대 적용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기본소득이 수급자의 근로 의욕을 꺾어 가뜩이나 구인난에 시달리는 미국 노동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반론도 거세다. 예산도 문제다. 실험 목적의 소규모 도입은 기부금으로 충분했다. 하지만 LA와 시카고처럼 시 예산을 쓸 경우 결국 증세에 기대게 될 것이라는 반박도 일고 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기본소득 도입하면 거시경제 악화
19일 미국 중앙은행(Fed)에 따르면 클리블랜드 연방은행은 최근 ‘기본소득이 거시경제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냈다. 한국의 근로장려금에 해당 하는 근로소득보전세제(EITC)를 비롯한 미국의 소득보장제도를 기본소득으로 대체할 경우 장기적으로 발생하는 경제적 영향을 분석했다.
연구를 한 클리블랜드 연방은행의 앙드레 빅터 도허티 루드비체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현재 경제 상황과 복지제도를 반영하는 벤치마크 모델을 만들었다. 벤치마크는 현재 미국의 총생산, 자본, 노동, 소비 등 거시경제 변수를 각각 100으로 가정했다. 미국 정치인 앤드루 양이 지난해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내세운 기본소득 공약(월 1000달러씩 연 1만2000달러 지급)을 전면 도입했을 경우와 비교하기 위해서다.
루드비체 이코노미스트는 월 1000달러씩 기본소득을 주면 미국 GDP의 장기적(35년 이상) 감소율이 10.8%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기본소득 지급으로 근로 의욕이 저하돼 노동 공급이 줄어드는 한편 저축 유인도 약해지면서 자본 공급이 감소한 결과다.
루드비체 이코노미스트는 기본소득을 받게 된 미국인들의 근로 의지가 줄면서 경제활동참가율(만 15세 이상 인구 가운데 취업자와 실업자를 합한 경제활동인구 비율)이 벤치마크(76.5%)보다 13%포인트 급락한 63.5%가 될 것으로 봤다. 그는 또 GDP 대비 정부의 이전지출 비중이 22.4%까지 확대돼 재정 부담이 커지므로 세금의 대폭 인상을 피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대신 불평등 개선 효과는 일부 관찰됐다. 가처분소득 지니계수는 벤치마크(0.58)보다 0.03 떨어진 0.55로 측정됐다. 지니계수는 빈부 격차와 계층 간 소득의 불균형 정도를 나타내는 수치다. 지니계수가 0이면 완전 평등, 1이면 완전 불평등을 뜻한다.
판 커진 미국의 기본소득 실험
기본소득을 둘러싼 논란은 팽팽하다. 찬성론자들은 기본소득을 통해 사회 불평등을 줄일 수 있다고 본다. 복지 수급 자격을 가리는 데 쓰는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고 수급자에게 사회적 낙인이 찍히는 부작용도 사라진다고 주장한다.반면 반대론자들은 실제 수입과 관계없이 모두에게 같은 액수를 지급하는 기본소득은 빈부격차 해소에 별 도움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저소득층의 근로 의욕만 꺾는다고 우려한다. 예산 확보 방법, 기존 복지제도 존폐 여부도 문제로 지적한다.
논란 속에서 미국의 40여 개 도시는 기본소득 시범 프로그램 시행을 예정·검토 중이거나 진행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를 중심으로 기본소득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이 중 가장 규모가 큰 곳은 LA와 시카고다. LA시는 저소득 가정 중 3200곳을 무작위로 추출해 내년 1년 동안 월 1000달러의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빅 립(Big Leap)’ 프로그램 시행을 확정지었다. 시카고시는 저소득 가구 중 5000곳을 선정해 내년 매달 500달러를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LA와 시카고의 ‘기본소득 실험’이 주목받는 이유는 규모가 큰 편이고 시 예산이 상당 부분 투입되기 때문이다. LA는 시 예산 2400만달러에 기부금을 더해 3800만달러(약 450억원)를 기본소득 시범 사업에 쓰기로 했다. 미국 역사상 가장 대규모로 진행되는 기본소득 실험으로 꼽힌다.
미국에서 최근 기본소득에 대한 관심이 커진 이유로는 코로나19 지원금과 스톡턴 실험이 꼽힌다.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지원금을 지급한 결과 빈곤 문제 개선에 유의미한 효과가 있었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캘리포니아주 스톡턴시는 기부금으로 재원을 마련해 빈곤층 125명에게 올초까지 2년 동안 월 500달러의 기본소득을 지급한 결과 수급자들이 정규직 일자리를 찾는 등 성과가 있었다고 발표했다.
기본소득에 찬성하는 미국 정치인들은 “빈곤을 없앨 수 있는 근본적 방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도시 단위의 기본소득 실험에서 유의미한 성과가 날 경우 주정부 차원에서 확대 적용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기본소득이 수급자의 근로 의욕을 꺾어 가뜩이나 구인난에 시달리는 미국 노동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반론도 거세다. 예산도 문제다. 실험 목적의 소규모 도입은 기부금으로 충분했다. 하지만 LA와 시카고처럼 시 예산을 쓸 경우 결국 증세에 기대게 될 것이라는 반박도 일고 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