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코로나 환자 급감 미스터리…바이러스 자체소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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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방역에 고삐를 죄고 있지만 일본만 유독 차분한 겨울을 맞고 있다. 확진자 추이가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어서다. 백신이나 자연감염으로 코로나19 면역력을 키운 사람이 다른 나라보다 많은 것이 아니다. 일본 국민이 자발적으로 활동을 줄였다지만 신주쿠 긴자 등의 밤거리엔 지난달 이후 사람이 꾸준히 늘었다. 일각에선 델타 변이가 일본에서 진화하다 '자가 소멸'에 들어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26일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전날 하루 동안 보고된 신규 코로나19 환자는 112명이다. 사망자는 한명이다. 같은 날 한국에선 하루 만에 3901명이 확진됐고 39명이 숨졌다. 일본이 코로나19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하루 2만5000명을 넘던 일본 확진자가 1000명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달 초부터다. 10월 이후 매일 5만명 정도 검사받는 것을 고려하면 검사수가 확진 규모에 영향을 준 것은 아니다. 일본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완료율은 76.9%다. 한국(78.6%)보다 조금 낮다. 백신 접종률 만으로 설명하긴 어려운 이유다.
한국과 일본이 다른 유행 양상을 경험하는 게 백신 종류 탓이란 주장도 있다. 한국이 초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에 집중했지만 일본은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만 투여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많이 투여한 영국은 유럽 국가 중 비교적 안정적으로 코로나19를 관리하고 있다. 대다수 국민이 화이자 백신을 맞은 싱가포르에선 이달초 역대 최다 확진자를 기록하는 등 코로나19가 급격히 번지고 있다.
니혼테레비는 한국과 일본의 10대 접종률이 두 나라 방역 상황을 가른 원인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일본의 10대 접종률이 68.7%에 이르지만 한국은 12~17세 접종률이 15.4%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들 연령층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 코로나19 감소의 주된 요인으로 보긴 힘들다.
일본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된 뒤 회복해 면역을 얻은 사람이 많아졌다는 '자연 감염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해 일본보다 코로나19가 크게 번진 유럽 미국 등에서도 바이러스가 재확산 하는 것을 보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면역이 아닌 이동량이 주목하는 이유다.
일본 정부 코로나19 대책 분과회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이동량 감소와 국민들의 방역 참여를 확진자 급감의 원인으로 꼽았다. 지난달 긴급조치를 해제했지만 병상부족 탓에 확진자가 병원도 못간 채 사망하는 것을 본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거리두기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이달 20일 기준 일본의 소매점 방문자는 유행 초기보다 소폭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에선 활동이 10% 넘게 급격히 늘었다. 환승역을 다니는 일본 국민도 지난해초보다 10% 넘게 줄었다. 11월 들어 급격히 늘어난 한국과는 다르다.
하지만 일본의 밤거리 이동량이 다시 늘었다는 반론도 있다. NHK에 따르면 도쿄 대표 번화가인 신주쿠 긴자 롯본기의 밤시간 이동량은 지난달 긴급사태 해제 후 두달 가까이 증가세다. 늘어난 활동량이 확진자 데이터에 반영되기에 충분할 정도로 시간이 지났지만 일본의 코로나19 환자는 오히려 줄고 있다.
일각에선 바이러스 자체에 원인이 있다고 분석한다. 일본 국립유전체연구소의 이노우에 이투로 교수는 일본에서 델타 변이가 확산하다 유전체 오류 탓에 스스로 사멸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델타 변이의 특정 단백질(nsp14)에 돌연변이가 너무 많이 쌓였고 더이상 복제하지 못하게 됐다는 것이다. 아시아인에게 많은 특정 효소(APOBEC3A)가 바이러스를 공격하는 데 영향을 줬다는 게 이노우에 교수의 설명이다.
이런 가설도 완전하진 않다. 바이러스가 스스로 복제하지 못하면 사람 간 전파가 힘들어 우세종으로 자리잡지 못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이 바이러스에 감염돼 바이러스가 소멸됐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얘기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