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에 단련된 '6% 인도계' 실리콘밸리 점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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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표 IT기업 CEO 꿰차
실리콘밸리 인도계 6%뿐인데도
글로벌 빅테크 수장에 대거 포진
치열한 경쟁사회서 전문성 키워
이민자 문화서 배운 겸손도 무기
과학인재 많고 언어장벽 거의 없어
실리콘밸리 인도계 6%뿐인데도
글로벌 빅테크 수장에 대거 포진
치열한 경쟁사회서 전문성 키워
이민자 문화서 배운 겸손도 무기
과학인재 많고 언어장벽 거의 없어
마이크로소프트(MS) IBM 알파벳 트위터. 미국의 대표 정보기술(IT) 업체인 이들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는 모두 인도계다. 지난달 말 퍼라그 아그라왈이 37세에 트위터 CEO로 임명되면서 미 S&P500 기업의 최연소 CEO 자리도 인도계 차지가 됐다.
글로벌 CEO를 다수 배출한 인도는 다양한 지형과 인종, 문화가 어우러진 나라다. 인도인들이 태어날 때부터 조화와 협력을 배우며 자연스럽게 경영 기술을 체득하는 배경이다. 온화하고 겸손한 이민자 문화, 해외 진출에 도움이 되는 교육환경도 ‘메이드 인 인디아 CEO’ 전성시대를 잇는 배경으로 꼽힌다.
사티아 나델라 MS CEO, 샨타누 나라옌 어도비 CEO, 순다르 피차이 알파벳 CEO는 인도계 기업대표의 터줏대감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해 합류한 아르빈드 크리슈나 IBM CEO도 명맥을 잇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들이 경영하는 기업 가치만 5조달러에 이른다. 2018년까지 12년간 펩시코를 운영했던 인드라 누이, 작년 12월까지 마스터카드를 경영한 아제이 방가도 대표적인 인도계 CEO로 꼽힌다.
인도계는 전체 미국인의 1%, 실리콘밸리 노동 인력의 6%를 차지한다. 인구 비율로는 설명되지 않을 정도로 많은 CEO를 배출했다. 미 금융 중심지인 월스트리트를 유대인이 이끄는 것처럼 IT 중심지 실리콘밸리를 인도인이 이끌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인도인은 태어날 때부터 혼동 속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자연스럽게 터득한다. 생존을 위해 협력과 팀워크가 중요하다는 것도 체득하게 된다. 인도의 무질서한 문화가 창의력을 키우는 발판이 되고 있다는 의미다. BBC에 따르면 미 정부가 발급하는 외국인 취업 허가증(H-1B 비자)의 70% 이상을 인도인 소프트웨어 기술자들이 받고 있다. 시애틀의 외국인 기술직 중 인도 출신은 40%에 달한다.
IT기업의 영향력을 견제하는 ‘테크래시’가 유행처럼 번지고, 각국 정부와 의회가 빅테크에 공세를 퍼붓자 인도계 CEO들의 겸손한 태도는 더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런 장점은 기업 문화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나델라 CEO는 취임 후 ‘모든 것을 안다(know-it-all)’였던 기업 가치를 ‘모든 것을 배운다(learn-it-all)’로 바꿨다. 그가 취임한 뒤 3000억달러였던 MS 시가총액은 2조5000억달러까지 늘어났다.
인도는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한다. 언어 제약이 거의 없다. 인도 정부가 수학·과학 인재를 집중 육성하는 것도 인도인들이 실리콘밸리에서 성과를 내는 비결로 꼽힌다.
인도 최고 수출품은 CEO에서 스타트업으로 서서히 바뀌어가고 있다. 10억달러 이상 가치를 지닌 인도 유니콘 기업이 늘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다만 이들의 기술력이 무르익기까진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인도계 CEO가 대부분 남성인 것도 한계로 지적된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글로벌 CEO를 다수 배출한 인도는 다양한 지형과 인종, 문화가 어우러진 나라다. 인도인들이 태어날 때부터 조화와 협력을 배우며 자연스럽게 경영 기술을 체득하는 배경이다. 온화하고 겸손한 이민자 문화, 해외 진출에 도움이 되는 교육환경도 ‘메이드 인 인디아 CEO’ 전성시대를 잇는 배경으로 꼽힌다.
올해 트위터·VM웨어 인도계 CEO 임명
‘인도 최고 수출품: CEO들’. 10년 전 미 시사주간지 타임의 헤드라인이다. 10년이 지났지만 인도계 CEO는 여전히 승승장구하고 있다. 아그라왈이 트위터 CEO로 임명되면서 최소 10여 명에 이르는 인도계 CEO 대열에 합류했다고 영국 BBC가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올해 6월 클라우드컴퓨팅 기업 VM웨어도 인도 출신인 라구 라구람을 CEO로 임명했다.사티아 나델라 MS CEO, 샨타누 나라옌 어도비 CEO, 순다르 피차이 알파벳 CEO는 인도계 기업대표의 터줏대감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해 합류한 아르빈드 크리슈나 IBM CEO도 명맥을 잇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들이 경영하는 기업 가치만 5조달러에 이른다. 2018년까지 12년간 펩시코를 운영했던 인드라 누이, 작년 12월까지 마스터카드를 경영한 아제이 방가도 대표적인 인도계 CEO로 꼽힌다.
인도계는 전체 미국인의 1%, 실리콘밸리 노동 인력의 6%를 차지한다. 인구 비율로는 설명되지 않을 정도로 많은 CEO를 배출했다. 미 금융 중심지인 월스트리트를 유대인이 이끄는 것처럼 IT 중심지 실리콘밸리를 인도인이 이끌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치열한 경쟁이 CEO 키워
치열한 경쟁이 일상인 인도 문화가 이들을 세계적인 CEO로 키웠다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타타그룹 지주회사인 타타선즈 대표를 지낸 R 고팔라크리시난은 “세계 어떤 국가도 인도만큼 전투력을 키워주진 못한다”고 했다. 인도 인구는 13억9340만 명으로 중국에 이어 세계 2위다. 국가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데다 빈부 격차가 심해 살아남기 위해선 개인 스스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인도형 혁신을 뜻하는 ‘주가드’는 이렇게 탄생했다.인도인은 태어날 때부터 혼동 속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자연스럽게 터득한다. 생존을 위해 협력과 팀워크가 중요하다는 것도 체득하게 된다. 인도의 무질서한 문화가 창의력을 키우는 발판이 되고 있다는 의미다. BBC에 따르면 미 정부가 발급하는 외국인 취업 허가증(H-1B 비자)의 70% 이상을 인도인 소프트웨어 기술자들이 받고 있다. 시애틀의 외국인 기술직 중 인도 출신은 40%에 달한다.
겸손한 태도와 교육 환경도 영향
미 정부가 1960년대부터 시작한 개방적 이민정책도 인도인들의 ‘아메리칸드림’을 도왔다. 이민자 신분 때문에 익힌 ‘겸손함’도 인도인들이 성장하는 밑바탕이 됐다. 비벡 와드와 카네기멜론공대 석좌교수는 “실리콘밸리에서 인도인들이 구축한 네트워크는 큰 이점이 됐다”며 “많은 창업자가 오만하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승진을 위해 애써온 인도계 CEO들은 겸손함을 갖췄다”고 했다.IT기업의 영향력을 견제하는 ‘테크래시’가 유행처럼 번지고, 각국 정부와 의회가 빅테크에 공세를 퍼붓자 인도계 CEO들의 겸손한 태도는 더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런 장점은 기업 문화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나델라 CEO는 취임 후 ‘모든 것을 안다(know-it-all)’였던 기업 가치를 ‘모든 것을 배운다(learn-it-all)’로 바꿨다. 그가 취임한 뒤 3000억달러였던 MS 시가총액은 2조5000억달러까지 늘어났다.
인도는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한다. 언어 제약이 거의 없다. 인도 정부가 수학·과학 인재를 집중 육성하는 것도 인도인들이 실리콘밸리에서 성과를 내는 비결로 꼽힌다.
인도 최고 수출품은 CEO에서 스타트업으로 서서히 바뀌어가고 있다. 10억달러 이상 가치를 지닌 인도 유니콘 기업이 늘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다만 이들의 기술력이 무르익기까진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인도계 CEO가 대부분 남성인 것도 한계로 지적된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